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66조 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그러나 헌법에 나온 이 조항을 별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대통령이다. 그들에게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은 대통령의 의무(義務)가 아니라 의무(義無)다.
최근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발간한 <2009 통일교육지침서> 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이번 통일교육지침서는 ‘평화의식 함양과 상호존중의 자세’ 항목은 아예 제외 됐고, 북한 체제를 ‘퇴행적 체제’ 로 명시해 놓고 있다. 한마디로 평화는 사라지고, 대결만이 남아있다.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 과 ‘비핵 개방 3000 구상’ 등 남북 대결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온 이명박 정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는 몰라도, 이를 청소년들의 통일교육지침으로 하겠다는 것은 절대 용납되선 안되는 일이다.
6.15 공동선언에는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내용이 담겨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번 발표한 지침서는 6.15와 10.4선언의 평화통일의 약속을 단숨에 깨버리고 있다. 북한 체제 붕괴를 목적으로 교육 내용을 공식화화 해놓고서, 이제 이 지침서로 청소년들에게 통일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퇴행적 체제’를 가진 북과 어떻게 평화적 통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대결 정책 내세우면 결코 통일은 없다. 대결 정책의 앞길은 대립과 갈등, 충돌만 있을 뿐이다. 개성공단과 대북제재등의 사안만 놓고 봐도 지금 그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잃어버린 10년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국정운영의 큰 흐름은 남북관계도, 통일의식도 시계태엽을 뒤로 감듯 돌려놓고 있다. 문제는 10년이 아니라 50년이 훌쩍 넘는 남북의 암울한 시절로 되돌아갈까 걱정된다.
이명박 정부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반통일 교육을 즉각 중단하고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위한 교육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이번에 발표된 통일교육지침서의 이름을 아예 ‘반북 교육지침서’ 로 해야 함이 옳다. 이명박 대통령, 우리 좀 더 솔직해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