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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경제 협력 진전과 남북 경제 협력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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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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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북한경제와 남북한경제공동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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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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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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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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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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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의 제재로 북한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사람들은 평양의 활기를 말한다. 북한의 경제적 자신감도 말한다. 왜 그럴까? 제재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제재는 군수 산업의 대외 수출을 봉쇄했을지 모르나, 북한의 대외 무역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북중 경제 협력 때문이다. 북중 경제협력은 양국 우호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며, 북핵 질서에서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장기적으로 남북 경제 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왜 북한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가?
북한과 중국, 양국의 경제 협력은 이미 구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의 대중 무역 규모는 2007년과 비교해서 41% 증가했다.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였다. 압도적 비중이다. 이번 원자바오-김정일 회담 이후 북중 경제 협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무상 원조가 이루어질 것이며, 압록강 다리 공사로 중국의 동북 지역과 북한의 경제적 연계는 더욱 긴밀해 질 것이다.
사실 북중 양국의 경제 협력은 이미 밀접한 연계 관계를 갖고 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다. 북한 소비재 시장에서 중국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북한의 구매력 수준은 매우 낮다. 소비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운동화, 의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중국산 소비재가 북한 시장을 휩쓰는 이유는 바로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생산재 시장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에 필자가 처음 북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 이따금씩 일본 기계들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2006년과 2008년 평양에서 열린 상품박람회에 갔을 때 방문했던 대부분의 북한 공장의 설비들은 중국제였다. 북한은 생산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산을 선호한다.
두 번째는 지리적 근접성이다. 북한과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거리가 가깝고, 육상물류가 가능하다. 당연히 물류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한국을 포함해서 국제적인 인도적 지원 단체들이 곡물류나 초보적인 기계류들을 중국에서 현지 조달해서 북한에 지원하는 이유는 바로 물류비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제3국과 북한의 중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정치적 변수다. 북중 경제 협력은 핵문제나 정치·군사적인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국은 과거에 비해 전략 물자의 북한 반입에 대해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 무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정·경 분리 정책을 취한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를 적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채택한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지만, 제재의 대상은 명시적으로 대량살상무기에 한정하고 있음을 중국은 분명히 하고 있다. 군수용이나 민수용의 이중 용도 제품에 대해서도 중국은 보다 신축적인 용도 판정을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결의안 결정 과정에서 유권 해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모호한 규정을 관철시키고, 이러한 규정을 통해 정상적인 무역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정상적인 무역에 제재를 취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 북한 경제, 중국의 동북 경제권에 편입되나?
중국의 산업 구조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지역 격차가 크지만, 전반적인 산업 구조 고도화 현상을 부정하기 어렵다. 노동 집약적 산업은 이미 경제 특구에서 경쟁력을 잃고 지방 산업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다시 말해 북한의 낮은 임금과의 연계를 추진할 수 있는 경제 발전 수준이 되었다. 북한 역시 1990년대의 나진 선봉, 2000년대의 개성 공단과 신의주 특구를 추진하면서, 외자 유치 정책의 다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나진 선봉에서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화교 자본의 유치는 성공하지 못했다. 개성 공단 역시 흔들거리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너무 높은 대중국 경제 의존도에 대한 경계심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 북중 경제 협력은 양국의 경제 논리에 부합하고 있다.
향후 북중 경제 협력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은 중국의 동북 진흥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교통 물류망의 정비가 중요하며, 그 핵심에 동변도(東邊道) 철도가 있다. 이 철도는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작해서 단둥, 지린성 퉁화, 투먼, 헤이룽장성 무단장을 연결한다. 총연장은 1,380km에 달한다. 중국의 동북 3성을 연결하는 철도망으로 기존의 동북 지역 13개 철도지선과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노선은 북중 접경 지역과 연결되어 있다. 바이허(白河)~허롱(和龍) 구간은 이미 2008년 12월 20일 개통했으며, 전 구간이 착공해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북중 양국의 합의 사항 중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신압록강대교의 건설이다. 북한은 이미 2002년 10월 파격적인 ‘신의주 특별행정구역’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이 중국 국내에서 금융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필자가 만난 단둥 지역의 정부 관계자들은 신의주와의 경제적 연계에 관심이 많았다. 중국은 신의주에 위탁가공단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저렴한 양질의 생산거점을 만들 수 있다면, 다리 건설과 같은 물류망 구축과 더불어 전력 지원도 가능하다는 것이 당시의 입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신압록강 다리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동북 경제와 북한 경제를 이어주는 경제적 연계의 다리가 될 것이며, 북한의 임금 경쟁력과 중국의 산업 구조를 결합하는 다리가 될 것이다.
