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안보를 넘어 경제와 기술, 공급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도 주요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훈풍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시간은 여전히 더디게 흐른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는 충분히 복원되지 않았고, 군사적 긴장과 상호 불신도 해소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변화와 정상외교가 새로운 조건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남북관계의 문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청년에게 멀어진 평화와 통일

 

오늘의 청년들에게 평화와 통일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주제다. 학교에서 배웠고 뉴스에서도 자주 들었지만,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청년들에게는 취업과 주거, 지역소멸,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같은 문제가 더 가깝고 절실하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교착되면서 통일은 현실적인 과제라기보다 먼 미래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분단이 청년의 삶과 무관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군대 입대와 같은 문제가 있기에 오히려 더욱 더 큰 관심사가 될 만도 하다. 한반도의 불안은 국가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투자, 일자리와 지역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화는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현실적인 문제이다.

 

민주평통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평화통일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건의하는 기관이다.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역할은 분명하다. 국민이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22기 민주평통에는 6700여 명의 청년 자문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청년은 더 이상 평화통일 행사의 참석자나 교육의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년의 생각을 직접 말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지역과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청년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도 이 지점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 정해 놓은 통일의 답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청년이 지금 할 수 있는 세 가지

 

남북관계가 막혀 있다고 해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첫째, 제대로 알고 질문해야 한다. 북한과 남북관계, 국제정세를 단편적인 뉴스나 자극적인 콘텐츠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통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앞서 한반도의 평화가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둘째, 서로 다른 생각과 대화해야 한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생각은 세대와 지역,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생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남북 간 대화가 멈춰 있더라도 우리 사회 내부의 대화는 지금 시작할 수 있다.

 

셋째, 질문을 작은 실천으로 연결해야 한다. 지역의 청년들이 평화와 관련된 의제를 직접 발굴하고, 북향민과 재외동포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혐오와 가짜뉴스를 줄이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평화 활동이다. 청년의 관심 분야인 문화와 관광, 기술, 환경을 한반도 평화와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정답보다 질문을 배우는 평화학교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활동이 한반도 평화학교.

 

한반도 평화학교는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끝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청년들이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남북관계를 이해하고, 라운드테이블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평화를 위한 실천방안과 정책을 직접 제안하는 과정이다.

 

이곳에서는 정해진 통일관을 가르치기보다 질문하는 힘을 키우고자 한다. 나에게 평화란 무엇인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지, 지금 내가 사는 지역에서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평화는 특별한 사람만 다루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질문하고, 듣고, 대화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전국으로 이어질 청년의 질문

 

앞으로 한반도 평화학교는 더 작은 단위의 교육으로서 전국으로 확대해 더 많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지역에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바탕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민주평통이 실행을 지원해야 한다.

 

2027년에는 한반도 평화학교에서 만나 함께 고민하였던 청년들과 지역별 청년 평화 프로젝트, 정책제안 활동, 북향민·재외동포 청년과의 대화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교육에 참여했던 청년이 다음 사업의 기획자와 실행자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부의 공간을 넓히는 일이라면, 청년의 역할은 그 공간을 채울 사회적 준비를 하는 일이다. 평화는 정상회담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문이 열렸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신뢰와 공감의 기반을 미리 쌓는 과정이다.

 

남북관계는 멈춰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의 질문과 대화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 청년이 묻고, 청년이 제안하며, 청년이 실천하는 평화가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