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래 중에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거기 노랫말이 이렇습니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리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여진대도 헤여진대도
심장속에 남는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잊어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속에 없는이 있고
잠간 만나도 잠간 만나도
심장속에 남는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짧은 만남과 영원한 이별의 반복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쉽게 잊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심장에 남습니다. 그러는 게 어디 사람뿐일까요. 시간, 장소, 경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사롭게 지나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강렬한 기억과 인상으로 남는 것들이 있죠. 제게 이번 평화순례는 ‘심장 속에 남는’ 것이었습니다. 북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이전에 분단이라는 체제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느낀 바가 많아 몇 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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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간 곳은 뤼순관동법원과 뤼순감옥입니다. 우리에게는 안중근이 재판을 받고 순국한 장소로 유명한 곳들이죠. 안중근 의사뿐 아니라 당대 조선과 중국의 수많은 항일투사들이 이곳에서 부당한 핍박을 당했습니다. 마침 이곳에 방문한 날짜가 만주사변이 일어난 9월 18일이었는데요, 만주사변을 기억하는 수많은 방문객들과 함께하니 관람하는 마음이 남달랐습니다.
 압제가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고, 투쟁이 있습니다. 제국주의의 만행과 잔혹성을 잊지 않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의 투쟁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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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로 4~5시간을 달려 압록강단교/조중우의교에 도착했습니다. 압록강단교는 전쟁 시기 미군의 폭격으로 끊긴 다리로, 지금은 중국의 관광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아직 운영 중인 조중우의교가 붙어있는데요, 밤에도 커다란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긴 줄을 서서 오가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끊긴 다리의 끝에서 바라본 신의주의 야경인데요, 불과 몇 년 전에는 불빛도 제대로 안 들어왔고, 건물도 대개 야트막하였다는데 그새 풍경이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북한 도시는 처음 보는데, 기분이 많이 이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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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분이 이상했던 것은 강 건너 신의주보다도 직접 발 딛고 선 단둥이 더 낯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신의주-단둥의 아침 풍경입니다. 근방 10km가량이 통제되는 ‘전방’으로서의 국경이 아닌, ‘일상’으로서의 국경의 모습은 살면서 처음 보았습니다. 너무도 평화로운 하루를 지내는 단둥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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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에는 배를 타고 압록강을 유람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지척이 북한입니다. 다락밭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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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풍댐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강을 타고 쭉 간 것이라 아무래도 완전히 벽지였지만, 그래도 인구가 꽤 되는지 이런저런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건물만 본 게 아니라 사람들도 정말 많이 봤어요. 북한 사람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사람, 자기 몸의 두 배는 돼 보이는 짐을 지고 걷는 농부, 다리 위에서 수다 떠는 사람들… 구태여 촬영은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사람이라 신기하다고 찍어대는 그런 사람이고 싶지는 않아서요. 물론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얼결에 화면에 걸린 모습들도 좀 있습니다만, 이곳에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참, 북한 쪽에는 강변 따라 드물게 초소가 몇 개 있었는데, 거기서 담배를 태우던 북한 군인 한 명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더라고요. 북한 주민과의 소통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것도 소통이라면 소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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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장에 박혀있는 그 수풍댐입니다. 한때는 동양 최대 규모의 댐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봐도 정말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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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고구려 유적을 보았습니다. 사진 순서대로 태왕릉, 광개토대왕릉비, 장군총입니다. 고대사에 조예가 깊지는 못하지만, 교과서에서나 보던 풍경을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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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압록강 쪽으로 돌아왔는데, 정말 우연찮게 북한 식료품을 취급하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또 올 기회가 있을 줄 알고 몇 개 안 샀는데,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후회되는 일입니다. 다음을 기약해야겠지요. 다음에는 단둥이 아닌 평양에서 직접 사 오겠다는 포부를 다지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