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비를 맞고, 하루는 햇빛을 맞으며 응원하였다. 520일 비 내리는 저녁 AFC 여자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수원FC 위민’(Suwon FC Women)내고향여자축구단을 공동 응원하였다. 그리고 523일 쨍쨍한 낮에 내고향여자축구단도쿄 베르디 벨레자결승전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응원하였다.

 

일부 언론의 대결적인 왜곡보도

 

  적대적 남북관계에서 방남을 금지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을 깨고, 국제경기 정상적 참가라는 취지 속에서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으로는 최초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방한하였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평양에서 식품과 스포츠용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클럽축구팀으로 U-17 여자 월드컵과 U-20 여자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전 감독이었던 리유일의 지휘 아래 2023~24시즌 북한 1부 리그 우승팀이 되었고, 그 자격으로 2025~26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할 정도의 강팀이다.

  준결승에서 수원FC 위민은 전반전의 선전과 후반전의 선취점 득점에도 불구하고 패널티킥 실축 등으로 1:2로 아쉽게 석패하였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소극적이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의 적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결승에 진출하였다. 공동 응원에 참가했던 필자는 수원위민 파이팅, 내고향 파이팅을 외쳤다.

  필자가 그렇게 외쳤던 이유는 공동응원의 이유 외에도 여전히 낯익고 우려했던 응원 태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수원FC 위민 응원팀은 골대 뒤편에서 수원FC’를 외쳤고, 공동응원단은 경기장 중앙 응원석에서 내고향을 외쳤다. 그 순간 양자의 가운데 있던 사람들 중에 빨갱이’, ‘요덕에 가라는 외침이 나왔고, 그 옆에 있던 필자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수원FC 파이팅, 내고향 파이팅을 경기 끝까지 간간이 외쳤다. 비가 더욱 내리는 후반전이 되면서 수원FC 응원단의 응원은 작아졌고, 북한이 2:1로 우세한 상황이 되자 공동응원단은 내고향보다 수원FC를 더 많이 응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일부 언론에서 북 내고향만 외친 공동응원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보도하였다. 사실이 아닌 왜곡보도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럼에도 23일 결승전 응원에 나섰다. 결승전 결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예상 밖 선전으로 최강팀 도쿄 베르디 벨레자1:0으로 누르고 우승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내고향만을 응원한 공동응원단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발생하였다.

  “인공기-일장기 괜찮아 VS 태극기 안돼!”라는 일부 보도의 문제였다. 남한에 소재한 수원종합경기장에는 당연히 태극기가 공식적으로 게양되었다. 일본 응원팀에게는 클럽기외에도 일장기가 허용되었다. 당연히 내고향여자축구단도 관객을 향해 우승 세레모니를 하는 과정에서 인공기가 휘날렸다. 하지만 일반 응원객에게 태극기는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이 대한민국 소속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고,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아시아축구연맹의 중립적 입장에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결적인 정치적 자극을 꾀하는 언론 보도가 지속되는 것이다.

 

조선국호 사용에 대한 공론화 과정

 

  결국 대결적인 입장은 사고를 만들었다. 우승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남한의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의 수준이 과거보다 높다라고 발언하였고, 이에 리유일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은 국호를 제대로 불러 달라고 불쾌해 하면서 추가 질문을 거부하고 퇴장하였다.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사고로서, 이미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었던 리유일이 한국 기자의 북측발언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러 달라며 항의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측이라는 발언은 남측이라는 표현과 함께 과거 남북회담에서 합의한 호칭으로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 북한이 국제경기에서 조선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는 것이다. 인공기와 태극기가 모두 걸려 있는 유엔에서도 한국 대표부가 북한을 노스 코리아라고 호칭하면, 북한 대표부는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항의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1991년 남북합의서 체결 서명에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 조항에 따라서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지만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지닌다면서 남북합의서가 국가 간 조약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역대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정식 국호를 사용하였다. 필요한 경우 서로 정식 국호를 호칭하면서 존중하였던 것이다.

  최근 통일부는 2026 통일백서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주장에 대하여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백서에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1991UN에 남과 북이 각각 국가로 가입한 보편적 국제법적 현실과 당시 체결한 남북합의서에 명시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것을 고려하여 당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는 정치적 신뢰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조선이라는 북한 국호 사용을 공론화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동서독이 서로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서부독일독일연방공화국(BRD)’, 그리고 소위 동독독일민주공화국(DDR)’이라고 정식 국호로 호칭하며 UN에 동시가입하고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였던 국제적 사례에 기초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럿이 의논하는 대상이 된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공론화과정 자체를 분단 고착화 또는 위헌 등으로만 왜곡하는 대결적 흐름이 존재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왜 조선이라는 북한 국호 사용에 인색한가라고 질문할 필요가 있다. 말의 논쟁이 과하게 진행될 때 입을 보지 말고, 발을 보라고 한다. 말하는 사람이 걸어왔던 발자국이 진실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과거 대결과 대립으로 분단 고착화에 기여하면서 평화통일의 길을 제대로 걷지 않았던 사람들이 조선 국호 사용 공론화에 대해서 위헌이라며 악의적으로 따지는 참혹한 현실이 아닌지를 성찰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조선국호 사용에 대해 대결적으로만 대하지 말고, 우선 필요한 경우부터 조선국호 사용을 수용하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과거 서독의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했던 1972동서독기본조약을 계기로 서독 교과서에서 동독의 호칭을 독일민주공화국(DDR)’로 개정했던 지혜를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