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디즈니+ <북극성>은 대중문화 영역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드라마다혼돈에 빠진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북한의 핵잠수함을 둘러싼 위기 상황을 그린다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의 거대 핵잠수함을 발견했다강경보수 성향의 하우저 미국 대통령이 '이를 정밀타격하라'는 참모들의 건의를 수락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고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이에 맞서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막겠다"는 극 중 대사는 이 드라마가 전쟁반대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물론 미국이 북한 잠수함을 공격하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은 가상의 설정이다하지만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 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특별히 9·19 군사합의 8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9.19 정신을 현시점에 되새겨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실제 9·19 군사합의는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즉 한반도 전쟁 발발을 막는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2018년 9평양에서 남북이 맺은 획기적 약속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19 남북군사합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약속이었다남북은 이 합의를 통해 모든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서해 해상의 평화수역화 남북 교류협력 보장을 위한 군사조치 추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을 약속했다.
 
  말뿐인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일부 감시초소(GP)를 철수하고 군사분계선 인근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 이행조치를 담아내 군사적 우발충돌을 막으려 한 것이다한마디로 9·19 합의는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남북의 약속이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지각판처럼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9·19 합의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지각은 위험한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다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좌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천안문 성루에 올랐다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북··러 3국 정상이 공식 석상에 모였다노골적인 '반미 연대'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이들 3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대중 압박정책과 대러 제재에 맞서 협력 강화이른바 '덩치 키우기'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력 결집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전략적 결합이므로 반드시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도를 부각한다고 단정하기에는 섣부르다필요와 이익에 따라서 다시 미국과 이합집산을 거치는 질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러 연대 과시는 신냉전 형태로 동서 진영이 두 개로 쫙 갈라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북중러 3국은 모두 힘에 의한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피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피스메이커이다이 같은 '힘의 블록화'는 상호 불신과 군비경쟁 심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도 힘의 블록화에서 북한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 직전인 9월 1북한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소를 전격 방문했다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고체엔진)를 지난 2년간 8차례 지상분출시험하여 신뢰성을 검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이 신형 고체엔진은 북한의 기존 화성포-19형 ICBM 계열과 차세대 화성포-20형에 적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김정은은 이를 두고 "우리 전략 미사일 무력 강화에서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성과"라고 자평하며 과학자들을 독려했다요컨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체연료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서 향상된 기습 발사능력을 과시한 것이다김 위원장은 전승절 참가 이후에는 고출력 고체엔진 분출시험을 참관하였다이 자리에서 핵무력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한층 끌어올리는 요인이다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이에 대응하려는 한·미 동맹의 군사활동도 증가하고악순환의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연습과 북한의 반발
 
  드라마 <북극성>에서 보여주는 전쟁 위기가 이 같은 한반도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실제로 9월 들어 한미일 삼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합동군사연습을 강화했다한미일 3국은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다영역 훈련인 '2025년 프리덤 에지훈련을 시행한다같은 기간 한미는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CNI TTX)인 '아이언 메이스'도 진행한다합동참모본부는 프리덤 에지 훈련에 대해 "국제법 및 규범을 준수한 가운데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연례적인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 훈련은 지난 2023년 한미일 3국 정상(윤석열바이든기시다)이 캠프데이비드 회의에서 '다영역 훈련 시행'에 합의하면서 진행된 것이다. 2024년 6월 최초 시행됐고같은 해 11월엔 2차 훈련이 있었다.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는 식으로 따질 일은 아니지만, '아이언 메이스(Iron Mace) 24'는 북한 핵에 대한 대응과 억제를 위해 한미 양국 군이 보유한 핵·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토의식 연습이다. <북극성>은 이 같은 현실에서 착안했을 것이다.
 
  북한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 같은 군사훈련에 대해 맹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9월 1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군부 1인자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이어 담화를 발표했다김여정은 담화에서 "북한 주변에서 한미일 3국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무모한 힘자랑질은 분명코 스스로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박정천도 별도 담화에서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들을 "우리 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목적으로 한 노골적인 핵전쟁 시연"이라며, "적대세력들의 부당한 행동이 계속 확대되는 현 상황에서 (북한도매우 책임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맞대응을 시사했다그가 언급한 '책임적인 선택'이란 결국 군사적 긴장고조로 이어질 것이다이런 때일수록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즉 9·19 군사합의와 같은 안전판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군사적 신뢰구축장치의 모범
 
