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간 경기가 성사됐다. 그것도 한국, 수원에서 말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여자축구 클럽팀이 한국에 온다는 말이다.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남북당국이 정치적 고려 없이’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아시아축구연맹의 대회 운영에 적극 협조할 것을 제안한다.

 

예상치 못한 북한 여자축구단의 한국 방문

 

지난 3월 호주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에서 파견된 남북응원단이 목청껏 코리아 이겨라랄 외쳤고 북한 선수들이 감사의 인사로 화답했다(관련 기사: 남북 응원단 향해 감사 인사한 북한 선수들... 꼭 다시 만납시다http://omn.kr/2hclk).

 

승리보다 감동적이었던 그날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 선수들의 방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최하는 여자 챔피언스리그(2025/26) 준결승과 결승전이 오는 520일과 23일 양 일간 수원에서 개최된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수원FC 위민은 지난 329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지소연과 김혜리의 활약으로 우한 장다 WFC(중국)4-0으로 대파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여기에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328일 라오스 라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 베트남의 호찌민시티 위민 FC3-0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올라 한국행을 확정 지었다. 역사적인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간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2025-26시즌에 처음으로 축구단(내고향여자축구단)을 파견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클럽팀 포인트가 없는 상황에서, 시드배정 없이 플레이오프와 그룹 스테이지를 거치는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520일 수원에서 개최되는 4강전에서는 수원FC 위민(대한민국)과 내고향여자축구단(조선)이 맞붙고, 반대편에서는 멜버른 시티(호주)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단판 경기를 펼친다.

 

운명처럼 맞춰진 남북 여자축구의 만남

 

사실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간 대결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성사 자체가 미지수였다. 우선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의 준결승과 결승전은 4강에 자국 클럽팀이 올라가야만 개최권이 부여된다. 수원이 준결승-결승 개최지 신청을 이미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FC 위민이 4강에 오르지 못하면 수원 개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다행히 수원FC 위민이 2024-25 챔피언이었던 우한 장다 WFC(중국)4-0으로 물리치면서 준결승 진출과 함께 개최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퍼즐은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맞춰졌다. 마지막으로 4강전 대진이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간 대결로 결정된 것이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 모든 것이 며칠 사이에 결정됐다.

 

관련해서 수원FC 위민의 지소연은 우한 장다 WFC(중국)4-0으로 물리친 후 한국에서 개최된 2026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여태까지 축구를 하면서 중국 팀을 4-0이라는 큰 점수 차로 이겨본 적이 없었다상대 팀에 대표팀 선수가 5명이나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수원 개최와 남북 대결 성사라는 목표를 위해 뭉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것일까? 그렇게 지소연 선수의 남북 경기에 대한 바람은 운명적으로 성사됐다.

 

정치적 고려 없이스포츠로 만나자

 

조금 당황스러울 만큼 순식간에 결정된 북한 여자축구단의 방한,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FC는 북한 선수단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입국해 훈련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모든 일정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이번 수원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우리 정부와 대한축구연맹이 적극적으로, 하지만 조용하게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지 7년이 지났다. 북한 선수단의 방한을 남북당국이 나서서 해결하려 한다면 문제만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를 남북관계 회복의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늘 이야기하듯 정치적 고려 없는스포츠로 대회를 준비하고 북한 선수단을 맞이해야 한다. 그렇게 대회가 잘 마무리된다면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이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 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 스포츠 대회를 주최하는 주최국으로서, 경기 참가를 위해 방한한 북한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안전하게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을 환영하며 수원FC 위민과의 멋진 경기를 기대해 본다.

 

**이 칼럼은 오마이 뉴스에 공동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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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