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함과 부지런함은 증명됐다.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 필자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층들에게서 듣는 평가다.
필자는 빌리 브란트를 인용하며 “지도자는 전문가들조차 모르는 정보에 의해 결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 4년의 시간이 있다”는 긍정적 답변을 했다. 브란트 집권당시 반대파는 국가이익을 잃게 하는 매국노로, 지지층으로부터는 가치와 약속을 어긴 배신자로 비판했지만 퇴임후 그의 ‘단계적 접근’이라는 실용외교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내란과 트럼프의 동맹에 대한 강압이라는 위기국면에서 이 대통령은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어려운 국면을 잘 돌파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황별 임기응변의 반대급부로 큰 틀에서 외교원칙와 우선순위, 그리고 실천방식의 혼란, 청와내 내부의 권력투쟁과 부처간 불협화음, 청와대 지휘로 전쟁지역에 무기를 파는 방산거래와 평화공존의 딜레마 등은 지지층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 너무 개별성과에 집착하며 한반도 평화와 주변 강대국들의 관계라는 큰 틀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실용외교 시험대, 브란트의 길 갈 수 있을까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 50%가 넘은 양호한 지지율,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 외교안보의 성과를 꼽고 있다. 그러나 대북 화해 메시지와 유럽연합(EU), 나토 등에서 대북 강경제재 결의의 충돌, 주미대사의 급거 귀국으로 노출된 안보실 정책실 비서실 간의 대미 협상주도권 논쟁, 통일부와 안보실의 노선투쟁 등이 실체가 있는 사실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외교안보 메시지와 부처간 대립은 전략적으로 의도된 계산으로 역할분담이며, 청중 맞춤형 차별화된 발언이고, 세계 10위권의 국력이 있는 국가에서 변화된 상황에 따른 최적의 재조정 과정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반대로 말과 실천이 자주 바뀌면서 국내 지지층조차 이해 못시키는 설명능력으로는 국내 반대파조차 설득하기 어렵고, 신뢰성이 하락해 외교 협상력도 저하되고 있으며, 심지어 오인에 따른 분쟁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통령은 7월의 절반 가량을 해외순방으로 보냈다. 잦은 순방에 대한 환영도 있지만, 특검조사에서 내란연루자가 대거 발각되면서 지난 1년간 외교안보 부처의 안일함에 두려워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이번 순방에 이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재미교민들의 쓴소리도 주목된다. “동맹과 주변 강대국간에 해소되지 못한 다양한 현안이 그대로 산적해 있고, 그리고 아직 남북대화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잦은 해외순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문제와 관련이 약한 나토나 EU 같은 다자회담 참석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산수출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주변 강대국과 관계 및 한반도평화를 해치는 방식의 방산수출은 후일 대가가 크지 않을까, 이보다 몇 배규모의 문화산업과 한류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며 쌓아가는 죽음의 상인 이미지와는 상호모순이 있지 않을까, 큰 틀의 구상에 집중하고 세부문제는 담당과장에서 맡기면 좋겠다” 등이다. 이런 지지층의 우려에 대해 대통령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면 브란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침몰위기 국면의 선장은 원칙을 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를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지지층들은 지난 1년 침몰하지 않게 한 성과는 인정하지만 상호모순과 혼란이 의도된 계산인지 혹은 위기의 신호인지 아직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8.15 경축사 외교 비전 제시할 때
필자가 만난 여러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외교안보 사안을 잘 통제하고 있는지 지지층들마저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잘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대통령은 몇 차례 “한쪽 얘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며 레드팀의 효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대통령에 직언을 회피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인사왜곡을 하는 참모들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8.15 경축사를 통해 외교의 원칙과 일관성 문제, 정책과 쟁점의 우선순위 그리고 평화공존의 미래상을 지지층만이 아니라 주변 강국과 북측도 이해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