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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뽑기와 규제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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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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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연구센터 / 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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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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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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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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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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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아침을 열며/2월 4일] 전봇대 뽑기와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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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에서 전격적으로 이전된 두 개의 전봇대는 탁상행정의 표본이자 과잉규제의 상징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대통령 당선인의 언급이 있은 후 사흘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5년이나 끌어온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질타하는 소리도 들렸고, 각종 규제를 전봇대 뽑듯이 과감하게 철폐하자는 주장도 잇따랐다.
심지어 정부부처가 담당하고 있는 경제규제를 '뽑혀져야 할 전봇대'에 비유하여 '경제규제 50건 당 1% 감축'을 기준으로 한 공무원 감원 방침도 발표된 바 있다.
■ 구조적 문제 종합적으로 살피길
하지만, 대불산단의 전봇대를 둘러싼 진실은 탁상행정이나 과잉규제와는 거리가 멀다. 더 나아가 규제개혁을 전봇대 뽑기에 비유하는 것은 규제 총량의 감축보다는 규제 품질의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규제개혁의 본질을 모르는 주장이다.
또, 이미 일부 언론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가 체계적인 제도개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전시행정으로 귀결된 것도 유감스런 일이다.
우선 사실관계를 보자. 대불산업단지는 원래 자동차 부품 및 전기ㆍ전자 업종을 유치할 목적으로 조성되었는데, 조선 업종의 호황으로 조선 관련 업체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안게 되었다.
선박용 블록과 같은 대형 구조물을 수송하기에는 단지 내 도로폭이 협소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도로변 전봇대에 걸릴 정도로 큰 선박용 블록을 옮겨야 할 경우 단지 입주업체는 전선을 잠시 끊었다가 재연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해 왔다.
영암군과 한전에서는 이와 같은 불편을 고려하여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전선을 지중화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물론 도로를 확장하고 교량의 설계하중을 제고하는 등 단지를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겠지만, 이는 소요비용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업으로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 타당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현재의 규제체계를 주어진 것으로 놓고, 비용과 편익 분석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일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특별히 문제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비용과 편익 분석이라 함은 전봇대 처리 방안의 비용과 편익을 각각 비교하여 가장 좋은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전봇대 이전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소요되는 비용을 적절하게 배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선 관련 업체가 전봇대 이전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긴 하지만, 동시에 고용과 생산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수혜자인 업체가 전봇대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한전이 납세자와 전기요금 납부자의 부담으로 대신해 줄 필요는 없다. 공무원의 탁상행정을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비용과 편익의 분석 및 배분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규제체계를 갖추고 의사결정의 가측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업체에 불편을 주는 전봇대를 옮길 경우 해당 업체는 소요비용의 어느 정도를 부담하고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한전은 어느 정도를 부담할 것인지 원칙을 세우고 이를 널리 알리는 식이다. "이 경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재량을 대폭 허용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준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 이해관계 조율 시스템 갖춰야
향후 규제개혁의 방향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의사결정의 가측성을 제고하여 규제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불산단의 전봇대가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전기를 공급하듯이 대부분의 규제는 시장규율을 유지하고 국민건강 및 환경보전을 담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봇대를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행 규제의 목표를 구현하는 데 있어 좀더 효율적인 수단이 있다면 개혁을 해야 하겠지만, 전봇대를 뽑듯이 그냥 없애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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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2/03 18:4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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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2/h200802031841362437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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