둘째, 중국의 훈춘에서 북한의 나진까지 93km의 도로 건설 역시 매우 중요하다.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은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의 두만강 개발계획을 통해 태평양으로 직접 진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두만강 개발은 결국 북한과 러시아와의 복잡한 이해 관계가 개입되면서 진전되지 못했다. 중국은 이제 독자적으로 나진항을 활용할 수 있는 육상교통망을 선택했다. 동변도 철도의 통과 지점인 훈춘은 중계 거점이 될 것이다. 중국은 훈춘~나진 육상 물류를 통해 동해 항구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동시에 압록강 경제권과 두만강 경제권은 중국의 동북 지역을 통해 더욱 경제·지리적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북한 경제가 중국의 동북 경제권에 노동력과 물류 측면에서 편입되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을 동시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역시 극동 개발에서 북한의 경제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나진항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은 일단 중국이 유리해졌지만, 러시아 역시 나진항을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해상물류거점으로 생각하기에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 역시 2012년 블라디보스톡 APEC 회의를 준비하면서, 극동 개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중 양국 중심의 동북 경제권이 북한을 둘러싼 중러 양국의 경쟁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북중러 삼각협력으로 발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동북 경제권의 부상과 남북 경협의 과제
북중 경제 협력은 더욱 진전될 것이다. 중국 중앙 정부의 정치적 이해가 있고, 중국 기업의 경제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동북 지방 정부의 인프라 확충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남북 경제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기본적으로 북중 경협과 남북 경협은 보완 관계이기보다는 경쟁 관계다. 광물 자원, 노동력 등 북한의 몇몇 경쟁력 분야는 제한되어 있다. 북중 경제 협력이 늘어나는 만큼 남북 경협의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통 물류망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장기적으로 북중러 삼각 연계망과 남북 축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혹은 중기적으로 물류의 기본축이 동북 지역 중심으로 형성되면, 남북축의 기능과 역할은 줄어들 수 있다.
남북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 세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는 남북 경제 공동체의 건설이다. 그동안 노태우 정부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화해 협력-국가 연합-완전 통일이라는 3단계 통일 방안을 유지하고 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핵심은 바로 경제 공동체의 건설이다. 현재의 남북 경제 협력은 바로 미래의 경제 공동체 건설이라는 목표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북중 경제 협력의 진전은 그만큼 남북 경제 공동체의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표준 문제이다. 이동 통신, TV 전파 방식 등 상징적인 표준이 있는가 하면, 각종 소비재의 기술 표준도 있다. 북한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 심화는 결국 남북한의 표준 격차를 벌릴 것이고, 이 모든 것이 통일 비용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는 남북 경제 협력의 기회 상실이다. 경제 협력은 분업을 의미한다. 기술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면, 그만큼 경제 분업의 가능성은 멀어진다. 이미 한국의 중소 기업 업종들도 과거 1960~70년대와 달리, 자동화 비율이 매우 높다. 그야말로 단순 노동 집약 업종의 비중은 그동안 꾸준히 줄어들어 왔다. 최근 북중 경협이 남북 경협에 비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북중 양국의 경제 분업이 남북 경협에 비해 적합도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제 협력에서 타이밍이 중요한 변수로 지적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술 집약적 분야의 분업은 훨씬 복잡하다. 노동 집약적 산업의 분업과는 달리, 첨단 업종이 요구하는 높은 기술 교육 수준과 노사 문화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때를 놓치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북중 경협의 활성화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양국의 경제 분업이 구조화되고 있고, 지리적 이점과 정치적 관계의 진전으로 질적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남북 경제 협력이 지금처럼 주춤거린다면, 남북 경제 공동체의 꿈은 멀어질 것이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동북 경제권의 형성이 우리에게는 힘겨운 도전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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