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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한일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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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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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한반도와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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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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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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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평화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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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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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대통령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연설문(2007.10.30)
-리츠메이칸대학 질의응답 (2007.10.30)
-김대중 전대통령 기자간담회 녹취록<2007.10.30, 일본> (2007.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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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대통령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연설문(2007.10.30)
한반도 평화와 한일관계
존경하는 가와구치 기요시(川口淸史) 총장, 나가타 토요오미(長田豊臣) 이사장, 서승(徐勝) 코리아연구센터 소장 그리고 교수, 학생 여러분과 내빈 여러분!
평화와 민주주의를 교학이념으로 하고 일본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명문대학인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수여받고 강연을 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한반도 평화와 한일관계’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하면서, 네 가지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즉, 한반도 평화의 전망, 남북관계의 현황과 미래, 동북아 평화의 가능성, 그리고 한일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한반도 평화문제는 이제 상당히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 핵실험으로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졌던 북한 핵문제는 올해 초 열린 6자회담의 2.13 합의로서 큰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동안 대립과 교착상태에 놓여있던 북한 핵문제는 이제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2.13 합의의 제1차 조치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북한 핵 감시의 임무를 맡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초청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중유 100만 톤 상당의 물자가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3일 6자회담의 제2차 합의에 의해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을 해제하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원만히 진행되어 북한이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하고, 이어서 핵물질도 폐기하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고 북미간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동안 6자회담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제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결과 북한은 미북관계 정상화를 열망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받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 주석의 유훈은 지상명령인 것입니다.
한편, 미국도 이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절실해 졌습니다. 제가 대통령에 재임중일 때 저와 클린턴 대통령은 양국이 협력해서 대화를 통한 일괄타결에 거의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이 들어선 후 사태는 일변했습니다. 부시 정권은 출범 이래 최초 6년 동안 북한에 대한 적대적 대결주의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무 소득이 없고 오히려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핵 활동을 감시하고 있던 IAEA 요원의 추방, 핵 개발 추진,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그리고 핵 실험 등 오직 부정적인 결과뿐이었습니다. 작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국은 대화냐 파국이냐의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북한의 목적은 핵 보유가 아니라 미국과의 주고받는 협상에 있다고 국내외의 많은 언론을 통해 주장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 처했지만 중동에 발이 묶여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처지가 못 되었습니다. 일본과 함께 추진한 경제제재도 큰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미국 공화당은 의회의 중간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민주당의 요구도 거세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임기 말에 처한 부시 대통령이 성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한반도에서라도 일정한 성과를 얻을 필요가 절실해 졌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미국은 북한의 요구조건인 직접대화와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국교정상화 등을 수용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한일중러의 적극적인 협력이 더해져 6자회담은 성공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2008년은 1945년 2차 대전 종전 이래 63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가 제거되고, 평화가 정착되기 시작하는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둘째, 남북관계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2000년 평양을 방문해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이래 한반도에는 긴장완화가 획기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감소된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전쟁의 불안에서 크게 벗어나고, 과거 북한에 대한 반대 일변도의 생각이 공산주의는 반대하지만 동족간의 우호와 협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의 변화는 더욱 획기적입니다. 남한에 대한 과거의 불신과 적대감, 잘못된 우월감 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년 40만 톤의 식량과 30만 톤의 비료, 의약품 등을 지원한 이후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한의 덕택으로 기아를 면하게 된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남한을 부러워하는 심정이 늘어났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은밀히 남한의 대중가요를 부르고, TV 드라마, 영화 등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이래 남북간에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분단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현재까지 1만 5천명의 이산가족들이 만났습니다. 그 이전에는 50년 동안 불과 200명만이 상봉했습니다. 남한에서 160만명의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개성공단에는 2만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가 남한의 기업에서 일하며 큰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개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간은 앞으로 평화와 경제협력, 그리고 문화와 체육교류가 더욱 크게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2008년에는 남북이 보다 적극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상호 개방과 협력을 크게 이루어 나가는 시대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남북이 화해 협력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국민이 여야 정당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동북아 평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러한 조건은 성숙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6자회담이 성공하면 해체하지 말고 동북아 평화기구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올해 6자회담의 2.13 합의에서도 ‘동북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을 하기로 합의하고, 6자회담 내에 논의기구를 설치했습니다. 동북아의 안정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한일중 3국이 동북아에서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평화의 핵심이며, 경제발전과 문화교류의 중요한 요체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87년전인 1820년 중국의 GDP는 세계 총 GDP의 27%를 차지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컸습니다. 그 당시 영국은 5%, 미국은 1%였습니다. 중국이 머지않아 세계 최대의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부패와 빈부격차 등 내부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부실도 심각합니다. 또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두려워 할 것만은 아닙니다.
