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대강 사업의 본 사업비 16.9조원 가운데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자원 공사가 부담하는 사업비 8조원은 개발이익을 통해 상당부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비용은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국토해양부 권도엽 차관의 발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9.9.18). 다시 말해 수자원공사가 사업 자금을 빚으로 마련하면 그 이자는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또한 수자원공사의 사업비 원금 8조원은 상당부분을 개발이익을 통해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은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 개발이익: 4대강 사업의 본심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목표가 물 부족 문제 해결, 수질 개선, 홍수 예방에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4대강 사업을 통해 개발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이는 4대강 사업의 목표가 근본적으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순수하게 물 부족 문제 해결, 수질 개선, 홍수 예방만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개발이익이 생길 리 없다. 개발이익이 생기려면 4대강 주변 구역을 그야말로 “개발”해야 한다. “보” 근처를 개발하여 관광·위락단지를 만들고 펜션과 별장, 그리고 전원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땅값이 상승하고 개발이익이 생긴다. 사실 이 개발이익이 4대강 사업의 본심일 수 있다. 그 본심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수자원 공사가 마련하는 4대강 사업비 8조원의 “상당부분”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개발이익이 “상당히” 커야 한다. 만약 4대강 사업이 “친 환경”으로 흐른다면 개발이익이 생기기 어렵다. 다시 말해 4대강 사업에서 개발이익이 생기려면 “친 환경”이 아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수자원 공사가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4대강 주변의 난개발을 주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이 아니라 수질악화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그 이익을 환수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극히 일부의 이익만을 환수하여 균형발전특별회계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 개발이익의 대부분은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투기꾼들의 몫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 한국수자원공사법 위배 가능성
한국수자원공사법에 따르면 한국수자원 공사의 설립목적은 생활용수의 원활한 공급과 수질의 개선에 있다(한국수자원공사법 제1조). 따라서 수자원공사가 4대강 주변지역의 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얻는 것은 한국수자원공사법의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 한국수자원공사법 제 9조(사업)에 “산업단지 및 특수지역의 개발”이라는 사업 근거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공사가 시행하였거나 시행 중인 산업단지 및 특수지역의 개발과 관련된 구역에서의 개발로 한정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어서 4대강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자원공사가 도시개발법에 따라 사업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4대강 사업의 내용이 법에 규정된 사업과 맞지 않을 수 있다. 한국수자원 공사가 대규모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택지개발사업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택지개발 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수자원공사가 개발이익을 얻는 것은 수자원공사법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개발이익을 얻자면 법을 개정하거나 법을 무리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 매년 500억 원씩 이자 추가 부담
4대강 사업 예산을 정부재정이 떠맡든 수자원공사가 떠맡든 그것이 결국은 국민들의 부담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수자원공사가 예산을 떠맡으면 장부상 국가채무가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이를 위해 매년 500억 원씩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국고채(5년만기 이표채 기준)를 발행하려면 4.8% 정도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수자원공사채를 발행하려면 5.5% 정도의 이자를 지급해야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국고채와 수자원공사의 스프래드가 0.7% 정도이다. 이처럼 수자원공사채를 발행하면 국고채를 발행할 때보다 0.7%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자부담이 매년 약 500억원이 늘어난다.
이 500억원은 순전히 “치장 비용”이다. 국민 부담은 똑같지만 장부상 국가채무가 낮게 나타나도록 치장하기 위한 돈이 무려 500억원이라는 얘기다. 500억원이면 매년 10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 그런 돈을 그냥 장부 치장비용으로 날려 보내는 셈이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비난을 일시적으로 면하기 위해 수자원 공사를 사업에 동원하는 편법을 생각해냈지만 이는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멀쩡한 공기업을 부실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난개발을 부추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추가로 매년 500억 원씩의 이자를 더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불합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