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한편으로는 공기업의 복지부동을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공기업에게 국책사업의 부실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그 후과는 공기업 노동자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뿐이다. 공기업 노동자는 정해진 구조조정 목표에 따라 인력감축이 불가피해 지고, 국책사업 부실을 떠넘김으로 인해 국민들은 요금 및 세금인상을 감내해야 할 처지다.
민자건설을 한다던 총사업 2조2천500억원의 경인운하를 수자원공사에게 떠넘겼다. 건설비용과 건설 뒤 발생할 운영적자를 수자원공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자체 분석에 따르면 비용편익 비율이 1 미만으로 나오면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재주는 수자원공사가 부리고, 돈은 건설자본이 챙기는 꼴이다.
건설산업의 부실을 인수하는 데 토공과 주공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부실의 규모를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다. 주공은 미분양 주택매입에 1조3천억원 가량을, 토공은 건설사 토지 매입에 1조5천억원 가량을 떠 맡아야 한다. 현재 주공이 51조8천억원, 토공이 33조9천억원 가량의 부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결국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의 구실로 민간과 국책사업의 부실을 공기업에 떠넘기면서까지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올인 하겠다는 태도다. 그것은 정권의 핵심지지층인 땅부자와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가공기업을 재물로 삼아 재정악화와 파산의 책임을 후대로 떠넘기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다.
여기에 더해 운영수익이 떨어져 1년에 1천600억원의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인천공항철도 또한 코레일에게 떠넘겼다. 코레일은 인수재원 대부분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참고로 코레일은 매년 7000억원 가량의 운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기간산업의 핵심 중의 핵심인 철도산업에 부실에 부실을 얹는 격이다.
이런 식으로 공기업의 재정악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이명박 정권이 얘기하는 공기업 선진화인가? 이것이 공기업 경쟁력 강화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CEO에게 “개혁이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하면서 공기업 사장 자리가 비는 족족 낙하산으로 채우고 있다. 이른바 철밥 그릇으로 오도되는 공기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이용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낙하산들의 전진배치를 통해 공기업을 수족으로 삼고, 부동산 경기부양의 희생양으로 삼는 정부의 대책 없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은 이제 곧 파산의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