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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과 환상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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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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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연구센터 / 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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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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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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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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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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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상속세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1) 전체 조사대상 2,000여 명 중 49.6%는 “상속세 폐지는 안 되지만 세율은 낮춰야 한다”고 답했고 18.3%는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저소득층일수록 상속세 폐지에 찬성했다고 한다. 월수입이 100만원 미만인 응답자 중에서는 26.2%가, 100만원~200만원인 응답자 중에는 19.3%가 상속세를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 저소득층이 상속세 폐지 찬성
전통적으로 상속세에 대한 부유층의 생각은 둘로 나뉜다. 자식에게 재산을 최대한 많이 물려주고 싶은 대다수의 부유층은 상속세 폐지에 찬성한다. 반면 자식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며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상속세 폐지에 반대한다.
실제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시장경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다음 세대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어 상속세만큼 합리적인 세제가 없다고 설파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부유층은 상속세 폐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데, 상속세 폐지에 찬성하는 저소득층의 논리는 무엇인가? 상속재산이 5억원은 되어야 납부하는 상속세를 본인들도 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상속세가 폐지되면 경기가 활성화되어 본인들도 혜택을 받는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이와 같은 착각과 환상은 상속세에 국한되지 않는다. 18대 총선에서 서울지역의 판세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뉴타운도 마찬가지다. 뉴타운이 건설되어 땅값이 오르면, 이미 집을 가지고 있거나 부동산 매매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만 그만한 재력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변두리로 밀려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당수의 서민들은 뭔가 자신들에게도 혜택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뉴타운 건설을 지지한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실질 소득이 정체된 저소득층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한 지난 정부는 실질적인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서민들의 고충을 정서적으로 어루만져 주지도 못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실용’이라는 기치 하에 경제성장률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서민생활이 나아지지 않겠는가, 대략 이런 심리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와 법인세 감면을 ‘민생법안’으로 선전하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줄까? 고객의 돈이 예치되어 있는 금융 계열사를 통해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업지배구조를 왜곡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높일 뿐 서민들의 삶을 낫게 하지 못한다.
■ 감세도 서민층엔 혜택 없는데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인구 2,000만 명 이상 되는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이미 법인세율이 낮은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법인세율을 더 낮추는 것 역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세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가 세수 증진으로 연결되려면, 기존 세율이 사업하려는 의욕을 위축시킬 정도로 높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법인세율이 25% 정도인 나라에서 세율을 대폭 낮추면, 세수 증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재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정수지가 악화되면 다른 세금을 더 거두든지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줄여야 한다. 결국 착각과 환상의 시대를 사는 서민들의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註: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유쾌한 리서치: 상속세 관련 조사’ (엠브레인, 200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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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4/h200804140259282437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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