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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 지원이 순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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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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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연구센터 /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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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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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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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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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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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70%가 옥수수 죽으로 연명
■ 이코노미스트, 한국인 비판
■ 현 정부 처음으로 지원되는 옥수수 1만 톤
■ 대북 제재만으로 비핵화 달성할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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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70%가 옥수수 죽으로 연명
인도주의는 크게 어려운 사상도 철학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범위를 좀 더 넓히기만 하면 된다. 나뿐만 아니라 내 이웃이,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인도주의의 본질이며 시작이다. 인도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척박한 삶의 환경 속에서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국제연합이 채택한 제재 결의 제1874호는 북한에 대한 모든 상업적 거래와 금융 지원을 금지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에 대하여는 국제 사회의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은 기아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기본적 인권과 적절한 식량에 대한 접근권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에 따르면 “5세 이하의 북한 어린이 37%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으며 “북한 여성의 3분의 1이 영양실조 및 빈혈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대북지원단체인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원산 부근에서는 주민 70%가 풀을 섞은 옥수수 죽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박사도 북한의 올해 곡물생산량이 작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는 순수 자체생산량만으로는 매년 117만 톤의 식량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는 북한이 내년에는 150만 톤 이상의 식량 부족이 주는 극심한 비인도적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 한국인 비판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굶주림이나 열악한 보건 및 의료 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두고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당연히 경험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무감각하게 받아들일는지 모른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혐오감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그 주민이 당하는 기아와 질병을 북한 지도자가 그간에 보여 온 행동의 인과응보쯤으로 간주할는지 모른다. 너무 자주 접하는 소식이라 이제는 충격에 둔감해져 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서방국가들이 이런 참극을 외면했다는 수치를 조만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민에 대하여는 통일을 바란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북한을 다른 나라,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들로 생각하면서 북한을 내버려 두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당국은 북한 주민의 시급한 식량 및 보건 문제에 시큰둥하다. 정부는 순수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 경제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작년 말 이후 북한주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남북협력기금 지원은 매우 인색하다. 정부는 2009년 남북협력기금 사용계획을 짜면서 쌀 40만 톤, 비료 30만 톤을 각각 지원할 수 있는 6천437억 원을 대북 직접지원 예산으로 책정했지만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은 35억7300만원이며 10월 중에 10억 원 미만의 남북협력기금지원이 예정되어 있을 뿐이다. 더욱이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에는 국내민간단체의 모니터링 인력과 전문기술 인력의 북한방문을 제한하고 인도적 대북지원물자의 반출 승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위해 마련된 많은 물품들이 인천항에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원 물품이 전달되지 않아 민간단체들이 북한에서 진행하고 있던 각급 병원, 농장, 탁아소, 학교 등 지원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많은 어린이와 환자들의 급식과 치료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봄철에 지원되어야 할 영농 자재와 비료는 때 맞춰 전달되지 않아 수확기의 곡식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병원에 지원될 예정이던 의료용품이 전달되지 않아 하루가 급한 환자들은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거나 고통이 연장되고 있다.
■ 현 정부 처음으로 지원되는 옥수수 1만 톤
다행히 정부는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사실상 연계하여 대북 물자 반출에 대한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인천항에 쌓여 있던 나눔인터내셔널의 엑스레이 등 의료장비에 대한 대북 반출을 허용하여 국내 병원들이 기증한 장비들이 북한 병원에 지원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한 어린이 의약품지원본부는 지난 5월 신축된 평양만경대 어린이병원 소아과 및 산부인과에 들어갈 검사장비, 시약, 집기류 등의 반출을 재신청하였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지난 5월 20일부터 인천항에 보관중인 콩우유 생산시설에 대한 대북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비록 1만 톤의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옥수수지원을 결정하고 북측 적십자사에 통지하였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이루어지는 정부 차원의 첫 대북 식량 지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 주민의 현실 문제에 대하여 국제 사회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 정부는 특별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영양 실조와 이로 인한 질병 발생은 세대간에 반복되는 현상이다.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및 미네랄의 결핍으로 인해 북한의 어린이들은 신체 성장 뿐만 아니라 정서 및 두뇌 발달에 있어서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북한 아동의 성장 지체는 결국 우리 민족의 역량을 확대하고 키우는데 장애가 될 것이다. 대다수 북한 주민의 빈약한 영양 상태와 질병은 통일된 한국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행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민간 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 북한 주민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식량 및 보건 의료의 지원이 숭고한 인도주의의 실천으로서 의미를 갖는다면 우리에게는 그 외에도 현실의 안보와 경제 문제에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사안으로써 그리고 통일과정에서의 민족적 기반사업으로서의 의미가 부가되어 있다.