이러한 중국의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겠습니까? 현재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지도 아래 평화 속에 발전시켜 나간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는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일의 군사적 압력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면 군부가 국정의 주도권을 잡고 군사적으로 초강대국 건설의 방향으로 돌진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절한 선에서 군사적 균형이 유지된다면 후진타오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평화 발전의 정책이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최근 중국 집권층 내에는 신좌파와 신우파간의 논쟁이 치열합니다. 신좌파는 현재의 부패와 빈부격차는 개혁개방 정책이 원인이므로 다시 계획경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우파는 민주주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의 투명성과 국민여론의 국정반영이 부족하게 되고 부패와 빈부격차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더 한층 발전시키고,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완화하고, 스웨덴과 같은 서구사회의 사회민주주의를 모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도 신우파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최근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한미일 3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넷째,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일했습니다. 저의 재임 동안 한일관계는 획기적으로 발전했습니다. 1998년 저와 오부치 수상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서 일본은 과거 우리 민족에게 가한 피해에 대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지향적인 노력을 평가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공동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습니다.
그 이후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일 양 국민간의 민간 레벨의 교류가 보편화되었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 한일 민간인 교류는 연간 280만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450만명이 되었습니다. 문화, 예술, 체육,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일어난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일본대중문화에 대해 개방을 단행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류(韓流)’가 크게 일어났습니다. 양국이 공동주최한 월드컵도 매우 성공적으로 치렀습니다. 또한 우리 한국민들은 일본이 전후 평화헌법을 지키면서 세계의 개발도상국 지원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는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헌법개정론, 역사 교과서 개악, 급속한 군비증강 등의 현상이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경화 경향의 근본원인은 무엇보다도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반성을 할 수 없습니다. 반성을 안 하니까 사과나 보상을 할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역사에 대한 왜곡과 우경화에 대해서 인접 국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또한 경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본은 독일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같은 침략국가였던 독일은 과거에 대해서 크게 반성했습니다. 역사교육을 철저히 했습니다.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유적을 보존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서 사죄하고 배상했습니다. 제가 지난 5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독일은 이미 유태인 학살에 대한 수많은 유적을 보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베를린 시내 중심지에 거대한 홀로코스트 공원을 세워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독일의 아낌없는 반성과 피해보상의 태도는 주변국들에게 독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했습니다. 그토록 경계의 대상이었던 독일이 이웃국가들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나토와 EU의 중심국가가 되었습니다. 독일통일에 대해서도 주변국들은 적극 지지해 줌으로써 독일은 유럽 최대의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적게 주고 많이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이 다시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그러한 역사 인식과 개전의 태도를 보일 때, 일본을 안심하고 믿고 친구로서 사귀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한국민은 그러한 한일관계가 하루 속히 오기를 마음으로부터 열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인식과 반성이 부족한 이웃나라 때문에 또 다시 옛날과 같은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악몽에 시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히 최근 후쿠다 야스오 내각이 출범하고 이웃나라에 대해서 성실하게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고 큰 기대를 가지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수천 년에 걸친 이웃나라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입니다. 양국간에는 인종과 문화와 경제 등 장구한 교류의 역사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살았고 학문, 종교, 문화, 경제, 기술 등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우호협력의 시대는 장구한 것입니다.
존경하는 일본 국민 여러분!
