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찬성 91표, 반대 21표, 기권 60표로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다음달 중순 유엔 총회에 상정돼 최종 채택 절차를 밟게 된다. 결의안은 통과가 확실시된다. 유엔 총회는 지난해에도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 인권위원회(올해 인권이사회로 격상)도 2003~2005년 3회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도 예년과 비슷하게 공개 처형, 탈북자 강제 송환, 여성의 인신매매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하고, 북한 당국에 유엔 인권기구와의 협력,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북한 주민 접근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 등 재개 필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유엔 총회의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결의안 상정 및 통과 여부가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사실이다. 유엔 총회나 인권위원회는 인권 전문가들이 아니라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의 인권 상황은 아무리 심각해도 결의안이 상정되지 않거나 상정되더라도 부결되어 왔다. 또 북한 인권 결의안은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주로 언급하고 있는 대신 북한 주민의 시급한 생존권과 평화로운 삶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
올해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가 주목 받는 것은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투표에 불참하거나 기권해왔다. 정부는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감하면서도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찬성하지 못했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6일 북한인권 결의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하고 그 배경에 대해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신장에 기여하고 인권분야에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지금까지 투표 불참과 기권을 표하면서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작용한 듯하다. 정부의 찬성 입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선과 북한 핵실험으로 악화된 국제여론이 반영되었다. 말하자면 선의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다. 정부의 찬성 입장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 옹호와 북한당국 압박을 통한 인권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해 실질적 인권 개선은 물론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전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 인권’ 향상 계기로－
북한은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정부의 찬성 결정을 “미국의 반공화국 인권소동에 동조한 것으로서 6·15 공동선언의 기초를 파괴하고 북남관계를 뒤집어 엎는 반통일적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핵실험 이후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향후 이를 빌미로 필요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그 책임을 남한 정부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부는 북한 인권 결의안 찬성을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하도록 되었다.
정부는 향후 북한 인권 결의안 상정시 남북한 화해 협력과 평화 정착, 그리고 인도적 지원이 실질적 인권개선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또 북을 향해서는 중단되어 있는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이산가족 상봉 및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보안법과 사형제 등 국내의 반인권적 법제를 개폐하여 북한 인권 개선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여 바람직한 통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북한 인권을 둘러싼 보편성·특수성 논쟁은 ‘한반도 인권’ 향상의 길로 수렴될 것이다. 북한 인권 개선은 우리 모두의 인권 향상을 위한 성찰의 거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