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민들을 대변하여 이 서한을 보냅니다. 이 서한이 주한미대사관을 거쳐 귀국 정부에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64년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64년 동안 우리는 참혹한 전쟁을 경험하였고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기를 감수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한순간도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노력은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이라는 커다란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 두 선언은 남과 북이 대결과 불신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실현시켜나가겠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에게 선포한 것입니다.
북미관계에서도 2008년 미국의 테러지원국해제와 영변의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향한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파국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남북대화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대북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 남북교류는 중단상태에 있고 군사적 충돌 위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미관계 역시 새 행정부의 전향적 정책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대북적대정책에 의해 북핵위기가 더욱 증폭되고 북한의 강경조치를 불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작전계획 5029를 수립하였고, 지난 3월에는 한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키리졸브’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강행하여 한반도 정세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미국은 제재 일변도의 강경대응으로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불러오는 대결과 긴장의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미관계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의 관계개선 의사가 확인되는 등 대화와 협상의 기회가 마련되고 있어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하여 북한의 주장과 미국의 주장이 차이가 나지만 중요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희망의 불씨가 지펴졌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과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첨예한 긴장과 대화의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긴장을 줄이고 대화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서 한미양국이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취해야한다고 판단합니다.
민주노동당은 미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한미양국은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기로 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미연합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훈련은 전시작전권 이양을 위한 사전 훈련이며, 작계 5027, 5029에 따른 군사훈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훈련은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군사 행동일 뿐입니다.
특히 작전계획 5029는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명목으로 평시에도 한미군대가 북한 영토를 공격하는 내용의 작전계획입니다. 이같은 작전계획은 국제법과 정전협정에 위반하는 것이며, 북미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첨예한 조건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은 대화의 공간을 없앨 수 있으며 자칫 대규모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남과 북, 북과 미국간 무력충돌 방지장치가 사라진 조건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이 어떻게 번져갈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미양국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2. 미국은 대북제재를 중단하고 북미간 직접대화를 시작해야합니다.
군사적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60여 년간의 교훈입니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은 북한의 더욱 강경한 대응만을 불러올 뿐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대결과 분쟁만을 불러올 대북제재를 중지하고 대화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대화의 방법과 형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6자회담 틀에만 의존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핵문제의 직접 당사자이며 첨예한 이해관계자인 북미간 직접대화가 선행되어야 실질적인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정부가 세계 최대의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분쟁 당사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기를 바랍니다.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항상 주시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