일본의 바른 역사 인식 속에 다시 한 번 한일간 우호협력의 아름다운 역사를 재현시킵시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공동으로 노력합시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성에 한국과 일본이 함께 중심역할을 다합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츠메이칸대학 질의응답
질문 : 대통령님 취임기간 중 이루어진 북한방문과 남북정상회담 등의 햇볕정책은 양국관계를 크게 전진시켰다고 생각합니다．햇볕정책을 통해서 남북통일은 결코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그래서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이루어진 후의 문제 즉 남북간 경제격차와 사상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통일 후 정책에 대한 구체적 안을 들려 주십시오．
김대중 전대통령 : 햇볕정책은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 3원칙 3단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3원칙이란 것은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입니다. 3단계는 1단계는 남북이 같이 독립국가를 유지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총리회담, 국회회담 등 서로 협조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는 미국처럼 연방체제로서 지방지자체가 중앙정부와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3단계는 완전통일입니다. 1단계인 남북연합의 원칙에 대해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단계적으로 통일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에서 남북이 서로 이해를 돈독히 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통일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선거로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 역시 상당수준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 역시 북한이 남쪽을 비롯한 일본, 미국 등 세계의 협조와 지원을 얻어서, 물론 핵문제를 해결하면서, 북한 경제도 안정된 후에 완전통일의 단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혼란이나 통일 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통일의 길을 걸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생각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도 같은 생각입니다.
질문 :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남북화해 협력은 남북통일을 가리키는 것인가요? 그렇게 되면 통일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남북의 통일이 실현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 젊은이들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대통령의 남북통일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며 또한 일본이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대중 : 남북간에는 여러 가지 경제격차도 있고 사상의 차이 등이 있기 때문에 통일이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하는데 그런 점이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에 통일국가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일본에 의해서 통일을 잃기 전까지 1,3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해 왔습니다. 저희들은 단일민족, 단일국가, 단일언어, 단일 생활권을 유지했기 때문에 50년, 60년 떨어져서 살았다고 해서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사이에 많은 왕래가 있었습니다. 서로 교류하는 사이에 남북은 서로 이웃사람, 친척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남쪽에 대해서 상당히 동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이 더욱 활발히 교류를 하게 되면 1,300년 동안 유지했던 통일민족으로서의 사고방식 등이 다시 살아나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10년, 20년 걸리더라도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남북은 전쟁으로 통일을 해서도 안 되고 남쪽이 북쪽을 흡수해서도 안 됩니다. 서로가 윈윈의 공동승리의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전 말씀드린 3원칙 3단계 통일의 단계로 진행해야 합니다.
질문 : 저는 동아시아의 평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조금 전 중국이 미국,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반대로 미일은 최근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 강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양자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군비확대만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특히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김대중 : 지금 중국과 미국, 일본은 서로 상대방의 그림자에 겁을 내는 측면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군사적으로 급속히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본도 미국도 중국도 가능하면 서로 협력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싶다는 생각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서로 한편으로는 의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적 공존을 요청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화, 교류, 협력 등을 더욱 왕성히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조금 전 말씀드렸다시피 한편으로는 옛날 모택동 시대와 같은 계획경제, 강력한 공산당 독재시대로 돌아가자는 의견이 있으면서도 대부분은 결국 ‘그런 시대는 지났다, 불가능하다 돌이킬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이 지금 중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경제를 발전시켜서 빈곤한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가능한 전쟁을 하지 말고, 군사적인 부분의 지출을 줄이고, 경제발전에 주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이 너무 강해지면 군부가 그것을 구실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미국과 일본도 군사적 대응을 하겠지만 정도를 넘어서 위협을 느낄 정도만 피한다면 중국도 자기 국내문제에 전념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는 사이에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 중산층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중국에는 중산층이 5천만명이라고도 하고 1억명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중산층은 반드시 민주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과거 산업혁명 후에 영국에서 중산층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당시 영국의 정치를 지배했던 왕과 귀족에게 정치참여를 요구했습니다. 