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2005년 대비 4% 감축을 결정했다. 우선 정부가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감축 수준이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대통령이 자랑해 마지않는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자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누적 배출량은 세계 22위의 나라이다. 이를 고려할 때 2005년 대비 4% 감축은 너무 낮은 목표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마저도 경제 발전에 저해되는 목표라며 공장 해외 이전 등을 거론하는 등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정부 부처 중 하나인 지식경제부는 장관이 직접 나서 반대의사를 나타내기까지 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 앞에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안한 감축목표 달성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물이나 교통, 그리고 각 가정에서 감축해야 하는 양이 산업계보다 크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해 감축책임을 져야함은 상식임에도, 이조차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발표된 감축량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정부가 ‘녹색성장’을 천명한 것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매우 낮은 목표치다. 애당초 녹색성장위원회의 부실한 준비와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반대가 만들어낸 초라한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공정한 감축 로드맵의 마련이다. 단순한 수치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진정성이 담긴 계획이 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실천의지를 정부에 주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