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폐막되는 8월 24일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째 되는 날이다. 지난 6개월은 각론 없는 구호와 단순한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소중한 학습기간이었다. 향후 국정 난맥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6개월을 차분히 돌이켜보면서 정책기조를 원점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성장구호 집착해 정책실패 반복
경제정책 부문의 문제점은 '747'이라는 선거 구호와 대외환경 악화라는 현실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대증적 처방을 내리기 급급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지극히 현실지향적인 선거공약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747'과 같은 비현실적인 구호를 내세웠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와 같은 구호는 실제 정책집행 단계에서는 경제안정을 해치는 팽창정책을 통해서라도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 된다는 식의 사고로 연결되었다. 금리인하를 독촉하면서 원화의 약세를 유도했던 정부의 초기 시장개입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물가안정이 지상명제가 되자 정부는 52개 주요 관리품목을 지정하고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등 1970년대식 물가대책을 내놓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52개 주요 관리품목의 가격상승률은 일반 물가상승률보다 높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공공요금의 동결은 소비행태의 왜곡과 1조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한 달 사이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 가량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또,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세금을 깎아주면 생산이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다분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 6개월 동안의 경제정책은 종합적 사고와 분석보다는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앞으로는 정부의 수가 뻔히 읽히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지양하고, 정책의 파급효과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업친화적인 정책보다는 시장친화적이고 혁신친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통일ㆍ외교ㆍ안보 부문의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전략적 이해와 동북아 국제관계에 대한 통찰 없이 너무 순진하게 국가간의 우의를 강조한 것이다. 동북아의 분단된 가교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이해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협력과 남북통일을 도모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을 중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순간 다른 한쪽과의 관계가 불편하게 된다.
▷ 시장친화적 전략적 사고 가져야
또, 독도 문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국가간의 우의를 다지고 과거 대신 미래를 얘기하자고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01년 이후 한미관계와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은 국가간의 우의나 미래에 대한 담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시와 고이즈미 정부의 출범 이후 한미와 한일간에 기본 정책방향과 관련하여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을 전적으로 추종하기 전에는 이와 같은 마찰의 소지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남북관계는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통일을 지향한다는 합의를 담은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남북정상이 직접 합의한 6.15 공동성명과 10.4 공동성명을 존중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문제가 풀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