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조선사회민주당과 정당교류를 위하여 12월 2일 개성 실무접촉을 예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통일부는 그동안 잘 진행되어 왔던 민주노동당의 정당교류 실무 접촉을 갑자기 불허 하겠다고 알려왔다. 이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조선사회민주당과의 정당교류를 2000년부터 연례적으로 진행해 왔다. 두 당의 교류는 2005년부터 수 십차례의 직접 접촉 과정을 통해 당 대표를 포함한 대표단이 3차례나 방북을 성사시키는 등 북한의 정당과 유일하게 정당간 교류를 해 왔다. 특히 우리당은 2006년 북한 핵실험 직후에도 대표단이 방북하여 ‘평화의 정치 사절단’으로서의 역할과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경험도 있다.
통일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가 있고,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는 시점이라 정당교류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이런 결정은 관계기관과 논의하여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의 불허 이유는 설득력 없는 독선일 뿐이다. 통일부의 주장대로라면 안보리 결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교류도 없으며, 북한 핵문제 해결 없이는 어떤 교류도 없다는 것 아닌가. 지난 정부시절에는 되던 것이 현 정부하에서 왜 불가한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지 않고 불허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이번 개성 실무접촉은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정당교류일 뿐이다. 지금보다 더 여론이 악화된 시기에도 정당교류는 진행되어 왔다. 북핵실험이 있던 2006년에도 교류는 끊어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작년 11월에도 정당교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작년에는 되던 것이 올해는 왜 안되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지 않고 무턱대고 불허하는 것은 명백한 야당탄압이다.
결국 통일부의 불허 사유에 묻어 있는 의미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의지가 없으며, 교류를 안 하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불허 사유에 대해서 상황 정세를 늘어 놓지 말고 명확한 근거나 기준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통일부의 방북 불허는 직접 접촉이 유지되어 온 이후 남북 정당 교류사상 최초의 불허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가 꽉 막히고 얼어 붙었기 때문에 교류를 차단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여타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닌가?
통일부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방북 불허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는 행위임을 확인한다. 몇 일 후면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한다. 북한도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등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합법적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교류를 봉쇄하고 말았다.
냉전을 자초하고 최소한의 만남조차 발목을 잡는 행동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냉전의 논리 뒤편에 숨어 있지 말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