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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합의는 미국판 대북포용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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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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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한반도와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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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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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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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합의는 미국판 대북포용정잭
[기고]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위기 상황은 2월 13일 베이징 제5차 3단계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Initial Action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Joint Statement)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북한 핵문제로 인한 위기국면은 ‘동결’(crisis freeze)됐다.
이 합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첫 단계로 조그만 진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동북아 역학구도의 변화와 남북관계에 미치는 의미는 무척 크다. 북한 핵무기의 궁극적 포기를 전제로 한 ‘2·13 합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로 가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국제질서의 ‘민주화’ 요구: 미국 대외정책의 수정
이라크와 이란의 중동 문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부시 정부에겐 북핵 문제의 타결이라는 외교적 성과가 절실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북미 간 수 차례의 협의과정을 이끌어 낸 변화의 계기는 북한의 변화가 아닌,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등과 관련해 북측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 차원에서 북 핵실험, 중간 선거의 패배로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등을 돌린 국민 여론과 민주당의 의회권력 장악,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다 이란 핵문제의 도전으로 인한 중동정세의 긴박함 등이 대북정책을 변화시킨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세계 문제에 대한 비효율적인 미국의 과도한 개입과 부시 대통령 집권 6년 동안의 대외정책의 실패와 맞물려 있다.
21세기 세계 정세의 특징은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unipolar system)가 퇴조하면서 세계적 차원의 전략 단위의 다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 있다.
중국의 세계대국으로의 지위 부상, 러시아의 가파른 국력 회복(이는 클린턴 시절에는 거의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 EU의 독자적·중립적 위상, 이란의 에너지 자원과 이슬람 국가 내의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추구, 남미 지역 내 반미 분위기의 광범한 확산 등으로 냉전체제 해체 이후 10여 년간 미국 유일 헤게모니를 수용해왔던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면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비협조적이거나 심지어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중국-러시아, 이란-러시아, SCO(상하이협력기구)의 활발한 연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인도의 이중플레이, 자원 공급원 확보로 친미 일변도로 나아갈 수 없는 EU의 입장 등 모든 것은 미국에게 비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세계질서 미국 우위의 다극체제로 변화 중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 우위의 세계 속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EU 등은 이제 세계정세의 각각 중요한 하나의 전략단위로 부상 중이다. 이들 각 전략 단위들은 상호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연대와 반미연합을 구축하면서 점차 미국의 유일 헤게모니 질서를 동요시켜 21세기 중반쯤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냉전체제 붕괴 후 상당기간 유지되었던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미국 우위의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 간 전략적 이해가 쉽게 일치하리라고 결론짓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미국에 대항하여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예상가능한 시기 안에 중국,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미국 일방주의에 의해 국제관계가 규정되는 현실은 점차 변화할 수밖에 없다.
부시 정권의 ‘네오콘’이 주도한 군사력 중심의 일방주의적 사고와 대외전략은 미국의 국력을 소진시켰고 동맹국가와 미국에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이웃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다.
미국은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전략 단위들의 연대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반미연합 형성을 막아야 했다. 억제와 봉쇄로 규정할 수 있는 대중(對中)정략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하여금 러시아, EU, 인도, 그리고 중동 국가들과의 반미 연대를 구축하도록 부추겼다.
여기서 미국의 ‘현실주의자들’은 대중 압박과 봉쇄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미·중 간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의 일치 속에서 미·중 협력구도가 작동할 수 있었다.
‘2·13 합의’, 부시 정부의 ‘전략적 선회’(Strategic Swing)
‘2·13 합의’는 미국 대북정책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의 일방적인 선(先) 핵포기를 주장하면서 북·미 양자회담을 거부해온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전환은 이미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예고되었다.
부시 행정부는 대북 강경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보유 의지에 대해 ‘악의적인 무시’ 이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던 중에, 마침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2006.7.5)와 핵실험(2006.10.9)의 파국적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인한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는 북핵 ‘완전폐기’로부터 핵무기 ‘확산방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북핵폐기 정책을 전면 폐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현 단계에서는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그동안 미국이 강력히 주장해온 북핵 완전폐기 문제는 외교적인 타협과 협상에 의한 ‘장기과제’로 설정하면서 북한을 미국의 동북아 전략구도 속에 끌어 들여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북한의 생존전략으로서 주도면밀하고 일관된 대미(對美) 핵전략이 부시 정부의 현실적 타협을 끌어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동북아 국제질서는 중동지역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와는 다르다.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동북아 지역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전쟁을 감행하기가 어렵다.
동북아 국제질서는 중동의 역학관계와 달라
대북 무력 제재에 한국과 중국의 동의를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북 경제제재는 오랜 폐쇄경제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에게 커다란 충격이 되지 못했고, 특히 한국과 중국의 대북경제제재에 대한 동참 불가 입장으로 미국은 한층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바로 이러한 미국의 한계를 활용해 비대칭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왔다.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내세운 비대칭전략으로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데 실효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핵개발의 비대칭전략도 한계가 있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억지력이 북한의 체제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전략은 머잖아 오류였음이 판명될 것이다.
미국의 사활적(vital) 이익은 중동지역 문제에 달려 있다. 이란, 이라크의 중동지역 문제 해결 방식은 과연 미국이 앞으로도 21세기 세계를 관리하고 끌어갈 수 있느냐 하는 미국의 역량과 리더십의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한계와 동요를 미국 책임으로 여기는 자성(自省)적 시각이 미국 내 여론주도층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동과 동북아 지역을 동시에 통제하는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미국은 우선 상대적으로 협력 가능한 지역부터, 그리고 쉽게 진화(鎭火)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협력 비전 기대
이 가운데 동북아의 북핵 문제가 놓여 있다. 미국은 동북아의 북핵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된다면, 이를 추동력으로 삼아 중동정치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면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데에 커다란 기대를 품을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미국 대외정책의 현실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전략가 그룹의 정치적 결단으로 부시 판 대북포용정책인 ‘전략적 스윙’이 나타났다.
‘2·13 합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의 합의문이다. 이러한 ‘2·13 합의’가 궁극적으로 북·미, 북·일 수교의 징검다리가 된다면, 이는 21세기 세계 속에서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동북아 지역의 20세기적 냉전 유산을 청산하는 합의문으로 기록될 수 있다.
또한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남북한을 비롯한 6자 간의 동북아 판 새로운 ‘평화와 협력’의 틀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위한 비전 제시도 기대할 수 있다.
출 처: 국정브리핑(korea.kr)
작 성: 통일연구원 조민 선임연구위원 (chomin@kiny.or.kr)
게시일 2007-03-13 11:3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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