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2~23일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었다. 14기 최고인민회의는 5년의 대의원 임기를 2년이나 넘겨서 막을 내렸다. 김정은 시대 북한에서 각종 회의가 정례화되는 추세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정례화의 추세에 반하기 보다는 2026년 9차 당대회와 15기 최고인민회의의 5년 운영 주기를 맞추어 재정례화려는 의도로 해석하였다. 당-국가체제를 비교적 정상화시킨 북한에서 5년마다 당대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결정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매년 국가 예결산을 거쳐서 계획을 점검하면서 내각을 사령탑으로 경제건설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북한 당국이 국가경제발전 5계획 이행을 통한 경제건설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내각 중심의 경제운영 본격화
북한 당국은 9차 당대회 보고에서 경제성과를 과거와 같은 중요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기본 목표는 달성”했다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언급하였다. 이에 비해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 내각사업보고에서는 “5개년계획 수행기간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 주요 공업 부문에서 2020년에 비하여 주체철은 3.2배, 질소비료는 1.5배, 유색금속은 1.9배, 시멘트는 1.4배, 수산물은 1.9배로 장성”하였다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경제적 성과를 드러냈다. 이는 당이 경제건설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최고인민회의와 내각을 통해 경제건설을 구체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 내각 인사에서 1998년 내각의 ‘선박공업부’로 폐지되었다가 2019년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부활된 ‘선박공업성’의 책임자 명칭이 ‘제2경제위원회 선박공업상’으로 호칭함으로써 제2경제위원회와 내각이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음이 알려졌다. 북한에서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주로 당중앙위원회를 통해 임명하였다. 북한은 196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경제-국방 병진노선’에서 자원이 국방으로 집중되는 문제를 딛고자, 1970년대 내각에서 군수 부문을 ‘제2경제위원회’로 분리하여, 별도의 자원을 배정해 운영하였다. 이에 따라 1990년대 경제난에서도 별도로 배분된 자원이 지니는 양질의 지대이익에 더하여 2000년대 ‘선군경제에서의 국방공업 중시’라는 특수주의적 명분 하에 군수경제가 상대적으로 유지 및 발전되었다. 하지만, 군수산업기관이 이기적인 ‘기관본위주의’로 양질의 자원을 더욱 독점하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에 북한 당국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를 쓸어버리기 위한 전쟁’을 선포하였다. 현재 그 결과로 군수경제에 대한 내각의 영향력을 아직 구체적으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내각의 경제에 대한 통제력이 과거에 비해 커진 것을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 ‘제2경제위원회 선박공업상’ 인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또한 북한 당국이 내각을 통한 경제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계획 주도•시장 보완의 경제운영방식 확립 추진
이러한 흐름은 북한 당국이 계획경제 운영을 복원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미 북한에서는 2019년 12월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 시기의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사업 방식을 계속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였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전망 계획 기간의 자력갱생은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으로 발전”하여야 한다며 계획적인 경제발전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북한은 지난 5년 동안 국가 계획경제 관리방식의 정상화를 추진하였다. 올해 2월에 열린 9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이전까지 “나라의 경제 사업은 수십 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과도적이며 임시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어느 부문이나 발전 지향성이 없이 제각기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는 형편”이었다고 솔직히 인정하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극복하고자 하는 ‘과도적이고 림시적인 방식’은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계획경제의 붕괴 속에서 장마당 등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을 활용한 경제운영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현재 북한은 시장보다는 계획, 즉 계획을 주요 경제운영기제로 명확히 복원하면서, 시장기제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경제운영방식을 정형화하였다. 현재 북한에서 시장을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국가 독점의 양곡판매소 운영 등 계획경제 차원의 공식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각 지역의 종합시장에 대한 폐지 및 억압보다는 관리 및 보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은 3월 15차 1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과도적이고 림시적인 방식은 정상적이고 전문화된 사업체계와 질서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 내각 사업보고에서 “경제전반에 대한 통일적이며 전망적인 지도관리,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지도관리,신축자재하고 효률적인 지도관리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박태성 총리의 언급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미언급 등 아직도 계획주도•시장보완의 김정은식 경제운영방식이 정립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국가 중심의 계획적 경제건설으로 실질적인 국가 경제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업부문 생산액을 1.5배 정도로 증가”라고 새로운 5개년 계획 목표 수치에 대해서 약간 언급되었지만, 그 외에 대해서는 9차 당대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북한 경제가 계획경제 정상화 추진의 흐름에서 정비보강되어 인민생활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주의에도 기인할 수도 있지만 5년 후의 경제성장 목표 수치를 공개적으로 제시할 수 없을 정도로 순탄치 않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