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방학 동안 워싱턴을 방문하여, 다양한 전쟁과 외교 관련된 정부기관, 시설, 박물관 등을 방문할 수 있었다. 자주 목격된 용어는 “외교는 힘을 바탕으로 한다”였다. 외교 시설에 항공모함 등 자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2010년 여름 미국 국무부 초대로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때도 진주만과 태평양사령부 곳곳에서 1941년 12월 일본해군의 진주만의 기습공격을 입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이때도 미국 고위 장성이 직접 태평양 각국 정치에 힘을 투사하는 것을 자랑스러웠고, 후텐마기지 문제로 간 나오토 총리를 맹비난하였다.
2024년 11월 6일, 트럼트는 열광하며 당선선언을 했다.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 될 것이다(This will truly be the golden age of America)”라고 선언했다. 당일 나는 천진외국어대학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중국 학자들과 같이 이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다수의 중국인들은 “우리 편 트럼프가 이겼다. 우리 전망이 맞았다”고 트럼프의 당선선언에 열광하였다. 트럼프 1기동안 미국의 분열과 동맹의 분열, 그리고 미국 국력의 쇠락이 가속되었다며, 중국은 트럼프를 충분히 연구했다고 그들은 설명해주였다.
2026년 5월, 베이징에서 트럼프의 품격과 위엄의 실추
중국 당국은 트럼프 2기 동안 우왕좌왕하는 미국을 보며 하드파워의 쇠락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트럼프가 시진핑의 권위주의 강화를 비판할 때마다, 중국측은 국내결집과 과학기술 혁신의 기회로 삼았다.
트럼프의 나토와 동맹 비판과 이란 기습공격으로, 트럼프는 국내에서 지지율의 위기를 겪고 있는 동시에 유럽 동맹의 지도자와 국민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이중의 위기 속에 트럼프가 기대는 곳이 미국 체제와 상반되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특히 이번 베이징 방문으로 시진핑은 국내정치에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미국의 여전히 패권국으로 하드파워면에서 여전히 중국을 압도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인이 좋아하던 미국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매력, 소프트파워는 세 기둥 위에 서 있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문화·첨단기술의 매력, 그리고 동맹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신뢰의 외교이다. 트럼프는 스스로 이 세 개의 기둥을 흔들며, 미래의 잠재적 도전자에서 협조를 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America First'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지도자가 추구한 매력의 외교가 아니라 거래의 외교이다. 동맹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고객'으로 재정의되었고, 관세는 협상 카드가 아닌 일상적 무기가 되었다. 나토, 타이완, 한국과 일본에는 더 많은 분담금과 투자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에는 '평화의 대가'를, 중동에는 '미국의 안전을 위한 전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스스로 일으킨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국제 유가가 요동치자, 트럼프의 자녀들은 투기적인 투자와 비즈니스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는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진핑에게 전략적 휴전을 제안하며 사실상 협조를 구했다. 자국 위기 해결을 위해 잠재적 도전자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에서 패권국 지도자의 위엄과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국은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가
시진핑은 트럼프와 푸틴을 같은 달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며 외교의 중심에 섰고,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의 부상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몇 년간 중국의 우주산업, 전기자동차 산업 현장 등을 방문하였는데 과학기술의 혁신의 속도에 놀라고 있다. 대부분 산업에서 한국,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강국들을 제치고 있고, 대다수 첨단분야에서 미국과 경쟁중이다. 세계 2위의 경제, 첨단 제조업의 중심, 일대일로를 통한 인프라 외교, 그리고 희토류라는 결정적 자원 카드까지 폭넓게 깊이도 심대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들이 하드파워의 일부 영역이지만, 지구촌 주민들의 자발적으로 존경할 만한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지지하지만, 대다수가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경제성장을 희망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중국을 닮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궐위의 시대, 압축성장을 자랑하는 한국의 미래는
패권국과 도전국 모두 매력을 가지지 못한 시대, 지구촌은 궐위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공백의 시간 필자는 최근 한국인에게서도 많은 외국인에게서도 한국사회의 압축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글로벌 차원의 위기와 국가반란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는 잘 대응해왔다.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필자가 어린 시절 느낄 수 없는 자신감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자란 20~30대에게서 들을 수 있다. BTS과 한류, 메모리 반도체, 초고속 인터넷과 5G, 고부가 조선산업과 LNG선, K9자주포와 천궁과 같은 방산산업, 배터리, 높은 대학 진학률, 안전과 치안 등. 실제 한국으로 결혼이민이나 해외이주노동을 오는 많은 외국출신들도 같은 이유로 우리 나라에 열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압축성장의 이면에 또다른 역동성이 있다. 자살율, 저출생, 장시간 노동, 노노-노사 투쟁, 평등, 고령화 속도, 부동산-교육 불평등, 남북대립과 남남갈등 등. 세계최고 경쟁에서 생존해서 그런지, 이상과 같은 갈등과 사회문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개발도상국들이 닮고 싶은 대한민국에는 매력과 위험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 1년 이재명 정부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이 60%를 넘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 국민들은 최대 성과로 경제와 외교를 꼽고 있다. 3년간의 윤석율 정부의 국정혼란과 국가내란 뒤에 위기에 강하고, 뛰어난 문제 봉합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은 임기 4년동안 위기극복을 넘어서 새로운 발전을 위한 국가 장기설계가 필요하다. 남앞으로 4년동안 하드파워와 매력을 잃어가는 미국, 하드파워는 급속하게 추격하지만 매력이 없는 중국의 전략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강대국으로부터 지속적인 일방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는 향후 집권 4년동안 이러한 어려운 글로벌 질서속에서도 압축성장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축소하는 장기설계가 필요하다. 강대국 전략경쟁속에 책임강국으로서 설계도, 국내의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개발도상국이 닮고 싶은 책임강국으로도 전략과 설계도 모두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