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노총이 제안한 ‘6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대해서 침묵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8일 성명서를 통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주장하며 노동계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총파업과 정책연대 파기를 결의하는 등 강경투쟁을 선언하면서도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마지막까지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우리 한국노총은 경영계의 무책임한 도발에 대해 몹시 분노한다.
경영계는 노사관계의 주체로서 노사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복수노조 · 전임자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노동계와의 대화를 주도해야 할 당사자이다. 그런 경영계가 정부 · 여당을 등에 업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밀어붙이려는 행태는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없으며,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급급한 근시안적 사고의 발로이다.
다시 한 번 밝히겠거니와, 노조전임자 임금문제와 관련한 한국노총의 요구는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다.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으니 국제적 기준에 따라 법에서 이 문구를 삭제하고, 지급여부는 ‘노사자율’에 맡기라는 것이다. 노사 간 자율교섭이야말로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요구는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이다. 그렇기에 ILO 등 국제노동단체가 전임자임금 금지 조항의 삭제를 누차 권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정부 여당은 노동계와의 대화 노력보다는 일방적 시행을 예고하며 노동계와의 갈등과 대립을 자초하고 있고, 여기에 경영계가 가세하고 있다. 더욱이 경영계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고 복수노조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은 숨긴 채,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비겁한 술수마저 부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가 이러고도 ILO 구성원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노총은 사문화 된 법조항의 강행으로 야기될 ‘파국’을 막기 위해 사회적 대화 제의를 비롯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노동계와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리적인 문제해결은 뒷전이고, 이참에 노동조합을 아예 없애버리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연일 강경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노동계가 국가경제의 한 축이라는 말은 노동계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국노총은 노동계가 국가경제의 한 축임을 인정한다면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를 노사관계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사 간 자율교섭이라는 노사관계 기본원칙을 훼손하지 말길 바란다. 또, 경영계는 정부여당의 시대착오적인 반노동 정책에 편승하는 노동조합 말살책동을 즉각 중단하고 노사관계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노동계와의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