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자율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전임자임금을 법으로 금지하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통해 소수노조의 노동기본권 행사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해 국제사회가 다시금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3월 15일부터 30일까지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313차 ILO 이사회에 제출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이하 위원회)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전임자임금을 법으로 금지하고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박탈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해 조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Case No.1865).
위원회는 “과거의 지속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개정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조항을 유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의주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임자가 수행할 업무형태를 법으로 규정하고 전임자로 지정된 자만이 노사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제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복수노조 교섭창구문제와 관련해서는 객관적이고 사전에 확립된 명확한 기준에 의거해 가장 대표성 있는 조직을 결정함으로써 어떠한 불공평성이나 남용의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단체교섭권이 인정되지 않는 소수노조의 경우 자신의 조합원을 위해 의견을 표출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은 대표성 있는 조직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각 사업장의 특성이나 조직형태, 노동자의 구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과반수 노동조합을 일률적으로 교섭대표로 지정하도록 한 현행법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 10 미만 노조에 대한 공동교섭 참여를 배제하여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현행법은 소수노조의 보호를 강조하는 ILO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기회만 있으면 국제기준을 운운하면서 노동탄압의 빌미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왔으나 수차례에 걸친 국제사회의 권고는 철저히 무시해 왔다. 이제라도 한국정부가 국제적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고자 한다면 ILO의 지적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에 한국노총은 한국정부가 전임자임금 문제에 대한 법적 개입을 중단하고,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에 위원회가 지적한 공무원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남용 금지, 실업자 및 해고자 조합원 지위 인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도 결사의 자유의 원칙에 기초해 조속히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노동기본권의 핵심을 이루는 ILO 협약 제87호와 98호 비준을 위해 한국정부가 모든 제반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