그 때 영국의 왕과 귀족은 현명하게도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평화적인 민주화가 이룩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요구를 귀족이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왕과 귀족이 모두 몰살당하고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중산층 계급은 반드시 돈을 갖게 되면 투표권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도 그러한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중국은 노동자, 농민만 공산당원이 될 수 있었던 공산당 강령을 바꿔서 기업가와 지식인 둘 다 공산당원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식인과 기업가는 중산계급이고 지배계급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중국이 이 정도만 가지고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매일 전국에서 수백 건의 데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권력자가 현명하게 대처해서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은 평화적으로 민주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군부가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주장하여 독재를 강화하거나 탄압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미국, 일본이 현명한 정책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 편에 섭니다. 그리고 중국도 바뀔 것입니다. 바뀌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은 하지만 중국 군부가 미국이나 일본을 구실로 중국 내에서 군사 독재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현명한 배려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또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역사는 민주주의 편에 섭니다. 민주주의가 이길 때는 중산계급이 그 핵심이 됩니다. 그들의 힘이 민주주의를 초래합니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중국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여러분들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 한일관계에 대해서 질문하겠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으로서 한일이 서로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고 발전하는 이웃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동안 역사왜곡 시정을 요구하는 한국의 모습이 항상 한국이 시끄러운 존재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생으로서 과거를 넘어서 새로운 비전 반성이 없는 미래를 향해서 당당하게 일본과 경쟁하고 싶은 생각이 강합니다.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젊은 세대들이 바른 역사인식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대중 : 한국에서 온 여학생이죠. 그런데 여학생이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한일은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몇 천년 전부터 교류가 있었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좋아하고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합니다. 한국은 과거에 문화, 예술, 경제 등을 일본에 보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숙명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만큼은 사이좋게 지내야 행복이고 사이가 나빠지면 불행해 집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면서 불행의 늪에 빠졌습니다. 피해자는 그 침략이 끝난 후에도 과거에 얽매이게 됩니다. 피해를 주는 사람 쪽은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서 사죄를 하고 보상을 해 주어야 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그러한 태도를 취했을 때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일본을 미워하지도 않고 일본의 불행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일본에 대해서 저는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고 보다 좋은 한일관계로 발전시킨 것을 여러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러한 입장입니다. 일본의 여러분들께서는 우리가 마음 놓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역사인식을 바로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기꺼이 일본과 협력을 하면서 한반도 나아가서 동북아시아 전체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 젊은 여러분께서는 과거에 대해서 책임이 없는 대신에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 위에 미래에 대한 공존 공영과 우호 협력에 대해서 여러분들께서 앞장서서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 김 전대통령의 신조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습니다. 김 전대통령은 한국을 크게 변모시킨 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한국의 민주화에 선두에 서서 인권향상에 대해서 노력해 오셨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관계개선과 일본에 대한 대중문화 개방을 이룩하셨습니다. 그 이외에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주도적으로 하셨습니다. 