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3월 24일 오후 3시 30분 국회 정론관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단 부대표/ 정책위의장
■ 특권층 1%에게 추경예산 40% 몰아주기
■ 돈 쓰는 쪽만 수퍼 추경, 돈 마련하는 쪽은 부실 추경
정부가 28조 9,000억 원의 이른바 슈퍼 추경(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빈곤층, 중소기업, 일자리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특권층 1%에게 몰아주는 추경이자 돈을 마련할 방법도 내놓지 않는 부실 추경입니다.
○ 추경의 핵심 - 특권층 1%에게 추경 예산 40% 몰아주기
먼저 이번 추경(안)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숨겨져 있는 내용은 특권층 1%에게 추경 예산의 40%를 몰아주는 것입니다. 정부안에 따르면 총 추경규모 28조 9천억 원 가운데 40%인 11조 2천억 원은 세입 결손을 메우는데 쓴다고 합니다.
세입결손을 메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정부와 한나라당은 특권층 1%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고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며 소득세마저 깎아줬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걷힐 세금이 줄어들 것인데, 이를 나랏빚을 내서 메우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나랏빚으로 1% 특권층에게 추경예산의 40%인 11조 2천억 원의 혜택을 주자는 것입니다.
○ 세입결손 보전을 위한 11조 2천억원 예산 편성 절대 불가 -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막아낼 것.
특권층 1%를 위한 예산 11조 2천억 원이 추경예산에 반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끝까지 막아낼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특권층 감세에 따른 세수 결손은 감세를 연기하거나 폐기함으로써 메워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정답입니다. 이번 4월 국회는 특권층감세를 철회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다른 야당과 힘을 합쳐서 감세를 철회하는데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 추경예산의 목표도 불분명
다음으로 정부안을 보면 추경의 목표가 무엇인지 헷갈립니다. 정부는 빈곤층, 서민을 위한 추경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추경을 통해 1.5%의 성장률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추경의 목표가 서민 지원입니까 아니면 성장률 끌어올리기 입니까?
정부가 서민 지원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서민들에 대한 직접지원보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건설 토목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은 성장률이라는 수치에 연연할 때가 아닙니다. 서민들의 삶을 보호하는 데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집착하다 또다시 일을 그르치지 마십시오.
○ 재원은 어떻게 조달한다는 것인지 대책 없어
이번 정부안의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돈을 쓰는 쪽만 ‘슈퍼-추경’일 뿐 돈을 마련하는 쪽은 ‘무대책 추경’, ‘부실 추경’이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금여유금과 차입금으로 4조 8천억 원을 마련하고 추가 국고채 발행으로 22조 원을 충당하겠다고 합니다. 기금에서 돈을 가져오는 것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로 예산마련 대책이 아닙니다. 22조 원의 국고채는 과연 어떻게 소화시키겠다는 것인지 대책이 없습니다. 시장에다 팔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게 하겠다는 것인지 어떠한 입장이 없습니다.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다고 얘기는 하지만 그 근거는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아마 국고채를 시장에다 내다 팔고 한국은행이 곧바로 시장개입을 통해 이를 사가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한국은행 돈을 찍어내서 추경예산으로 사용하면 그 결과는 너무 뻔합니다. 재앙적인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정부는 먼저 한국은행 돈을 찍어서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 쓰는 계획은 누구나 세울 수 있습니다. 돈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쓰는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100배는 더 중요할 것입니다.
○ 정부부채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무대책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367조 원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말의 308조 원에 비해 60조 원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예산의 30%가 나랏빚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나랏빚이 늘어나서는 금세 재정파탄에 이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은 추경예산을 편성하더라도 국내총생산의 38.5%로 OECD 평균인 75.4%에 비해 크게 낮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정학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의 76%로 오히려 OECD 평균보다 높습니다. 국민들은 정부부채 수준이 어느 수준인지 어리둥절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먼저 정부부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재정학회와 차이 나는 부문은 무엇인지를 먼저 국민 앞에 밝혀야 합니다.
○ 민주노동당의 대응
우리는 특권층 1%를 위한 추경예산 40% 몰아주기를 반대합니다. 우리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뿌리는 방식의 예산 마련을 반대합니다. 우리는 정부의 세출 증액예산 17조 7천억 원보다 더 큰 규모인 2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산은 전액 서민을 위한 예산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4대 강 예산 등 불요불급한 예산은 깎아야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현금자산을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나눔채권(가칭)의 발행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합니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회에서 이를 위해 온 힘을 쏟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