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하는 국제 질서와 한반도 평화신전략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문화적 영향력은 국제 관계에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K-Culture)의 국제적 위상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저변을 이루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 강국으로 부상하였지만, 동시에 남북 분단이라는 냉전 시대의 유산 또한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남북 관계에 있어 문화 교류가 큰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북한의 대남정책이 크게 변화하여 새로운 문화 교류 전략도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문화와 유산이 국제 사회에서 어떠한 위상을 가지며, 남북 관계 개선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은 냉전 시대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를 인식하고, 단순한 강온 정책의 반복이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현명한 외교'를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여야 합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외교는 다양한 협력의 기회를 놓치고 글로벌 경제 및 안보 질서에서 '디커플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경제, 기술,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교를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감염병,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공급망 불안정 등 복합적인 안보 위협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자국의 풍부한 문화유산에 기반한 K-Culture 및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외교적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문화 외교는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국가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외교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은 K-pop, 드라마, 영화, 웹툰, K-푸드, K-뷰티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K-Culture의 힘을 빌려 '호감 가는 나라 한국'이라는 국제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 정치, 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교 자산입니다. 이러한 문화 외교는 한국이 '문화 강국', '외교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동력입니다.
2. 한국 문화유산의 위상과 K-Culture의 세계적 확산
2.1. K-Culture 세계 확산의 배경 요인:
K-Culture는 사랑, 가족, 정의와 같은 인류 보편의 감정과 한국 고유의 정서(정, 한 등)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뛰어난 연출력과 세련된 음악, 감각적인 영상미는 K-콘텐츠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국제 질서의 혼란 속에서 위로, 공감,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K-Culture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정치와 문화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현대 사회에서 K-Culture는 '비정치적 감성'과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은 콘텐츠의 질과 팬덤의 힘만으로도 세계적인 경쟁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K-Culture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은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전통적인 미디어의 경계를 허물고 문화 소비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K-Culture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2025년 현재, K-Culture는 세계 대중문화의 최정상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단순한 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글로벌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K-Culture는 이제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문화 외교'의 핵심 자산으로 성장했습니다. 서구 중심의 문화 패권이 약화된 시대에 일본, 중국 등 다른 비서구권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정치적 자유와 감성적 세련미를 동시에 갖춘 문화컨텐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K-Culture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콘텐츠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은 단순한 보존의 대상을 넘어 K-Culture와 결합하여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복, 한식, 한옥 등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은 현대 대중문화 콘텐츠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한국다움'의 정체성을 강화해왔습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한국의 문화유산은 K-Culture의 독창성과 매력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 문화유산은 과거를 상징하는 소중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글로벌 외교와 산업 발전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문화유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세계 속에서 '깊이 있는 문화 강국', '품격 있는 선진국'으로서의 국가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 문화와 유산의 기능과 역할을 제고해 나가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여 문화강국 코리아가 세계인들과 함께 지구촌의 위로와 평화와 행복을 만들어가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3. 남북 관계의 특징과 남북 문화유산 교류의 의미 및 역할
3-1 남북 문화교류의 의의와 역할
남북 문화 교류는 갈등과 대결의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군사적 대치 국면 속에서도 민간 중심의 비정치적인 교류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남북 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적대감을 해소하고, 분단으로 인해 희미해진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민족 정체성'을 공유하는 데 중요한 사회·정서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나아가, 남북 문화 교류는 남북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며, 정치적 긴장이 완화될 때 문화 교류가 먼저 시작되어 분위기를 주도하는 정치·외교적 기능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과거 남북 관계의 역사에서도 문화 교류는 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은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아왔지만, 공통된 역사와 문화적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 이러한 역사적 겸험에서 만들어진 고유 문화는 분단 이전의 민족 공동체 경험을 상기시키고 정서적 유대감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문화유산은 정치적, 군사적 논쟁을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한 교류 분야로서 가치를 지닙니다. 남북이 만나는 과정에서 고유문화는 공감의 토대로 작용할 것입니다. 단절되었던 문화적 흐름을 연결하여 '문화적 연대와 공존'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 문화 교류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유산은 분단을 넘어선 민족 정체성의 실마리이자, 미래의 통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2. 김정은의 '적대국가 선언'과 남북 문화유산 교류의 재편
2024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군사전략 회의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두 개의 적대국가'로 공식 규정했습니다 . 이는 남북 관계를 단순한 민족 내부의 분단 상태가 아닌, 사실상 국가 간의 전쟁 상태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대한 변화입니다. 이러한 입장 변화에 따라 북한은 남한을 더 이상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대결 대상으로 간주하며 문화, 군사,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강경 노선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국가 선언'은 기존의 남북 문화 교류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는 '우리 민족끼리', '통일 지향'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의 문화 교류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적대국가 선언 이후에는 모든 교류 채널이 사실상 차단되었고, 북한 내부에서는 남한의 드라마, 음악, 출판물 등을 소비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기존의 '우리 민족'이라는 공동 정체성에 기반한 남북 문화 교류 전략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제 문화 교류는 단발적인 이벤트나 민간 접촉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교전중인 두 개의 적대국가’를 선포했지만 우리는 남북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를 정착하며 함께 번영해나갈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남북간의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군사적인 긴장완화가 무엇보다도 우선해야할 과제입니다. 군사적인 긴장완화와 함께 남북의 DNA에서 사라지지 않을 문화유산이라는 공통의 자산에 시선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에 북한의 문화보존지도국과 협상해서 서울에서 고구려 문화전을 개최하는데 실무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고구려 고분 모형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서 서울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이 협의과정에서 북한이 벽화고분을 비롯한 고구려 문화유산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구려 전시회를 통해서 웅혼한 민족의 기상을 느끼고, 독창적인 우리문화의 향기 발견하며, 선조들의 역동적인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이 한껏 높아졌던 시기였습니다. 고구려 문화유산을 접하면서 월드컵 개최를 통해서 느낀 민족적 자긍심의 뿌리를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천하의 중심이요, 세계 인류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고구려 문화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고구려는 우리에게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긍지를 안겨주었습니다.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 유산은 남북이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해와 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며, 격동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면서 격랑을 혜처 나갈 힘과 용기를 줄 것입니다.
