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여주는 이러한 ‘통 큰 정치’의 모습에 비해 미국의 행보는 아직까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큰 그림을 하노이와 시드니에서 제시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미국이 취한 조치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남북교류와 대화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북핵문제의 선결‘이라는 전제조건은 빠뜨리지 않는다.
...북의 불능화 조치와 미국의 정치적 조치 간의 비대칭성을 볼 때도 그렇다. 북은 물리적인 조치를 취해서 핵시설을 불능화해야 하고, 불능화 이후에는 설사 마음이 바뀌어서 핵시설을 재가동하려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 원상복귀가 가능하다. 합의를 위반하고 몰래 재가동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미국의 조치는 대통령이 문서에 서명하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북이 합의를 위반한다면, 혹은 다른 정치적 조건이 형성된다면 다시 대통령이 북을 테러리즘 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원상복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