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으로 ‘상대방에 대한 상호 관용과 이해’,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를 제시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최소한 형식적으로나마 이 두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패권국가로서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습으로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말과 행동은 두 규범에서 크게 벗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2~3주 안에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했고, 이란이 미국의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나라 전체를 하룻밤 만에 없앨 것이며, 이란의 모든 다리를 완전히 파괴하고 모든 발전소를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이란 인프라 재건에 100년이 걸리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군은 4월 1일까지 이란 내 12,300개 이상의 지점을 타격했으며,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 3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가 244명을 넘는다.
미국 국제법 전문가 100여명은 지난 4월 2일 공개서한을 통해 “이란 침공 자체가 명백한 유엔헌장 위반이며,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미 당국자들 발언 또한 국제법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모두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은 나의 도덕성과 나의 생각에 달려 있다. 전쟁범죄는 정신 나간 지도부를 가진 병든 나라가 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미군의 군사작전에서 국제법 준수, 관용과 이해, 신중함과 자제라는 기본적인 규범의 준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2026년 4월 8일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과 중국의 중재를 수용하여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4월 7일 말한 것 처럼 “안정과 평화는 고통과 죽음의 씨앗을 뿌리는 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합리적이고 진정성 있으며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에 기반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 관용과 이해’,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2주간의 휴전 기간에 이루어지는 이란과의 협상에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