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과 바람
Ⅱ.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정권인가?
Ⅲ. 갈등의 공존과 해소 그리고 제도화로서의 민주주의
Ⅳ. 어떤 제도가 좋다고?
Ⅴ.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Ⅵ. 역(逆)민주주의로서의 이명박 정권
이명박 정권의 성격이 파시즘이나 나찌즘의 정치적 성격과는 구별되지만 동시에 덜 공고화된 민주주의가 만들어내는 정체성(停滯性) 혹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 부족에서 오는 정치적 미숙함과도 구분되는 체제적 특징을 갖고 있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심지어는 그 이전의 문민정부도 수준이 문제였지 민주주의 정권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들은 덜 성숙한 민주주의였을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존립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체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 단계의 이명박 정권은 분명 민주적 태생을 지니고 있어 반민주적 정권은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질적 내용을 악화시키고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제도적 작동을 마비시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진적 민주주의 정권(backward-propelling democratic regime)이라고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학문적 시민권을 얻은 개념은 아니지만 역(逆)민주주의는 남미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인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의 한국적 적용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다. 특히 책임성과 반응성이 저하된다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위임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공고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으며, 국민투표에 대한 의존 등 포퓰리즘의 성격과 정치의 제도적 작동이 유약하다는 의미가 강한데 비해, 한국의 역민주주의는 이미 일정 정도 진행된 민주주의의 제도화 수준을 집권 세력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화시키며, 민주주의 제도를 철폐하지는 않지만 제도의 작동 양상을 왜곡하여 과거 권위주의 정권처럼 대중을 소외시키거나 침묵시키려 하는 등 결과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조절하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운영 원리를 노골적으로 훼손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 결과물로서 시민을 축으로 하며 활동적인 대의제를 갖춘 진정한 민주주의의 활력은 사라지고 정치로부터 소외된 대중 속에서 형식만 민주적이고 교묘한 지배 장치로 무장한 새로운 권위주의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대한 저항이 크다면 한국 사회는 계속해서 갈등의 해결 출구를 찾기 위한 지속적인 충돌로 점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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