이렇게 해 오신 마음의 신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대중 : 저는 일생을 민주주의를 위해서 바쳤습니다. 한국 전쟁 때 공산주의자들에 의해서 죽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 독재정권 하에서 네 번, 그 중에는 사형선고도 포함됩니다만 4번 죽을 고비를 넘었습니다. 6년 반 동안 감옥생활을 했고 10년 이상 연금, 망명, 감시하의 생활을 겪었습니다. 과거에 저는 아내와 집에서 이야기 할 때에 도청이 무서워서 말을 못하고 작은 흑판을 가지고 필담을 나누었습니다. 정보기관이 저희 집 주변의 3 ~4개의 집을 사서 상주하면서 감시를 했고, 여기 저기 감시 포스트가 있었습니다. 집 주위에는 적을 때는 200 ~ 300명 많을 때는 3천명의 경찰들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생활을 20 ~ 30년 동안 해 왔죠. 저 뿐만 아니라 자식들, 친척을 경제적으로 파탄시켰습니다. 3명의 자식이 모두 취직을 못했습니다. 생활이 대단히 곤란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1980년 신군부는 저를 체포해서 “일본에서 한민통을 만들었다, 한민통은 반국가단체다” 해서 저에게 사형선고를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저의 납치문제를 해결할 때 일본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벌하지 않겠다고 약속 했는데도 깨뜨렸습니다. 저는 이제 죽게 되었구나 생각할 때 군사정권의 리더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에게 협력해 달라. 그러면 당신을 살려주겠다. 군사재판 그것은 모두 요식행위이다. 우리와 협력을 안 하면 반드시 당산을 죽이겠다. 당신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가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일의 시간을 줄 테니까 잘 생각하라.” 그리고 3일 후에 그들이 다시 왔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나도 죽는 것이 무섭다.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할 때 지금 너희에게 협력하면 나는 일시적으로 살겠지만 역사와 국민의 마음 속에 영원히 죽을 것이다. 지금 내가 죽는다면 일시적으로 죽겠지만 역사와 국민 앞에 영원히 살 것이다. 나는 그 길을 택하겠다. 그리고 나의 아내와 아들들은 나를 존경하고 나 때문에 모든 고난을 겪으면서도 나를 격려해 왔다. 내가 너희에게 협력하면 집으로 돌아가서 아들과 아내의 얼굴을 어떻게 보겠느냐. 나를 죽여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의 시황제는 역사 속에서 폭군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탁월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토인비도 「역사의 연구」에서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저는 제가 역사 속에서 살 수 있는 길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저는 국민을 위해서 저의 일신을 바치는 것이 민주주의에 이바지하는 길이고, 역사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것이 제가 역사 속에서 얻은 교훈으로서 일시적인 생이나, 일시적인 영광보다 역사를 위해 국민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비록 괴롭고, 무섭고, 싫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 왔고 이러한 저의 생애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볼 때마다 “고난을 수십년 동안 잘 참아왔구나!”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이나 젊은 후배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인생을 다시 살겠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즐겁게 기쁘게 그렇게 하겠다.” 비록 저의 인생이 부족하더라도 역사와 국민을 위해서 이바지한 일생이라고, 조금 자기 선전을 해서 죄송하지만,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기자간담회 녹취록<2007.10.30, 일본> (2007.10.31)
김대중 전대통령 기자간담회 녹취록
질문1 : 산케이 신문입니다. 24일에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한국 중앙정보부가 주도적으로 일을 꾸민 사건이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조사 보고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시는지, 어떤 점들에 대해서 납득을 못하시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 (조사발표에서) 2가지를 지적했는데요. 하나는 납치가 살해목적이었냐 아니었냐 하는 것과 또 하나는 누가 시켰는냐 하는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 조사위원회는 조사를 해 놓은 것 가지고도 확실히 할 수 있었는데 결론은 제대로 내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납치목적은 살해가 분명합니다. 제가 납치해서 돌아온 후 기자들에게 발표한 내용을 봐서도 분명하고, 또 미국 정보기관이 하는 얘기를 봐서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나를 납치만 하려면 바다에서 그냥 팔목에 쇠고랑만 채워 묶으면 되는데, 칠성판 판자 위에다 묶어 놓고 또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발목과 팔에 30-40kg되는 무거운 물체를 달고, 그리고 이불까지 매달도록 했습니다. 죽이지 않으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겠습니까? 그런 문제가 미진하고, 분명한 살해 목적이었는데 그것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납치를 누가 시켰느냐 하는 것은 그 당시 납치의 책임자였던 이후락 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 과거 국회의원하신 분으로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최영근 의원한테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영근 의원이 우리집에 찾아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후락 부장이) 처음 한달 동안 움직이지 않았더니 박대통령이 다시 지시해서 나를 살해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살해할 목적이었다고 얘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키지 않았다면 이후락 부장이 혼자서 알아서 했다면 이 사건이 터져서 한일관계와 전 세계가 모두 알게 됐는데 왜 이후락씨를 잡아들이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면서 납치에 가담했던 사람들을 처벌을 해야 했는데 안 했습니다. 그런 점만 보더라도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분명한데 이 점에 대해서도 심증만 있다고 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도 납치에 가담한 사람 1명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우스운 것입니다.
