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2621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했다. 당규약 개정 사실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개정 내용이 확인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이번 개정은 당의 목표와 노선뿐 아니라 당원 자격과 징계, 당총비서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서국,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권한과 운영방식 등 당 운영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우선 당원과 조직관리에 관한 규정이 구체화됐다. 2조에서는 입당 연령을 18세에서 20세로 높였고, 4조에서는 당원이 반대해 투쟁해야 할 대상으로 부정축재를 추가했다. 7조에서는 출당자가 재입당하려면 3년 이상의 노동단련과 혁명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당원 징계의 종류와 기간도 세분화했다. 14조에서는 당위원회 위원·후보위원 수를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삭제했다.
 
  당중앙의 권한과 운영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4조에서는 총비서가 중요 간부를 직접 임면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 당원의 입당·출당과 당조직 및 당기관 내부 부서의 해산 권한을 명시했다. 26조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주기를 ‘1년에 한 번 이상에서 ‘6개월에 한 번 이상으로 변경했으며, 필요에 따라 국방사업도 토의·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국은 특수한 경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을 소환·보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국 회의 사이에 제기되는 시급한 당·국가 문제를 처리하도록 기능을 구체화했다. 비서국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는 6개월에 한 번 이상 개최하도록 규정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19조는 당중앙위원회가 정치기관을 설치할 수 있는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중요한 부문에서 경제적으로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는 경제부문에 대한 당 정치기관의 직접 개입 범위를 조정하고 내각 중심의 경제관리체계를 강화하려는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대남·통일 분야에서는 기존 당규약에 있던 조국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통일전선’, ‘민족의 공동번영등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과 양립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삭제됐다. 아울러 전시에는 당 지도기관 선거를 시행하지 않고 기존 성원이 계속 활동하도록 했으며, 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위임에 따라 중요 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쉽게 확인되는 변화는 김정은의 권한 강화다. 중요 간부에 대한 직접 임면권과 당원 입·출당, 조직 해산권을 총비서의 권한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을 권력 집중의 관점에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주목할 부분은 김정은 집권 이후 실제로 형성된 통치 방식을 당규약이라는 공식 규범 속에 체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현실에서 행사해 온 일부 인사·조직 권한을 규약에 명시하는 한편, 전원회의·비서국·군사위원회의 개최 주기를 정하고 정치국과 상무위원회 등의 역할을 구체화했다. 최고지도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그 권력이 작동하는 당의 조직과 의사결정 절차는 정례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모든 영역에서 당의 직접통제 강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치와 국방 분야에서는 당중앙의 통제가 강화되는 반면 경제 분야에서는 당 정치기관의 직접 개입 범위를 조정하고 내각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정치적 통제를 당에 집중시키는 동시에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는 기관별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는 통치체계의 정비의 과정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제9차 당대회의 당규약 개정은 단순히 김정은 권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김정은 집권 초기 새로운 권력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이 두드러졌다면, 집권 15년을 지나면서 그동안 형성된 권력관계와 통치방식을 당의 조직·회의·절차와 규칙 속에 정착시키는 모습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결국 권력의 집중과 통치방식의 정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 김정은 시대 통치의 규범화가 이번 당규약 개정을 읽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