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의학박사 출신의 북한 엘리트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오랫동안 해외에 체류하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고 한다. 자신은 비정부단체에서 활동하며 지위가 낮아 정치와 외교를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의 내부 현황뿐 아니라 한국 국회와 주요 정당, 외교안보 부처의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필자가 북한식당에서 식사하자고 제안하자 그는 필자 명함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어딘가에 보냈다. 다음 날 허락을 받았다며 다시 만나 토론하자고 연락해왔다.

  그는 다양한 주제를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조선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구 기준으로 6000달러가 넘는다. 평양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술집과 커피숍 식당이 많고 서구 명품을 소비하는 부유층도 형성됐다. 현금 사용은 크게 줄고 중국처럼 QR 결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 개인 자동차가 허용된 뒤 신형 마이바흐와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도 수입되고 있다. 10월 6일 전후로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삼지연 관광은 연내 개방되고, 원산갈마지구는 국내 관광객이 많아 해외 개방이 다소 미뤄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동에서는 50여개의 북한 식당이 경쟁하고 있다. 식당마다 수십명의 여성 복무원이 일하며 춤과 노래, 악기 연주가 가능한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평양의 소비문화, 저출산과 지역 격차

  필자도 단동에서 명품을 입은 북한 청소년들을 볼 수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단동의 고급 호텔과 식당, 커피숍에서 수억원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북한 주민들도 보았다. 현지인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부유층을 부이대(富二代), 홍삼대(紅三代), 전삼대(專三代) 등으로 부른다. 각각 부유층의 자녀, 고위 당원과 관료 집안의 후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는 북한 내부의 문제로 저출산과 격차를 꼽았다. “사교육비가 늘면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정부가 출산장려 보조금과 국내 여행권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평양과 지방 사이의 격차는 상당하다.”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도 퍼져 주민들의 부담이 크다고 했다. 평양의 소비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와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이야기가 함께 나왔다.

  그 자신이 평양 지도층의 전략을 알 수 있는 지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평양 지식인들 사이의 담론과 전망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당시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외교안보 정책의 원칙과 발언이 일관되지 않고 말과 행동도 다르다. 지지율도 낮다. 섣불리 남북접촉에 나섰다면 양측 모두 곤란해졌을 것이다. 지금처럼 접촉하지 않는 편이 양측에 이익일 수 있다. 이재명정부에서는 제3국을 거친 우회적 교류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군이 군사주권을 갖고 있어도 잘사는 한국의 발전방식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만나서 싸우고 증오하기보다 높은 담을 세우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5.24 조치도 해결하지 못한 점을 남측의 한계로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북미 정상회담이나 이재명정부 시기 남북접촉이 재개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는 대화의 징검다리가 될 만한 방안을 상부에 건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반도평화법안과 북미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는 미국의 의원 및 관계자들을 북한에 초청하는 방안이었다. 브래드 셔먼, 추디 추, 데이브 민 의원의 이름도 전했다.

  한국인의 개별 관광도 제안했지만 그는 현재 한국 국적자와의 접촉이나 초청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에 체류하는 외국 국적 교민은 자신의 권한 안에서 초대할 수 있다고 했다.

남북·북미 대화에는 부정적 전망

  이번 대화에는 필자가 처음 듣는 평양의 변화도 적지 않았다. 물론 한 사람의 설명만으로 북한의 현실이나 지도부의 판단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 간 접촉이 끊기면서 우리가 북한 사회를 얼마나 더 알기 어려워졌는지 돌아보게 됐다. 북한 지도부에 대화를 제안하는 일과 함께,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 이 글은 내일신문-오피니언-한반도 2026년 9월 29일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