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단위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한 노사정합의가 지난 12월 4일 극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참으로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의 투쟁지침에 적극 동참해주신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되돌아보면 한국노총은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한다는 전략하에 10월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정책연대파기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는 한편, 노사정 6자회담을 제안하여 10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수차례의 실무급회의와 대표자급회의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적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임금 금지의 내년 시행'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협상은 결렬되었고, 11월 16일부터 시작되어 30일까지 예정된 전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는 가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된 경제위기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으며, 세종시 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 100만 조직이 실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끼칠 뿐 아니라,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에 노총지도부로서는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노총지도부는 11월 30일 발표한 대국민선언문을 통해 '노조전임자 임금 노사자율과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반대'라는 그동안의 주장을 대폭 양보하여 '현행법의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 동안 노조 재정자립 방안과 복수노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함으로써 노사정간에 새로운 협상틀이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노총지도부는 현행법이 그대로 시행됨으로써 노동기본권이 부정되고 노동조합이 무력화되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밤낮없이 정부와 경총을 상대로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노사정 모두가 기존의 입장을 양보하여 국제기준과 우리의 노동현실을 함께 고려한 12/4 노사정 합의에 어렵사리 도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조합원동지 여러분!
이번에 합의한 내용은 13년만에 전조직 총파업 수순까지 밟았던 우리 한국노총으로서는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아쉬운 점도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둘러싼 주변상황이 매우 엄중한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막고 한국노총 조직을 지키기 위한 차선책이었다는 점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합의내용에 있어서 다소 불분명한 부분은 노사정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어 공감대를 이룬 사항이기 때문에, 향후 합의내용이 입법에 반영되고 하위법령에서 세부사항이 정해지게 되면 현장간부와 조합원동지 여러분들의 우려가 불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진행되어 온 총력투쟁과정에서 현장간부들과 조합원동지 여러분들이 저와 우리 지도부에 보내준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합의과정에서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따가운 질책이나 비판이라도 달게 받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한국노총이 이번 싸움에서 입은 상처를 하루빨리 극복하여 보다 강고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합원 동지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