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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입장 발표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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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정책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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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연구센터 / 사회간접자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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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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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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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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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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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는 어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를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식 발표하였다. 비록 그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다고 둘러대지만 공론화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그 해결방안을 마련해 보겠단다. 자신의 명예까지 걸고 나섰다.
어제의 기자회견이 주목받은 건 그동안의 정치권 혼란에도 불구하고 공식 입장 발표를 피해 온 청와대가 드디어 장고의 ‘결단’을 밝힌 자리였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정 총리는 현 세종시 문제의 원인과 해법 전반을 정 총리 개인의 문제로 최대한 집중시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지우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탱크를 동원해서라도 수도분할을 막겠다던 섬뜩한 각오를 되새길 수밖에 없다. 총리 청문회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개인 소신이라는 주장도 우스웠지만 총리직을 공식 수행하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차 국책사업을 개인의 문제로 풀어내는 자세 앞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어제의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단 하나이다. 이전의 정치권이 합의하고 국민과 약속했던 세종시 건설은 더 이상 없다는 것, 이거다. 이런저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변명이 향하는 목표는 애초의 세종시 건설 계획 철회다. 정 총리가 밝힌 현 세종시 추진의 문제점은 ①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는 점 ②행정의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점 ③통일을 대비할 때 부적합하다는 점 ④해외 성공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 등 4가지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총리로서의 책임이나 오랜 학자적 경험의 순수성 까지도 일거에 불신케 하는 아주 나쁜 왜곡이다.
먼저 자족도시 문제는 새로운 과제가 아니라 세종시 건설의 기본토대로서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온 과제라는 점을 밝힌다. 정부 계획대로 9부 2처 2청의 1만 6천여명의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전해 오게 되면 당연히 이들의 생활을 지원할 각종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게 된다. 만약 현재의 건설계획이 자족도시로의 발전에 미흡하다면 이를 보완, 수정하는 정부 역할이 필요한 것이며 이를 계획, 실행하면 될 문제다. 대통령 당선 이후 2년 여의 시간을 허비하며 두 손 놓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의 무책임을 오히려 호되게 비판해야 마땅하다.
다음으로 정 총리는 국회와 행정부, 행정부의 일부가 떨어지게 되는 행정 비효율성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는 정부 부처의 시공간 분리로 인해 공무원들이 서울로 자주 다녀야 하는 비효율이 초래되고 행정수요자인 국민들이 불편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정 총리가 제대로 국정을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10월 28일, 정부는 ‘온라인 생활민원 일괄서비스’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를 구현해 민원서비스를 ‘방문․개별처리’에서 ‘온라인․통합처리’로 바꿔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1주일 여가 지났을 뿐이다. 또한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시공간 제약을 해소하고 있다고 홍보한 당사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작년 말 해외에서 화상회의를 열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안 결재까지 마친 바 있다. 이미 2005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도 “화상회의와 전자결제 등 첨단의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장소적 이격성을 극복하고 얼마든지 유기적 업무협조를 실현할 수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정부조직의 분산배치는 정책적 고려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을 대비하는 데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보자. 정 총리는 만약 통일이 될 경우 수도 이전이나 분리의 요구가 있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실상 수도가 3곳이나 되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휘발성 강한 ‘수도 이전’이라는 왜곡된 사실을 유포시켜 국민 갈등을 조장하고 반대 여론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행정기능 이전이 수도 이전이냐 아니냐 라는 해묵은 논쟁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그 종지부를 찍은 지 이미 오래다. 헌재 결정문에 따른 헌법상 수도의 개념은 ①입법기관의 직무소재지 ②대통령의 대내외적 활동이 수행되는 장소 ③정부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요약된다. 세종시가 우여곡절 끝에 획득한 ‘헌법적 시민권’을 뭉개려는 악의적 수법이다.
통일과 관련한 시급한 과제는 오히려 국가의 불균형 발전과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남북간 발전 정도의 상이함을 어떻게 해소할까를 고민하는 일이다. 수도권 중심의 일극형 발전전략이 가져온 오늘의 폐해를 통일 후에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 통일 이후의 국가상이나 체제가 구체적이지 않은 조건에서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 막연함에 기대어 방치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현 정부에서는 지체되고 있으나 지난 정부 까지 남북이 대화를 통해 협의한 통일의 예비모델은 1국가 2체제였다. 남북 정부가 남쪽과 북쪽에서 각각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정 총리는 우리와 비슷한 시도를 해본 해외의 성공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와 비슷한 시도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런 시도를 실패를 했다는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0월 정무위 국감에 출석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세종시 수정을 강조하며 캐나다와 호주의 행정수도인 오타와, 캔버라 예를 든 데서 그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모두 행정부 일부가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 전 기관을 대상으로 이전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일부 행정 부처만을 이전하는 세종시와 비교할 성질이 못된다. 게다가 현재의 세종시는 일극집중형 방식이 아닌 다극분산형 모델로부터 추진된다는 점에서 또한 다르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모두 정치적 이유에서 수도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정운찬 총리의 어제 기자회견은 권력에 투항한 지식인의 비극적 말로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그것은 사실왜곡, 여론조작, 책임은폐라는 전형적 구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변태의 종합판이다. 온 나라를 들썩이는 갈등을 부르고도 그 무게조차 가늠 안되는 자신의 명예를 걸어 해결방안을 내놓겠다니, 가히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총리 발 아래에 내동댕이쳐진 형국이라 할 만하다.
* 문의: 정책위원회 지해용(2139-77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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