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을 들여다보면 재미가 쏠쏠하다. 네비게이션 같이 경로 안내도 해주고, 사진들도 제공한다.
몽골 준모드에 있는 캠프말칭에서 블라디보스톡을 검색하면 4000키로미터 정도 된다. 재밌는게 ‘2키로 직진후 후회전, 거기서 120키로미터 직진구간입니다’와 같은 안내도 된다. 똠양 등의 태국음식이 생각나면 방콕을 검색하면 안내해준다. 3000키로 조금 안되는 길이다. 작년 9월이었나? 캠프말칭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찬바람이 부니 한국의 능이백숙이 생각났다. 요즘 중앙아시아 트레킹 등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키르키즈스탄의 식당에서 능이백숙을 파는 곳이 제법 있다. 검색해보니 한 3일이면 갈만한 거리였다. 이렇게 대륙은 넓고 갈 곳이 많다.
나는 유라시아 지도를 보면서 루트1, 2, 3을 그리고 있다. 루트2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몽골의 준모드까지 약 4000키로의 길이다. 한참 러시아를 쭉 관통해서 울란우데에서 몽골로 내려오는 길보다, 2600키로 지점에서 좌회전해서 몽골쪽으로 가는 길이 좋다. 몽골의 힌티, 오논강, 테를지 등을 경유하는 길이 더 재밌다.
루트3은 몽골에서 유럽의 관문인 조지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조지아에서 유럽은 어디든 각종 편의시설 등이 있어 루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렇게 루트2와 3을 연결하면 유라시아대륙 횡단 여행의 큰 경로가 그려진다. 이 루트 2와 3을 잇는 지점에 있는 것이 캠프말칭이다.
대륙여행자들의 중간 기착지 말칭캠프
캠프말칭에는 루달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회사를 퇴직하고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극적으로 살아나서 남은 생은 여행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2022년에 울란바토르에 루달캠프를 만들었다. 그렇게 3년 정도 운영을 하다가 지금의 캠프를 만들게 됐다.
캠프말칭은 유라시아 대륙 여행자들을 위한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 오토바이와 차량을 수리할 수도 있고, 숙소도 있다. 여행자가 위험에 처하면 구조하러 가기도 한다. 대략 200키로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면 무난한 거리다. 아직 운영이 어렵다보니, 한국의 오토바이 여행자들의 예약을 받고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26년에 한국을 출발해서 유라시아대륙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들이 지금까지 23팀이 말칭캠프를 거쳐갔다.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여행자가 많고, 차는 적다. 편하기는 차가 편하지만 여행의 제맛은 오토바이 여행이다.
반대로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오는 여행자들도 조금씩 캠프말칭을 방문하고 있다. 오토바이나 차를 정비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여행자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긴 여행길에서 여행자를 위한 이러한 공간은 필수적인 요소다.
단절된 루트1과 파이스트캠프의 꿈
이제 가장 중요한 루트1을 얘기하고자 한다. 루트1은 대한민국에서 출발해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길이다. 중국을 거치기에는 면허문제 등등 난관이 많아서 주로 러시아를 거쳐 여행하기 때문에 블르디보스톡이 첫 번째 경유지가 된다.
블라디보스톡을 가는 방법은 현재 뱃길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하다. 최소 한달전에 예약하고 오토바이나 차를 배에 싣고 통관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차나 오토바이를 받을 수 있다. 길면 일주일도 걸린다.
루트1의 두 번째 선택은 북을 통해 가는 길이다. 구글 경로에도 갈 수 없는 길로 나오는데, 대략 600키로 정도 될 듯하다.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다.
필자는 4년 전부터 ‘파이스트캠프’라는 행사를 해오고 있다. 포천의 한 장소에서 유라시아대륙을 여행했거나 꿈을 꾸고 있는 여행자들이 모여서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다. 이 캠프에서 우리는 북을 통해 대륙으로 지나가는 정도의 최소한의 남북관계를 꿈꾼다. 물론 더 진전되면 좋겠지만 말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포천은 대한민국의 지도만을 보았을 때, 막다른 길의 끝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대륙 지도 전체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행사 마지막 날 북쪽으로 갈 수 있는 지점까지 갔다가 행사를 종료한다.
실제로 루트1이 열린다면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바이칼호수에 캠핑이 가고 싶다면 차에 짐을 싣고 출발하면 된다. 블라디보스톡까지 하루, 거기서 바이칼까지 4000키로가 조금 안된다. 차로 3~4일이면 된다.
이렇게 루트1, 루트2, 루트3을 연결하면 대한민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오고 가는 길이 연결된다. 아니 이미 있는 길이지만, 루트1은 휴전선으로 막혀 아직까지 개통되지 못한 길이다.
앞서 언급한 루트 2와 3을 부지런히 오가면 자연스럽게 루트1에 대한 열망도 높아질 것이다. 오가다보면 길이 다져지고, 그 길은 70년 넘게 닫힌 장벽을 허물 수도 있겠다는 것이 우리 말칭캠프 식구들의 꿈이고 희망사항이다.
2027년에는 말칭캠프에서 각국의 대륙 횡단 여행자들이 모이는 행사를 기획해보고 있다. 가칭 ‘유라시아평화포럼’이다. 출발지가 제각각이고 워낙 먼 길을 오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시작하고자 한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자유로운 여행을 가로막는 전쟁과 분단을 종식하자는 선언도 하고자 한다.
남북간 평화는 정치적 군사적 합의와 이행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정세를 비집고 틈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주체적인 노력과 열망이 아닐까 한다. 여행이라는 본능적인 열망이 길위에 쌓이고, 그렇게 쌓인 열망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몽골과 많은 협약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얼마 전에는 시진핑 주석을 만나 평양을 거쳐 베이징까지 철도가 이어지도록 역할을 부탁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9월에는 중앙아시아 정상들과의 회담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기차길이 열리고, 물자와 사람이 오가고, 여행자들이 다니면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지금과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열리는 국면에서 여행자들이 지금 할 일은 재미있게 대륙을 오가는 것이다. 맛집도 찾아내고, 경치 좋은 곳도 찾아내는 일이다. 이러한 여행담이 퍼져 ‘나도 가고 싶다. 복잡하게 배가 아니라 육로로 가면 좋겠다’ 이러한 열망들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면 된다.
많은 여행자가 서에서 동으로, 동에서 서로 다니시기를 희망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에 있는 부산에서 바다도 구경하고 뜨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 맛나게 하시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