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포스트 아베가 되는지는 아베 사퇴를 일본의 정치권과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것이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에 일본 자민당이 관심을 두는 이유는 아베총리와는 차별화된 정치가이기 때문이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아베와는 달리 온건 보수이며, 아시아와의 관계에서도 협력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다 카드의 등장은 아베 총리가 주장해온 헌법 개정, 대북 강경정책 등과 같은 안보적인 문제가 일본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일본정치권이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아베가 주장하는 격차사회 해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으로 자민당의 정치가들이 아베 정권의 복사판이라고 비판을 받는 '아소 카드'와 아베와 차별화된 '후쿠다 카드'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아베의 사퇴를 통해 일본 정치권은 국민들이 '전후체제의 탈피'라는 이데올로기보다는 신자유주의개혁에 보다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일본 정치권은 포스트 아베 이후의 중의원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외교문제에서는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점에서 포스트 아베정권은 현재의 대북 강경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일관계에서도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은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아베 총리를 사퇴로 몰고 간 테러대책법 처리라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이 아베 총리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법안 연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테러대책법 연장은 차기 총리에게도 자신의 향후 운명을 가늠할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