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예산으로 29조원이 계상되었다.
이번 추경 예산의 많은 부분이 생계가 심각함에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절대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는 97만 가구다.
그래서 이 97만 가구 이외에 우선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으로 노인ㆍ장애인ㆍ중증질환자 등 근로능력이 없는 계층(50만 가구, 110만명)에게는 생계비 차원에서 6개월간 월 12만원(1인 가구)~35만원(5인이상 가구)의 현금을 지원하고, 최저생계비 120%(4인 가족 기준 월 159만원) 이하로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40만 가구, 86만명)에게는 6개월간 월 83만원 정도 벌어들일 수 있는 일자리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초수급자 97만 가구에 포함되지 않은 빈곤층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한 편으론 절대 빈곤층인 기초수급자의 기준을 오히려 강화하고 까다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생 대책 속빈강정 제5호다.
사실 현재의 기초수급자 대상자 선정 기준인 노동 능력 및 부양가족 유무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방어적이어서 저소득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단순히 성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독거노인일지라도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지금의 기초수급법이다.
자신들의 자식들도 부양치 못하고 있는 실업과 빈곤에 시달리는 빈곤층이 자신들의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러한 노인들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재의 방식은 고령화 시대임에도 충분한 공적 노인연금이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 환란과 실업대란으로 절대빈곤층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의 기준을 완화하고 수급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정부의 기본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거꾸로 기초수급자 선정 기준을 강화하여 수급자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급 대상이 아닌 사각지대 빈곤층을 상대로 한 한시적 ‘찔끔구호’(?) 정책을 전체 빈곤층의 총체적 복지정책의 근간으로 내 놓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보건복지부 ‘2009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지침은, 근로무능력자 판단기준을 ‘질병. 부상 또는 후유증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한 자’ 대신에 ‘진단서상 반드시 요양. 치료. 재활 등을 위하여 3개월 이상 근로 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만 근로무능력자 인정’으로 하였다. 게다가 ‘근로 불가능함’으로 진단서가 제출된 경우, 진단의사의 면담 자료기록부를 직접 확인하여 근로무능력자로 인정하라’는 단서 조항까지 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는 자신이 진단한 특정 질환에 대하여 얼마 동안의 치료, 요양, 혹은 재활이 필요한가를 가늠하는 진단서를 발급하지만, 특정 질환에 대한 판단을 통해 인간의 총체적인 활동인 ‘근로능력’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의사에게 의학의 범위를 벗어난 판단을 강제함으로써 의사로 하여금 ‘근로능력 없음’의 판단을 꺼리게 하여 결국 기초수급자의 기준을 강화하는 결론에 이르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용산구청에서 의료급여 1종 주민 189명을 일방적으로 의료 2종으로 전환하면서 ‘근로능력 없음’을 확인해 오라는 사례가 이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주민들은 의사의 진단서상 ‘3개월 이상 치료나 요양이 필요함’에 의해 과거에 기초수급자가 되었는데 앞으로는 ‘근로능력 없음’이라는 장애수준의 의사진단이 없이는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초수급대상자 축소가 예상된다.
그야말로 대표적인 ‘거꾸로 가는 복지정책’이다.
현재 최저생계비 이하 절대빈곤층은 전 국민의 5-7%수준으로 본다.
그런데 현재 기초수급자는 이의 절반 수준인 3-4% 정도이다.
실업대란과 경제환란을 맞고 있다. 부양할 수 있는 자녀들이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실직 상태에 돌입했으며 설사 ‘근로능력’이 있어도 일할 수 있는 일거리가 없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만성실업 상태에서 ‘근로능력유무’와 ‘부양가족유무’ 역시 포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의 기초수급 대상의 기준은 거꾸로 가는 복지정책 혹은 돌려막기 복지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