  9.19 군사합의는 전 세계 군비통의 역사에서도 빼어난 군사적 신뢰구축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신뢰구축조치(CBM)'란 적대 관계에 있는 당사국들이 군사적 오해와 불안을 줄이고자 도입하는 각종 약속과 행위를 말한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군사적 CBM이 논의·시행되었다냉전 시기 미·소간 직통전화(핫라인설치나 1975년 헬싱키 협약을 통한 동서 진영 간 군사정보 교환군사연습 사전통보 등이 대표적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당시에도 남북은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 개설과 군사훈련 통보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이렇듯 CBM의 목표는 상대방의 군사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공포와 불신을 줄이는 것이다투명한 정보 교환과 검증군사력 통제장치를 통해 우발적 충돌이나 오판에 의한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물론 단일 조치만으로 적대관계를 근본 해소할 순 없지만신뢰조치들이 쌓여가면 군비경쟁의 속도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평화 구축의 토대가 될 수 있다.
 
  9·19 군사합의는 이러한 세계적 신뢰구축 논의의 연장선상에서한반도에 특화된 가장 진전된 CBM이라 평가된다기존의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 합의들이 합의한 포괄적인 원칙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9·19 합의는 세부 분야별로 즉각적인 긴장완화 조치들을 담았다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지상 5km, 서해 NLL 기준 북측 50km·남측 85km 등으로 포병 사격훈련 및 야외기동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MDL 주변 10~20km에는 비행금지구역을 두었다또 남북은 시범적으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11개씩을 완전 철거하고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실현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합의 직후 신속히 이행되어 "남북 접경의 긴장 상황을 눈에 띄게 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실제로 2018~2019년 한때 DMZ 일대에서 총성과 포성이 사라지고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정례화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종전 이후 늘 우발교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살아온 접경 주민들에게 9·19 합의는 작지만 소중한 안도의 경험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9·19 합의는 정전협정을 보완·발전시켰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한국전쟁을 멈추고 현재까지 휴전을 유지시킨 기본 틀이자 일종의 신뢰조치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정전협정 하의 군사적 긴장은 본질적으로 "전쟁을 일시 정지한상태일 뿐항구적 평화를 담보해주진 못했다더욱이 정전협정 이행의 열쇠를 쥔 유엔군사령부(UNC)와 남북의 관계도 모호하여남북이 직접 군사 문제를 협의·조정할 통로는 제한적이었다. 9·19 합의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설치를 약속하고군 통신선 복구상호 검증 등의 장치를 구체화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9·19 합의가 기존 정전체제와 일부 중첩되거나 UNC의 역할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한다그럼에도 9·19 합의의 최대 가치는 한반도에 보다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남북 간 군사 충돌을 실질적으로 억제한 이러한 신뢰구축장치는비록 현재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휴전 상태의 교전 당사자가 이처럼 세밀한 긴장완화 규칙에 합의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9·19 합의를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의 모범적 모델로 평가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9.19 파기와 불온한 흐름
 
  ▲'서해 평화수역 관찰'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018년 9월 2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NLL과 북녘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줄곧 9·19 군사합의를 둘러싼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다, 2023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결국 합의 효력 정지'를 선언했다북한이 합의를 위반했으니 더 이상 우리만 지킬 수 없다는 논리였다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애당초 북한의 위성 발사는 9·19 합의의 직접 대상인 한반도 내 군사행동과는 거리가 있는 사안이다굳이 연결 짓자면 정찰위성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적대행위라는 주장인데그렇게 따지면 군사합의 위반의 잣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위성 발사를 빌미 삼아 합의 파기의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북한의 도발을 유인하려는 속셈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9·19 합의가 유지되는 한 우리 측 군사행동에도 제약이 따르는데이를 없애버림으로써 강경 대응의 '자유'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군사분계선 일대 무인기 투입이나 대북 심리전 재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다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결과적으로 서로를 향한 무장감시를 재개시킨 것에 불과하다. 9·19 합의가 유효할 때에는 북한이 방사포를 사격하거나 군용기를 MDL 가까이 접근시키면 우리가 "합의 위반"이라고 대내외에 규탄할 수 있었다윤석열 정부도 그간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에 9·19 합의를 근거로 국제사회에 문제제기를 해왔다그러나 그 명분을 스스로 내려놓아 버렸던 것이다.
 