질문2 : NHK 기자입니다. 보고서가 나온 후에 김대중 대통령님께서는 한국 정부에게 앞으로 어떤 대응을 바라고 계십니까. 보도에 의하면 유명환 한국대사가 일본정부에 유감표명을 할 것 같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일본정부건 한국정부건 납치사건, 그리고 그 뒷수습에서 나의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해서 항의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상을 확실히 밝혀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SBS 도쿄 특파원 윤춘호 기자입니다. 한국 대선과 관련하여 아까 강연에서도 대선 이후에 집권당이 집권을 누가 하든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총괄적으로 한국대선과 관련하여 기대와 전망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문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현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대중 : 한국대선 문제는 한국 가서 얘기를 해야지.(웃음) 나는 원칙적인 얘기인데 이번 대통령선거는 정말 건전한 정책대결로 했으면 좋겠고, 지금 국민들한테 남북관계나 경제문제가 관심이 제일 큰데 그 문제에 대해서 확실히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그래서 대통령후보를 국민들이 자신을 가지고 선정할 수 있도록 그런 구체적이고 손에 쥐어주는 것 같은 그런 정책을 놓고 선거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은 우리 국민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흔들리지 않는 그러한 우수한 판단력과 정치적 신념을 갖는 국민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도 유권자로서 자유롭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국민들에게 기대를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질문 : YTN 윤경민입니다. 납치사건과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발표를 했을 때 일본정부는 마치무라 관방장관이 정례회견을 해서 "이 시점에 과거 34년 전 사건을 발표를 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친일파 재산을 몰 수 하는 일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까지 비난했습니다. 일본정부의 태도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에 앞서 NHK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만 답변을 하지 않으셨는데,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일본정부에 사과표명을 하는 것이 옳은지 유감표명 정도로 족하다는 보시는지 그것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 나는 지금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유감을 표시하느냐, 또 그것 가지고는 부족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나 내 납치사건에 대해서 진상을 밝힐 의무가 있습니다.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은 일본정부로서는 주권이 침해된 것이고, 나를 일본에서 보호해줄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안해서 나의 인권이 침해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국정부는 그 당시의 정부가 한 일을 현 한국정부가 지금 과거청산 하는 마당에 이것도 분명히 청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관심이 있지, 나머지 사과 수준이라든가 뭘 해야 하느니, 안 해야 하는지 그러한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친일파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관여할 성질의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한 가지 더 첨부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일본이 한국하고 내 문제를 가지고 정치결착을 할 때 내가 출국을 포함해서 행동의 자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동백림사건에 의해서 납치돼서 한국에 왔던 사람들은 프랑스와 서독정부의 항의에 의해서 전부 프랑스와 독일로 돌아갔습니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될 걸로 알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그것을 관철시키지 않았습니다. 또 그 다음에 나는 일본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한일 양국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민통 의장이 됐다는 이유로, 한민통은 반국가단체니까 반국가단체의 수괴다 해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때 나는 일본하고 한국 사이에서 내가 일본에서 한 행동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일본이 그것을 구실로 해서 적어도 내가 죽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물론 일본도 관심이야 있었겠지만 결국 내가 살아난 것은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당선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살아났습니다. 그 때 당시 나는 일본의 그러한 노력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당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내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슬펐습니다. 나는 이런 점에 있어서 당시 나의 출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사형문제를 일본이 저지하지 못한 점, 이런 점에 대해서 나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 : 교도 통신입니다. 아까 대통령님께서는 한국 정부와 일본정부가 진상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일본의 경시청에서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해서 대통령님께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을 시에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대중 : 이번에도 내가 일본을 방문한다고 하니까 일본 경찰이 참고인 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과거에 이 문제를 가지고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렇게 되면 뭔가 수사가 진전이 될 줄 알았습니다. 일본 경찰이 납치사건 조사를 진심으로 할 용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진술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수사를 진심으로 규명할 의지가 있느냐, 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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