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개최하는 노동당 9차 대회가 2026년 2월 19일부터 2월 25일까지 평양시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당대회가 끝난지 3일째 되는 날에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는 선대를 뛰어넘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선포했다북한 매체들은 이번 대회를 "반만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한 새로운 시대의 탄생"으로 정의했다정치적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점이다이일환 노동당 비서는 지난 5년은 해방 후 75년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선대 지도자들도 완수하지 못했던 "세기적인 낙후성과 불균형의 질곡"을 청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선대를 뛰어넘는 김정은 1인체제 구축을 선언한 것이다.
 
9차 당대회 직후 미국은 이란공격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의 노동당에게는 분명 중대한 변곡점이다그런데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북한이 당대회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홍보하여 외교적 자산으로 삼을 기회를 박탈해버린 것이다이에 대해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법도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보도하는 것으로 그쳤다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형식은 위상이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더구나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의 대이란군사적공격과 그에 합세한 미국의 군사행동이라며 초점을 이스라엘에 맞췄다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물론 북한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 대한 공격이 이어진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의 국방태세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고 있을 것이다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지도부를 제거하는 일종의 참수작전이다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그토록 강조하는 최고존엄 결사옹위’ 차원에서 대비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김정은 위원장은 3월 1일 평양 인근에 있는 상원시멘트공장을 방문하여 연설하였다이후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행보 여부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9차 당대회에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대미 협상에 나설 채비를 갖추었다작년 10월 경주 APEC 때만 해도 트럼프의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9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손짓한 것이다.
  이번 9차 대회에서 븍한은 헌법에 명기된 자신들의 지위를 미국이 존중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조건부 대화 의사를 밝혔다즉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이는 단기적으로 제재완화와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의미한다나아가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국제 핵군축협상에 참여하면서 미국과 수교를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0월 경주 APEC을 전후한 적극적인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의도적 무시 전략을 펼쳤던 것이다대미협상에 대비하여 9차 당대회에서 몸집을 키우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실제로 북한은 9차 당대회를 통해 국방력 강화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자신의 군사력을 실전에 사용할 계획을 발표했다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여 통치 기반을 다?다본격적으로 대미 협상을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격은 김정은 위원장의 셈법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어버렸다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굴욕 이후 지난 7년동안 벼르고 벼르면서 대미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비축해왔다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9차 당대회를 성과적으로 마무리했다. 4월로 예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첫걸음으로 미국에 조건부 대화를 제기했던 것이다.
 
  앞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다미중 정상회담도 불투명하다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정상회담의 의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은 치열하게 샅바싸움을 할 것이다북한의 대미협상전략이 숨쉴 공간이 좁아져버렸다작년 경주 APEC을 전후한 트럼프의 회담 제안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김여정 당시 노동당 부부장의 역할이 필요했다이 트럼프에 대한 김정은의 호감은 여전하다는 수준으로라도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 놓았다면 지금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침략행위라고 공격하면서도 한편으로 또다른 협상전술을 시도할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 강한 기강과 규율을 바탕으로 한 '자력갱생'과 사상·기술·문화의 '3대 혁명'을 국가 총노선으로 고수했다앞으로 내부 기강 강화를 위해 더욱 고삐를 죄이면서핵능력 강화와 대미유화책이라는 강온 트트랙 접근을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의 핵, '정치적 협상용'이 아닌 '실전적 운영 체계'로 전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절치부심했다하노이의 굴욕을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김정은 위원장은 9차 당대회를 목표로했다노동당 당대회란 5년간 북한의 정책을 총평가하고향후 5년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북한 최고 지도기관의 정기적 회의체이다. 9차 당대회는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5년만에 열렸다이를 주목한 이유는 북한이 2030년까지의 국가 운영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8차 당대회(2021)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매년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점검하면서 핵무력의 고도화를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이번 9차 당대회에서는 국방 5개년계획을 100% 완수했다고 자평하였다김정은 위원장은 "공화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게 영구적으로 다진 것"을 가장 중대한 성과로 꼽았다이제 북한의 핵은 '정치적 협상용'이 아닌 '실전적 운영 체계'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선언하였다그간의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핵을 억제 수단에 가두지 않고재래식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실제 전쟁 상황에서 활용하겠다는 실전 수행’ 단계로 진입했다고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새로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목표는 핵무력을 핵심 중추로 하여 더욱 공세적인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 분야 2대 목표는 핵무기 수의 양적 증가핵 운용 수단과 활용 공간의 확장이다. 5대 과업으로는 핵무기 운용 체계의 개선 및 강화재래식 전력의 현대화 (특히 해군의 핵무장화 및 육·공군 현대화), 새로운 비밀 병기 및 특수 전략 자산 개발 (AI 무인기전자전 무기 등), △ 지상·수중·공중·우주를 아우르는 전 영역 타격 능력 확보기존 개발 무기들의 실전 증강 배치 및 전력화 완료 등이다.
  북한이 2021년 노동당 8차대회에서 밝힌 국방 5개년 계획은 신형 무기체계의 연구 및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이번 9차 당대회에서는 '개발'의 시대를 지나 '실전배치'와 운영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8차 당대회 이후 개발한 각종 미사일들은 이제는 실전 전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증강 배치할 것이다.
  눈여셔 봐야할 것은 이번 9차 당대회에서 ·재래식 병진정책의 공식화했다는 것이다핵무기를 억제 수단이 아니라 언제든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쟁수행전략으로 격상했다즉재래식 무기의 위력을 핵 수준으로 격상시키고두 전력을 유기적으로 혼합 사용하는 전략을 밝힌 것이다이는 이는 한미 동맹이 추진하는 ·재래식 통합(CNI)’ 작전 계획에 정면 대응하는 성격으로 보인다북한도 자신들만의 ·재래식 연계 전략을 공식 교리로 확립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아울러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를 탐지-지휘-타격의 결합 속도를 높여서 실전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엿보인다.
(핵방아쇠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122 참고)
  2026년 2월 18, 9차 당대회를 앞두고 50대의 신형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이 무기는 AI를 통해 궤도를 스스로 수정하며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지능형 미사일에 가깝다는 것이 북한이 주장이다.
  북한은 AI·우주·신에너지를 3대 핵심 신산업으로 설정했다이 3대 핵심신사업을 먼 미래가 아닌 현실적 문제로 규정하고과학기술을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공통 기반으로 통합하겠다고 했다이는 국가 차원에서 민수와 군사 사이의 기술 이전(Spin-on/off) 체계를 규범화하겠다는 것이다마치 백악관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제네시스 미션을 흉내내는 듯하다.
(https://knsi.org/Home/H20000/H20100/boardView?board_key=2393 ‘제네시스 미션과 한국의 신전략’ 참조)
 