이렇듯 2중 3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가 과거에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쌀, 비료 등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 지원을 재개하고 민간 단체에 의한 남북협력기금 집행을 더욱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남북협력기금법이 명시한 기금 사용의 용도로서 민족의 신뢰와 민족공동체 회복은 교류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보장되어야만 달성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보건 의료의 결핍에 노출되어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하여 국제 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 왔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의 정책 변화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지원을 끊게 되면 화해와 협력의 당사자로서 고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할 남북간의 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둘째, 정부는 민간의 대북 인도 지원 물품에 대한 선별적 반출 승인을 철회하고 전면적으로 허용하여야 한다. 인도주의의 실천은 상대적 우월감 속에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인도주의는 인종과 피부색, 체제와 이념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모든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른 인종, 피부색, 체제와 이념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 민간 단체들이 지원하는 실천 속에서 살아난다. 더욱이 같은 민족이며 평화 통일의 타방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을 돕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누차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굶고 있는 북한 주민의 먹을거리와 질병의 고통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의 치료에 필요한 약품 및 기자재의 반출을 제한하거나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행위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야만성의 표현이다.
셋째,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 제한 조치는 북한을 둘러 싼 국제 관계의 변화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북한은 최근 억류되었던 개성공단 근로자의 송환과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 조문단 파견 및 대통령 면담, 북한의 임진강 상류 황강댐 방류로 인하여 발생한 한국민의 피해에 대한 유감 표명, 북한에 구금되었던 미국 여기자의 석방 등 적극적인 유화 조치를 통해 국제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상응하여 미국은 6자회담의 틀이라는 수식어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과의 양자 회담에 응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밀월관계”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국제 사회도 북한에 대한 인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향후 2년간 대북 지원 사업에 1752만 달러를 배정하여 북한 주민들의 영양 실조 문제와 보건 의료 상황의 악화 방지를 위해 필수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지원, 상수도 개선 사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미국의 대북 지원 민간단체들도 북한에 대한 제재의 중심에 있는 미국 정부와 별개로 북한에 대한 의료 및 식량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샘 의료복지재단은 의료진을 중심으로 이달 말 방북하여 의료봉사와 함께 청진기, 혈압측정기, 붕대 등 기본의료장비를 담은 왕진가방 3천개를 북한 진료소에 전달할 예정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월드비전도 지난 9월 말에 방북하여 밀가루와 콩, 수도 사업에 필요한 물자들을 보낸 바 있다.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 방북 시에 경제원조에 관한 교류 문서에 합의하고 압록강대교의 무상건설 뿐만 아니라 2,000만 달러에 상당하는 식량 및 에너지 지원을 약속한바 있다.
■ 대북 제재만으로 비핵화 달성할 수 없어
미국의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이번 달에 나온 대북경제지원연구 보고서에서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오히려 북한의 호전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을 통한 대북 자금 지원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노력이 궁핍한 북한 주민들을 구제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주저하면서 남북 관계 경색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민간 단체의 인도 지원 마저도 계속해서 억제한다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이끌어 내고 평화적인 남북 관계의 회복이나 상생과 공영의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 대북 인도 지원을 추동하고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찾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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