4. 케데헌과 K- 민주주의, 그리고 다시 만나는 세상
K-Culture는 이미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여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K-Culture의 성공은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융합이 그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지구촌에 불고 있는 ‘케데헌’ 열풍으로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단군이래 가장 높아진 상태입니다. 중세에 흑사병을 극복하고 르네상스를 맞이한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2014년 12월 3일, 시민들이 계엄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남북 사이에 전쟁이 벌어져서 쓰러져간 젊은 넔들의 울부짓음이 한반도에 메아리치고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이 계엄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케데헌의 주제곡인 ‘골든’ 대신에 한미 극우세력의 합창이 태평양을 오가고 있을 것입니다.
계엄을 물리치고 전쟁을 막아낸 시민들의 힘이 오늘날 K-컬처를 활짝 피어나게 한 원동력입니다. 세계인들이 ‘골든’을 합창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계엄을 막아낸 시민들에 대한 찬사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골든의 가사를 음미하면 의미심장합니다. 골든은 빛의 혁명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숨지 않겠다. 나는 본래 빛나기 위해서 태어났다”
(I’m done hidin’,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빛의 혁명에 나서는 시민들의 출정가와 같습니다. 무도한 세력들이 계엄을 일으키자 시민들이 들고 날 때의 각오를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응원봉을 들고 거대한 벽을 향해서 춤추고 노래하며 내란의 벽을 마침내 무너뜨렸습니다. 그 순간을 골든이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골든을 부르면 빛의 혁명 당시의 상황으로 완벽하게 감정이입이 이뤄집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순간, 함께 할 때 우리는 빛나고 있어”
(It’s our moment. YOU Know together we’re glowing.)
“이 벽을 무너뜨리기까지 오래 기다렸어”
(Wated so long to break these walls down“)
세계인들이 골든을 노래하는 것은 빛의 혁명이 비춘 빛이 세계속으로 퍼져서 ‘빛의 확산’을 이뤄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빛의 혁명을 이뤄낸 한국의 시민들이 위대한 것처럼 빛의 확산의 주역인 세계인들도 마찬가지로 위대한 존재입니다. K-민주주의와 만난 K-컬처는 이렇게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을 존엄 높은 존재로 서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K-컬처가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힘을 문화외교로 전환시커야 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전략을 공유하면 외교를 풍성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아가 문화를 통해서 소득을 창출하고 민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으로 연결시키야 합니다. 이는 달라진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평화신전략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치 전태일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문화계 현실에 대해 국민들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메디치 가문이 있었듯이 K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메디치 가문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메디치는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문화산업계의 현장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K메디치가 될 것입니다.
북한의 '두개의 적대국가 선언'은 남북 문화 교류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였습니다. 기존의 교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인 접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감정의 언어이고, 외교는 구조의 언어입니다. K-컬처로 만나는 세계인들은 각자의 감정을 함께 나누며 ‘본래 빛나기 위해 태어났다’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공감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화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문화는 감정의 소비에서 시작해서 서로를 연결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깨닫는 외교와 전략으로 영력을 확대하면서 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K-컬처로 이렇게 확장된 문화의 성격을 체험한 저력으로 북한과 다시 만날 세상을 그려 나갈 수 있습니다. 문화를 통해서 지구촌이 공감하는 영력을 넓혀나가면서 그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남과 북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K-컬처가 북한으로 확산되는 것을 체제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고 있는 K-컬처가 북한에게는 위협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K-컬처를 북한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문화외교가 아닙니다. K-컬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남북이 만나는 자연스러운 환경조성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문화외교가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비록 현재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 교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창의적이고 유연한 문화 외교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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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문화대학교에서 주최한 학술워크샵(2025. 05. 21.) 기조발제문을 수정·보완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