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4일, 미국 정부는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이라는 거대한 계획을 세상에 발표했다. 이 계획을 과거 인간을 달에 보내려 했던 아폴로 계획이나 원자폭탄을 만들던 맨해튼 프로젝트으로 비유했다. 인공지능(AI)을 과학 연구의 핵심 엔진으로 삼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다. 단순히 연구 예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미국의 국가 연구소와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거대 정보기술 기업(빅테크)의 기술을 하나로 합쳐 과학 연구가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를 통째로 바꾸려는 시도다. 왜 미국은 지금 이토록 거대한 계획을 서둘러 시작한 이유가 있다.
제네시스 미션의 진짜 모습: 흩어진 자원을 하나의 거대한 틀로 모으다
백악관은 14363호 행정명령인 '제네시스 미션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면서, 마치 전쟁을 준비하듯 국가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할 일로 규정했다. 이 거대한 사업은 미국 에너지부(DOE) 장관이 총괄하여 이끈다. 백악관의 여러 과학 기술 책임자들이 모여 국가 전체의 방향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정책이 만들어낼 실제 결과물은 ‘미국 과학 안보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결망이다. 17개에 달하는 국가 연구소들의 엄청난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 안전한 클라우드 저장소, 다양한 지식을 미리 학습해 둔 똑똑한 기본 인공지능, 그리고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발표 당일 백악관은 이 시스템이 과학적 돌파구의 속도를 대대적으로 가속할 것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이 사라진 실험실, '닫힌 고리(Closed-loop)'의 비밀
"큰 배는 방향을 바꾸기 어렵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작은 배들의 항로도 따라 바뀐다"는 비유가 있다.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을 가진 미국이 과학 연구의 방향을 틀면, 전 세계 과학계도 결국 그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방향의 핵심이 바로 '닫힌 고리'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의 과학 연구는 사람이 데이터를 모으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논문을 썼다. AI는 그저 돕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닫힌 고리' 시스템에서는 AI가 직접 데이터를 뒤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컴퓨터 속에서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그 후 진짜 실험실에 있는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려 물리적인 실험을 진행하게 하고, 그 결과를 다시 자신의 머릿속 데이터로 저장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 연구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문서에서도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닫힌 고리 시스템’(one closed-loop system)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를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전과 막대한 돈의 투입 미국은 이 거대한 계획을 매우 빠르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발표 후 불과 90일 안에 쓸 수 있는 컴퓨터와 저장 공간을 모두 찾아내고, 120일 안에는 외부의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가져올지 계획을 짠다. 240일 안에는 로봇들이 실험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고, 마침내 270일이 지나면 첨단 제조업이나 양자 기술, 바이오 등 중요한 분야 중 하나에서 이 자동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2025년 7월에 만들어진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덕분이다. 이 법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나랏돈이 에너지부와 국가핵안보국(NNSA) 등에 쏟아졌다. 지방 정부의 AI 규제들도 단번에 무력화시켰다.
왜 지금인가? 중국과의 기술 전쟁
트럼프 행정부가 이 계획을 추진하는 그 밑바탕에는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중국에게 절대 질 수 없다는 강한 위기감과 안보 프레임이 깔려있다. 2025년 7월, 미국 국무장관은 “AI 경쟁에서의 승리는 협상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서서히 물이 끓어오르는 줄도 모르고 죽어가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 연구와 산업, 법과 제도를 모두 인공지능 발전에 맞춰 한 줄로 세우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부가 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AI 플랫폼이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핵무기 관리나 국가 전력망 같은 나라의 목숨줄을 쥔 최고 수준의 국가 안보와 직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 거대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미국 정부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에너지부는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앤스로픽, 오픈AI,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24개의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제네시스 미션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의 혁신 역량과 정부의 데이터 자산을 결합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라며 이 끈끈한 관계를 적극 옹호했다.
빅테크는 무엇을 얻는가? '플랫폼 잠금(Lock-in)'의 함정
민간 기업들이 국가 연구소에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애국심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세 가지 뚜렷한 이익이 있다. 첫째,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막대한 컴퓨터 장비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정부에 확실하게 팔 수 있다. 둘째, '국가가 공인한 프로젝트'라는 명찰을 달게 되면, 각 지방 정부가 걸고넘어지는 복잡한 AI 규제들을 쉽게 피해 갈 수 있다.
