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장관이 방한한다. 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멀리서 온 손님이지만 솔직히 환영할 수만은 없다. 한-미 간의 안보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하지만 꿍꿍이가 다른 데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8일 게이츠 장관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한국의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한데 이은 방한이므로, 아프간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요청하러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진퇴양난을 겪고 있는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미국의 지역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 전쟁에 비용을 대라는 것은 흡사 상국(上國)이 하국(下國)에게 조공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바쳐야 할 것이 조공만이 아닌 것 같다. 내년 초 85명 이상으로 확대되는 지역재건팀(PRT) 보호를 위해 3백 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것이라는 소식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벌여 놓고 수습 못하는 전쟁에 비용도 병력도 내 놓게 된 꼴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대한 전쟁지원 요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게이츠 장관의 이번 방한이 아프간 파병을 협의하기 위해서라면, 다음 달 오바마 대통령 방한도 우리 국민은 환영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전쟁지원을 요구한다면 그가 받은 노벨평화상도 먼저 반납하는 것이 순서다.
이명박 정부에게도 엄중히 경고한다. 이미 지난 정권 때 아프간 파병으로 인해 소중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잃은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아프간에 재파병을 시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망국적 사대행위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피를 보고야 마는 이런 식의 혈맹은 필요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부의 어떠한 파병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