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1차전 광주일고 대 배재고 경기 8회 초 배재고 덕아웃에서 한 학생 선수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선창에 동료들이 동조 후창하였고, 또 다른 학생 선수의 ‘탱크데이’라는 선창에 역시 동료들이 동조 후창하였다. 지난 5월 18일 스타벅스가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하면서 온라인 스토어에 텀블러 제품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를 하였고,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덧붙여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및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폄훼하였다. 이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였고,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탱크데이’ 응원의 본질은 왜곡된 역사인식에 기반한 극우세력의 문화화
그러나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여 지난 상황에서 배재고 야구부에서 응원 구호로 ‘탱크데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는 예견된 상황일 수도 있다. 스타벅스 경영진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는 스타벅스 불매운동도 불러왔지만, 그와 반대되는 ‘스벅모닝’ 현상도 일으켰다. 작년 11월부터 세계 10대 청소년 1위 게임인 ‘로블록스’에서 윤석열의 12.3 내란을 옹호하며 ‘윤어게인 행진맵’을 만들어 실행하였던 극우 성향 단체 ‘애국대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로블록스’를 활용한 “우리가 스타벅스다”라는 게시물을 올렸으며, 이를 옹호하는 누리꾼들도 스타벅스로 아침 식사를 한다는 “스벅모닝”과 ‘멸공’ 등의 단어까지 결합한 스타벅스 소비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
이러한 흐름에서 ‘배재고 야구부의 5.18 비하 응원 사건’은 소위 전통적인 강남인 서초구와 강남구를 넘어서 송파구, 강동구까지 포함된 ‘강남 4구’로 불리면서 최근 6.3 지자체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서울의 보수화를 주도한다는 강남 지역에 존재하는 배재고 일부 학생들의 역사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한 해법 고민보다는 징계의 수위, 야구부 학생들의 장래 문제 등으로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 이는 이미 5월 26일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서 “전국의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벅스 코리아 파트너들과 현장 직원들”에 대해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발언에서 나타나듯이 스타벅스 직원들에 대한 태도 문제 등으로 스타벅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및 박종철 열사 폄훼 문제에 대한 논점이 흐려졌던 경우에서도 나타났다. 다행히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6월 22일까지 전 직원 역사교육을 실시하였다.
국제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스포츠 경기에서의 협오와 차별에 대한 문제는 관례에 비추어 처리하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철저히 반성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면 될 것이다. 현재 광주일고 야구부에 대한 사과, 5.18 참배와 역사 수업 등으로 반성하는 배재고 야구팀에 대한 징계 수위 완화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협오와 처벌을 지지하고, 정당화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책임을 물려야 한다. 이와 관련된 강도 높은 처벌이 없기 때문에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를 기획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변론을 맡아서 법정 소란으로 15일 서울구치소 감치처분까지 받고 사임한 모 변호사가 보낸 “배재학당 자유정신 지지한다”라는 화환 등이 배재고 정문 옆에 버젓이 설치되는 것이다. 이는 이념논쟁이 아니라, 일종의 범죄행위이다. 엄벌이 없기 때문에 민간의 양심이 나서서 5.18 비하 지지 화환 옆에 “승리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존중입니다”라는 근조화환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배재고 학생들을 비난하는 근조화환은 근절되어야 한다.
극우세력에 대한 대응은 지속적인 역사교육과 더불어 양질의 정보가 넘치는 사이버공간 조성
최근 번역 출간된 미국 사회학자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가 쓴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라는 책에서는 극우 세력이 일상 세계에서 상업화와 문화화를 통해 진화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극우세력에 대한 대응책으로 법과 그에 따른 사후 처벌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극우세력의 확대를 막으려면 협오와 차별이 만들어지는 일상 문화공간에서의 ‘조기 예방’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극우세력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책으로 처벌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역사교육과 함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올바른 역사교육 온라인 플랫폼 창출 등이 제시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취업 불안 등 미래가 불확실한, 힘든 일상생활에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협오와 차별의 문화에 다가가는 분단 체제 멸공 서사에 기초한 중국, 북한, 종북 혐오 현상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군 참가’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여전히 떠돌고 있다.
참고로 ‘2025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서 학생들은 통일·북한 관련 정보를 ‘교과서 및 학교 수업’(48.3%)보다 ‘유튜브’(58.2%)에서 더 많이 얻는다고 하였다. ‘인터넷: 포털, 블로그 등’(40.0%)을 통해서도 많이 얻기 때문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협오와 차별의 정보가 많이 떠도는 사이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 등이 양산되는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역사 인식 정보를 담은 온라인 컨덴츠 등을 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민과 관의 다양한 기부 및 지원, 노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사업에 집중할 때라고 최근의 스타벅스, 배재고 관련 사건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