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소득연대전략의 내용들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본래 해야 할 것을 재정리한 데 불과하다. 복지국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에서만 재분배가 필요한 게 아니다. 노동계급 내에서도 조세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가계 소득 중에서 이렇게 재분배되어야 할 몫보다 더 큰 액수가 민간보험료나 사교육비에 투입되고 있다. 만약 이 돈이 그렇게 낭비되지 않고 공공복지나 공교육 개혁에 쓰인다면, 지금처럼 굳이 민간보험에 들거나 사교육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건설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어쨌든 이 막대한 재원(2004년 전 국민의 생명보험료 부담은 60조원, 2003년 사교육비 지출은 13조6천억원)을 금융자본과 학원재벌에게 헌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사회연대 방안들이 노동자 가계의 복지 비용 부담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현재의 가계 지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거기에 조세 부담까지 더 늘리려는 게 아니다. 금융자본과 학원재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의 일부를 사회복지와 공공부문으로 돌려서 복지국가의 기틀을 쌓자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과 노동운동이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필수 과제다.
소득연대전략은 이 필수 과제를 행동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행동 프로그램이 됨으로써 이것은 이제 더 이상 멀고먼 남의 나라 이야기나 학자들의 고상한 주장만은 아니게 된다. 진보, 노동운동 진영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하고 헤게모니를 구축할 무기가 된다.
바로 이렇게, 미래의 꿈이라고만 여겨오던 것을 지금 여기의 선택의 문제로 제시하는 것, 이게 원래 진보정치의 본령 아닌가? 민주노동당의 사회연대전략은 우리가 이 본령에 충실하자는 새삼스런 다짐에 다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