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초안은 한국과 EU의 농축산물 교역과 관련하여 동식물검역협정(SPS)과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지침과 기준에 따를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한겨레 보도에서 밝혀졌듯 2006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병한 광우병 651건 가운데 95.7%가 유럽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만일 유럽연합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전 세계에서 광우병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의 쇠고기를 수입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OIE기준을 따르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OIE의 기준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OIE자신이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교역국 사이에 충분한 수입조건을 합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조차도 한국에게는 자신들이 OIE가 정한 광우병통제국이라는 이유로 수입을 강요했지만, 자신들은 유럽연합산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검역주권과 국민건강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수없이 많은 검역조건을 추가해도 모자랄 판에 OIE기준 준수만 외치며 미국 축산업의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한 바 있다. 첫 단추를 그렇게 잘 못 끼웠으니 이후 협상이 잘 될 리가 없다. 이제 유럽연합이 OIE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면 수입을 막을 길이 없게 되었다. 검역주권과 국민건강에 무심한 이명박 정부에 의해 대한민국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무풍지대가 되고 만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한-EU FTA 성사 홍보를 그만 두어야 한다. 대신에 검역주권 수립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수입조건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이명박 정부에게는 큰 악몽이었을 촛불은 분명 다시 타오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