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한국 보수의 집토끼 전략과 ‘성공의 실패’
Ⅱ. 이미 변화된 국민의 안보 패러다임
Ⅲ. 재난의 원인과 위기대처능력을 구별해야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천안함이 카트리나가 되는 건 또 다른 재앙일 것이다. 이에 일부 보수 언론들이 이 사건의 본질을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로 규정하기 시작하자, 국방장관이 뒤늦게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천안함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듯하다.
본 사건의 침몰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난의 원인 규명과 재난에 대응하는 위기관리는 별건이다. 후자의 오류를 전자의 논란으로 덮어서도 안 되고 덮을 수도 없다. 카트리나는 천재(天災)였지만 미국 공화당 정부의 대응 과정은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미국민이 가진 분노의 실체였다. 천안함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와 군의 저열한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는 한, 어떤 원인 규명도 국민의 침묵하는 분노를 추스르기는 어려울 듯하다. 침몰 원인 규명이 당장 눈앞의 선거 결과를 뒤집을 호재는 될 수 있겠지만, 위기관리능력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결국 머지않아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국 보수의 무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