세 번째 이익은 바로 '플랫폼 잠금효과(Lock-in)'다. 이는 한 번 특정 회사의 시스템을 쓰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다른 회사의 것으로 바꾸기가 너무 어려워져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가 과학 기술의 뼈대를 특정 거대 기업들의 기준에 맞추어 짓게 되면, 결국 미국의 국립 연구소는 물론이고 이를 따라야 하는 전 세계 과학계의 규칙마저 그 기업들이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데이터와 연구 결과가 몇몇 거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흩어진 정부와 민간의 데이터를 하나로 예쁘게 꿰어내야 인공지능이 똑똑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기업의 소중한 특허(지식재산권) 문제와 사람들의 개인 정보(프라이버시) 보호 문제가 수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 정부의 데이터 전문가들은 ”접근 확대가 무제한 접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무조건적인 데이터 통합에 선을 그었다.
또한, AI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닫힌 고리' 시스템은 전통적인 '오픈 사이언스'의 문화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원래 과학은 연구자들이 서로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로 틀린 곳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AI가 스스로 실험을 진행하면, 그 과정이 마치 시커먼 '블랙박스'처럼 가려져서 다른 사람들이 검증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과학 자체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
에너지 위기 가장 현실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바로 전기다. AP통신은 제네시스 미션을 가리켜 "아폴로 우주 계획 이후 연방 과학 자원의 가장 야심 찬 결집"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아폴로 계획 당시에는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인공지능과 거대한 컴퓨터 센터, 그리고 로봇 실험실을 24시간 돌리기 위해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엄청난 전기 수요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전기 요금이 치솟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뒤로 밀리며 에너지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망과 신전략
제네시스 미션에 대한 논쟁의 지점이 존재한다. 혁신을 통해서 안보를 튼튼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이들이 기대하는 횩과는 연구 속도의 대혁명이다. AI가 쉬지 않고 알아서 실험을 돌려주니, 신소재나 신약 개발에 걸리던 지루한 시간이 확 줄어들어 폭발적인 발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흩어져 있던 국가 자원과 똑똑한 AI를 한곳으로 강하게 뭉쳐서, 중국이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절대적인 기술 강국의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민간 기업들의 뛰어난 프로그램 실력과 정부의 방대한 데이터를 섞으면, 따로따로 연구할 때보다 당연히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는 무엇보다도 과학의 본질이 무너진다는 점에 있다. 기계가 알아서 답을 내놓으면,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다른 과학자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즉 투명한 과학의 정신이 사망하고,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비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금으로 만든 엄청난 데이터와 연구 결과물들을 결국 플랫폼을 장악한 거대 기업들의 독점하면 작은 기업들은 아예 낄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도 우려사항이다.
미국 정부가 보안 규칙을 잘 만들고, 민간 기업들이 전기 시설을 제때 짓는다는 조건 아래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일반적으로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부드러운 안착의 경우다. 270일 안에 양자 기술이나 새로운 소재를 찾는 분야에서 AI가 스스로 실험에 성공한다. 이 놀라운 결과에 전 세계 과학계가 압도되어, 모두가 자발적으로 미국의 AI 플랫폼 표준 밑으로 들어간다.
둘째, 성과의 독점과 지연이다. 거대 기업들이 서로 자기 기술을 지키려 욕심을 부리고, 정부 부처들끼리 싸우면서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한없이 미뤄진다. 결국 공공의 연구 성과마저 몇몇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린다.
셋째, 인프라 한계로 인한 좌초의 경우다. AI를 돌리는 데 전기가 너무 많이 부족해진다. 전기 요금이 오르고 정치적 논란이 크게 발생한다.
세계는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2026년 2월 18일 평양에서 열린 600㎜ 대구경 방사포 증정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대구경 방사포 제조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복합유도체계가 도입됐다”고 직접 언급하였다. AI 기술을 무기제조에 적용하고 있다는 첫 언급이다.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물결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기준에 지혜롭게 대응하면서도 우리의 컴퓨터 인프라, 데이터, 전기 공급, 그리고 안전한 관리 규칙을 하나로 묶어내는 종합적인 능력을 서둘러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한반도를 설계해야하는 시대가 코밑에 다가와 있다. 북한 노동당의 9차 당대회와 4월 미중정상회담이 몰고올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