  군사분계선 인근 정찰의 경우그동안은 미국 정찰위성의 도움을 받아 합의 위반 없이도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굳이 합의를 깬 뒤 우리 무인기를 띄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그런데도 합의를 깬 바람에 이제는 북한 또한 마음껏 군사분계선 일대를 정찰하게 되었고오히려 우리의 안보 불확실성만 높아졌다. 9·19 합의 파기는 실익 없는 자충수이다그런데도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은 계엄을 위한 명분 축적으로 전쟁까지 감수하겠다는 무모함이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9·19 합의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합의를 정상화하는 것은 단순한 정책 번복을 넘어전쟁유발을 위한 잘못된 대결정책이라는 불온한 흐름을 완전히 청산하는 일이다그것은 새로운 평화를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9·19 군사합의는 한국전 정전협정을 현대적으로 보완한 최고의 신뢰구축 장치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곧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평화평창에서 LA!'
 
  9·19 합의 정신의 복원과 함께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창의적인 구상도 필요하다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의 냉각 상태에 있고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단기간에 극적인 개선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상대가 대화에 나오지 않으니 우리도 손 놓고 있겠다는 식으로는 영원히 진전이 없다다행히도 평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피스메이커(Peacemaker)를 자임하며 임기 중단됐던 북미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를 자처하며 트럼프 구상의 성공을 돕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비록 한국인들을 폭압적으로 억류시킨 조지아 사태로 한미관계에 불신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전쟁을 막고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한미 정상들의 의지를 실행에 옮기 위해서는 정부 간 공식 협상 재개 노력과 더불어 민간과 국제사회가 함께하는 평화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현재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코리아연구원(KNSI)에서 기획하고 추진 중인 평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평화평창에서 LA!'라는 슬로건으로 제시되는 연속 기획이다향후 3~4년에 걸쳐 여러 단계의 교류·협력 이벤트를 거치며 2028년 미국 LA 하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자는 청사진이다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국제사회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 협력이 전제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먼저 내년 2월에 평창평화포럼을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한미 두 정상이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환한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산을 잇는 이 국제 포럼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신뢰구축에 대한 국제적 지지여론을 재조성하자는 것이다. 2019년부터 매년 열리다 중단된 평창평화포럼을 부활시키면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두고 머리를 맞대는 공론장이 될 것이다이어 내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계기에 남과 북이 특별한 협력을 도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세계유산인 고구려 고분군과 개성 역사유적지구금강산 문화유산 등을 최첨단 AI 기술로 실감 나게 가상 복원하여 전시하는 사업이다현재 북한의 문화유산은 정세 경색으로 우리가 직접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가상의 남북 공동전시도 가능하다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라는 복합유산으로 등재한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2027년에도 세계적인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바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Festival)를 한반도 평화축전으로 승화시키자는 구상이다마침 2027년 8월경 서울에서 전 세계 청년들이 모이는 대규모 가톨릭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이를 계기로 세계 청년들이 서울에 모여 "다시는 전쟁을 반복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세계청년평화정상회의'를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북한과 협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이 기간 동안에 원산 갈마 국제해양관광지구를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을 2028년 LA올림픽으로까지 이어가는 것이 이 평화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동서 냉전의 장벽을 허문 화해의 장이었듯, 40년 뒤 2028년 LA올림픽을 글로벌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자는 구상이다구체적으로는 LA올림픽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고중국러시아 정상도 한 자리에 모여 스포츠를 통한 화합을 전세계에 보여주자는 제안이다실현 가능성은 두고 볼 일이지만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내년 2월에 재개하는 평창 평화포럼이 이런 꿈을 향해 '빌드업'하는 첫걸음이다. LA올림픽을 목표 시한으로 설정함으로써앞으로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실행해가자는 전략적 시간표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제안들은 필자를 비롯하여 한국의 정부와 시민사회가 이미 경험한 사례를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관련국가들 뿐만 아니라 민간과 국제사회의 의지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실현 가능하다중요한 것은 비전의 제시다아무런 큰 그림 없이 그때그때 위기 대응에 급급한 지금의 상황을 바꿀 출발점은상상력과 용기를 가지고 평화의 이정표들을 제시하는 데 있다바퀴는 벌써 굴러가고 있다.
 
  9·19 군사합의로 상징되는 군사적 신뢰구축은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 가운데 한 축이었다앞으로 문화·스포츠·청년 교류를 통한 '문화적 신뢰구축'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입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추진력을 만들어야 한다. K-컬처의 나라 코리아이기 때문에 꿈꿀 수 있고세계인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하다.
 
  오늘 9·19 군사합의서에게 물었다. 9.19 군사합의가 이렇게 답했다.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첫 단추였다비록 잠시 풀려났으나새로운 손길이 다시 끼워주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이뤄낸 남북 간 약속들을 헛되이 하지 말고 지켜나가야 한다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평화 구상으로 그 약속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