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와 철도노조가 파업 예고를 앞두고 막판교섭에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17일 단체교섭에서도 구조조정 일방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고, 단체협약을 대폭 개악하는 안을 내놓아 노동조합의 타결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막판 교섭에 즈음해, 사측은 노조를 향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철도공사 측도 ‘경제난을 외면한 파업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노동조합은 입이라도 맞춘 듯 경제난을 들먹이며 노조 비난에 열을 올리는 사측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서울메트로 전 사장이었던 강경호 철도공사 사장이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 엊그제 일이다.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입만 열면 청렴과 윤리를 강조하던 그였다. 강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자 정권의 실세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메트로는 또 어떤가. 최근 서울메트로가 수백억대의 외주용역을 시행하면서 특정인사에 편법으로 밀어주기 했다는 사실이 적발되어 물의를 빚었다. 그 ‘특정 인사’는 서울시 출신으로 서울메트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었던 퇴직 관료다. 시민재산인 지하철이 경영진과 낙하산 인사들의 잇속 챙기기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경제난으로 인한 노동자와 서민들의 고통이 뼛속까지 도지고 있는데도, 부패와 ‘검은 돈’ 잔치로 배를 불리고 있는 이들의 행태야 말로 ‘엄정 대처’가 필수적이다. 사실이 이럴진대 경제난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노동자의 주장을 억누르는 이들의 태도는 후안무치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사측은 판에 박은 ‘경제난 타령’을 늘어놓기 이전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조합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국민 경제의 동맥인 지하철, 철도를 ‘값싸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유지하라는 노조의 주장을 새겨들어야 한다. 또한 지하철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지 말라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외주위탁 계획을 철회하라는 주장이야말로 경제난을 고려한 노조의 충정이다. 사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화하라는 주장이야말로 경제난 극복의 출발이다.
오늘 브라질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철도, 지하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강력 대처하겠다’는 경고를 날렸다. 명색이 대통령이란 자가, 올해부터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이 합법적으로 보장된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셈이다. 가히 미국발 금융쇼크에 이은 브라질발 망언 쇼크라 할 만한다. 국내도 모자라 나라 밖에서 까지 무지와 망언을 드러내고 있으니 낯 부끄러울 일이다.
정부와 사측은 ‘경제위기’와 ‘불법’을 떠들며 여론을 호도하는 작태를 중단하고, 진정 민생경제를 살리는 노동조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