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국정기획위가 제안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공존으로 요약할 수 있다이는 과거 정부들이 내세웠던 화해와 협력’, ‘평화와 번영’, ‘신뢰 프로세스’, ‘평화 프로세스’ 등과 맥을 같이 하면서도보다 실질적이고 제도화된 평화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이 기조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며 불확실한 한반도와 주변 정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지속가능한 평화 구조를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새 정부가 직면한 정책 환경은 엄중하다북한은 이미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를 강화했고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되었다남북 간의 대화 채널은 사실상 단절되었고교류협력의 기반은 사라진 지 오래다동시에 국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대립과 피로감이 심화되어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고 있다이 같은 다중적 위기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길은 화해와 협력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우선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복원하고 통일부의 기능을 정상화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상시적 소통 채널을 재개해 위기관리를 제도화하고 평화의 기반을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남북연락채널의 복원은 군사적 우발 상황을 방지하고 점진적으로 신뢰를 축적하는 기본 토대가 될 것이다.
 
  교류협력 측면에서는 호혜성이 강조된다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상호주의적 교류를 추구함으로써 정책 지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종교·문화·체육 분야의 민간 교류를 확대하고 기후위기 대응이나 인도적 지원 같은 초국경적 의제를 협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이행이 기대되는 부분이다이는 남북관계를 국제적 연계 속에서 확장하며 다자협력도 강화하고 단순히 민족 내부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협력 과제로 격상시키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인도적 문제 해결은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에서도 계속 다루어질 중요한 축으로 강조되고 있다이산가족 상봉납북자·억류자 문제국군포로 문제 해결은 물론북한 주민의 실질적 삶의 질 개선과 인권 증진을 중시한다더 나아가 한국 사회 안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과제까지 포괄함으로써, ‘먼저 온 통일’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일상적 차원에서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이는 북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 모두를 포용하는 정책 기조로서 앞으로 실질적 이행과 그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오랫동안 정치적 이념 대립의 소재가 되어왔고 그 결과 국민 다수는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무관심속에 있다이재명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북·통일정책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이는 일방향적 정책 홍보가 아니라 정책 과정 자체를 국민적 토론의 장으로 삼겠다는 접근이다나아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평화통일 공공외교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세계 시민과 공유하는 전략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교류와 대화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며 국내 정치적 대립 역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분단 80년을 맞이한 한반도에서 최소한의 평화와 공존조차 제도화하지 못한다면 미래 세대는 더 큰 불안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은 그 불안을 줄이고 평화를 제도 속에 뿌리내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국정과제는 한국 정부가 5년간 추진할 중단기 과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대한민국의 장기목표나 남북관계의 최종상태를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국정과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목표인 평화통일이라는 장기적인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현 단계에서 평화공존을 제도화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게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다.
 
  ‘통일을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통일을 포기한 게 아니다흡수통일을 배제하여 실질적인 대화 여건을 조성해가고 현 단계에서 가능한 범위부터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국정과제에 반영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국민이 공감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방향으로 평화공존의 제도를 구축한다면남북관계는 비록 5년내에 완전한 통일로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안정 상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공존은 바로 그러한 미래로 가는 최소한의 길이며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