양대 노총의 ‘비정규직법 시행유예 시도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야 3당이 비정규직법 시행유예를 전제로 논의를 이어감에 따라 ‘5인 연석회의’가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며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년 한국노총은 현행 비정규직법의 제도적 미비점들을 보완ㆍ정비하는 추가적인 입법논의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쉬지 않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철부지 초등학생처럼 방학숙제를 미뤄오던 정부와 정치권이 개학을 코앞에 두고서야 밀린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논의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5인 연석회의는 29일 늦은 밤까지 논의를 계속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오늘(30일)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시행유예’라는 틀에 갇혀 있는 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29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아가 30일 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정규직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행유예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악안의 직권상정 우려가 높아가면서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행도 해보지 않은 법을 개정하자며 사회를 불필요한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정부 및 정치권과 인내하며 대화를 계속해 오고 있다. 하지만 시행유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정규직 전환을 애타게 기다려온 84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우롱하는 처사이기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지금도 정치권은 비정규직 대량해고 가능성 운운하며 시행유예가 불가피하다는 그릇된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급하다고 서두르다보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다.
한국노총은 정치권의 전향적인 해법 찾기를 촉구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차분하게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를 준비하라. 그것이 국민적 지탄에 직면하게 될 ‘직권상정’이나 ‘졸속합의’라는 무리수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며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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