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대기업이 이번 기회에 고임금 구조를 바로 잡아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한 이번 기회란 어떤 것인가? 대통령은 지금의 경제위기는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위기라고 했다. 결국 그 경제위기가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것인가?
우리나라 임금은 OECD국가와 비교해 볼 때 결코 고임금이라고 할 수 없다. 2009년 OECD 통계연보를 보면 연평균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최상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비해 노동시간이 2/3 가량 적다. 노동시간을 놓고 볼 때 절대 고임금이 아니라는 소리다.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좋은 것은 죄다 꼴찌이고, 나쁜 것은 단연 일등이다. 일례로 여성 자살률은 1위였고, 출산율은 1.13%로 꼴찌를 기록했다.
여성 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보니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생활고 때문에 결혼이 어렵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한 상황적 조건이 여상자살률을 높이는 주된 원인 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인가?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대졸 초임과 고임금 삭감 등 임금 삭감이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이고, 정규직 전환을 늘려야 한다.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성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높여야 한다.
또한 노동시간을 과감히 단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상생의 일자리 창출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참담한 OECD 통계연보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가 풀어야 할 우선과제다.
지금 임금이 높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인가?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의 정책 혼선 때문이고, 시장이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어느 날은 기업의 임금을 깎으라며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을 시시콜콜 개입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일관적이지 않은 발언들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하니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해도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노동자 임금 깎을 궁리만 하지 말고, 절제된 발언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일부터 신경 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