북한 권력구조 개편과 대남전략
 
  물론 북한의 문건은 개념을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장과 실제을 구분해야 한다북한의 기술적인 수준에도 의문이 있다하지만 북한은 핵과 재래식을 결합하고, 3대 신사업을 활용하여 민수와 군수로 자동이전체제를 만들려는 방향을 설정하고는 있다.
  9차 당대회에서는 권력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였다9차 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제9기 당 중앙위원회 위원 139명 중 교체율은 51.6%에 달하며특히 111명의 후보위원 중 76.6%가 새롭게 진입하였다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통치 철학을 현장에서 직접 관철할 수 있는 젊은 실무형 관료(테크노크라트)들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인사는 빨치산 2세대의 상징이자 체제의 보루였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퇴진이다최룡해는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혈통적 정통성의 상징이었으나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구세대의 상징성을 제거하고 온전한 '김정은의 사람들'로 당을 채움으로써 1인 지배 체제의 순도를 높이려는 시도이다.
  리병철박정천 등 군부 원로도 퇴진했다그 자리에는 당 중앙위 비서 조춘룡당 중앙군사위원 김정식 등 군수공업 및 첨단 무기체계 전문가들이 전면 배치되었다이들은 신무기의 개발-생산-배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실무형 테크노크라트들이다. .
  또 다른 특징은 대남 및 통일 관련 인사들의 대거 숙정 및 배제이다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전 외무상 등 과거 남북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권력 상층부에서 사라진 것은 북한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가 단순한 수사가 아닌 조직적 실체임을 증명한다.
  이번 9차 당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영원한 주적"이자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타국"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명확히 밝혔다이는 김일성 이래 지속되어 온 민족 내부 관계를 완전히 파기하고남북 관계를 외국과 외국 간의 관계로 재설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당대회에서 확정했다이를 위해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남한을 영원히 배제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북한은 한류를 포함한 외부 문화 유입을 "주민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독이자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남한과의 물리적·제도적 연결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체제 위협 요소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다휴전선 전역에 설치 중인 방벽과 지뢰밭은 단순히 남침이나 월남을 막기 위한 군사 시설을 넘어북한 주민들의 머릿속에 있는 '통일'과 '민족'이라는 개념을 물리적으로 지우는 장벽 역할을 한다.또한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정부의 평화 공존 노력을 "서투른 기만극"으로 폄하하며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하였다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이 결실을 맺는 것이 녹녹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북한이 노동당 9차 대회를 통해서 이처럼 군사와 대남정책내부인사 등에서 파격인 전환을 시도했다하노이 굴욕에서 벗어나기 이한 봄부림의 결과이다아마도 4월 트럼프 방중을 계기로 대미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를 독하게 했다고 자부할 것이다동족이라는 개념까지 포기하고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로 규정했다이러한 조건이 핵능력 강화와 군사력 현대화에 모순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란 공격으로 북한의 오랫동안 준비해온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물론 북한의 지도부들은 핵을 개발하고 군사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달리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할 것이다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구축한 것도 북한의 외교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9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내민 대회의 손짓은 자칫 빈손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북한이 이란 공격의 우두머리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미국을 주요행위종사자로 표현한 것에는 이같은 북한의 고민이 스며 있다이러한 상황에도 변함이 없는 것은 미국은 피스메이커한국은 페이스메이커라는 구도이다페이스 메이커로서 한국의 역할은 햇볕정책과는 결이 달라야 한다그리고 최소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겹치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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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사인 966호에 실린 졸고에 기초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