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결과와 향후 전망
지난 20일 일본에서 실시된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의 과반의석 실패, 주요 정당들의 답보, 보수를 표방하는 군소 정당들의 약진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우선주의(Japan First)를 내세우면서 자연스럽게 배외주의(排外主義, Xenophobia, 또는 Exclusionism)를 어필해온 우익성향의 참정당(參政黨(당대표 神谷宗幣, 카미야 소헤이)은 기존 참의원 의석수였던 2석에 13석을 더해 15석을 확보하며 의회에서 중의원 의석 4석을 합쳐 총 19석의 의석수를 차지하면서 일본 정계에서 중견급 정당으로 부상하였다.
참정당의 약진은 일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정치·사회·경제적 관심사를 기존 주요 정당들이 해소해 주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총재로서 선거를 이끌었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총리는 비주류적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과반의석(126/248)을 확보한 야당 중 어느 당도 현 단계에서는 자민당과의 정책적 협력에 미온적이다. 지난 2024년 10월 27일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과반의석(250/465)을 확보하여 야당의 의석수만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야당들이 현 시점에서 굳이 자민당의 협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일본의 모든 야당이 정치적으로 일치된 이념과 공통된 정책 기조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자민당의 일본 내 정치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과 함께 공명당과의 연합 효과도 소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자민당의 선택은 보수성향의 야당들과 연합정권을 이루거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주요 정당과의 정치적 야합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정권을 일시 양도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지난 중의원 선거와 이번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분명한 책임소재 규명과 정치적 결단이다. 즉 이시바 총리의 거취가 분명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이시바 총리의 퇴진이 가장 극단적이고 효과가 분명한 정치적 이벤트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하지만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 등)들이 이루어 져야 하는 상황에 더해 이시바 총리 스스로 퇴진을 거부하고 있어서 총리의 교체가 쉽게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일본의 대외문제는 야당들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일본 정계는 총리의 거취 문제와 외국인 문제,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조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선거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시바 총리의 거취 문제는 일본 내 자민당의 보수우경화와도 관련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당내 개혁적 성향의 이시바 총리가 정치적으로 위축된다면 향후 자민당의 보수우경화로의 기울기가 더 심화될 것이고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한다면 개혁적 성향의 파벌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당내 개혁의 불씨를 키울 수 있는 지렛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이시바 총리의 입장이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전 총리의 자민당 개혁의지와 당내 주류세력들과의 정치적 충돌에 비견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정치가 아베 전 수상의 ‘일본을 되돌린다’는 정치 슬로건과 같이 보수우경화로 경도되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우경화, 어디로 향하는가
한국에서는 흔히 자민당의 의석수로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가늠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아베 전 총리 집권 시기 일본의 극우적 정책들이 입안되고 실행되면서 자민당의 의석수는 곧 일본의 정치적 우경화의 지표로도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자민당은 당내 파벌정치의 협작과 합작을 통해 당의 운영과 국가 운영 계획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후 장기집권 결과 당내 파벌이 형성되고 이는 곧 자민당 내 정치적 이념 분화를 의미했다. 현재의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개혁적 성향을 보이면서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약한 상태이다. 따라서 자민당의 의석수를 통해 일본 사회의 우경화 경향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였다면 이시바 총리의 개혁적 성향(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자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자유개혁연합’등 개혁적 정당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자민당 주류들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자민당 내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되기도 한다.)에 따라 당의 이념적 성향이 중도 쪽으로 다소 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이시바 총리의 입장은 더욱 곤궁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자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중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자민당 내 극우 파벌을 지지해온 유권자의 표심이 극우성향의 야당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의 부재로 인한 갈 곳 잃은 극우적 표심이 자민당으로부터 이탈하여 극우성향의 군소정당으로 이동한 것이다. 결국 일본의 정당정치 풍토에서 아베의 ‘유훈’은 아직도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정치 지형은 결국 일본사회에 국수주의가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러한 사회 풍토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의 대내외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특히 군소 극우정당들의 배외주의(排外主義) 성향은 일본의 입법체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기존의 극우성향을 나타냈던 일본 사회와 이에 결을 같이하는 정치 세력은 대외적으로 안보강화를 추구하며 군국주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극우성향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일상생활에서의 대외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즉 일본인들의 생활환경에 외국인이 존재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재일동포, 우리(남북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본 당국과 일본 사회는 재일동포들에게 ‘당신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본이 규정하는 보통선거권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선거권은 보편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선거권의 유무는 재일동포에게는 가장 민감한 문제이고 일본 내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비춰진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선거권자들만의’, ‘선거권자를 위한’ 선거였다.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 이들(외국인)을 대상화하고 배척하고자 하는 소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공격이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림 1〉 각 당 공약 테마 X투고 수 〈그림 2〉 『외국인』에 관한 검색은?
〈그림 3〉 『외국인정책』의 언급
〈그림 1〉에서는 각 당에 대한 공약 투고에서 ‘외국인’을 주제로 한 공약 비중이 선거 당일에 접근할수록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2〉에서는 유권자들의 검색에서 ‘외국인’을 주제로 한 이슈에서 ‘오버투어리즘’, ‘참정권’, ‘체재카드’, ‘이민정책’, ‘외국인 생활보호’ 등의 키워드가 부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3〉에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각 당에서 ‘외국인정책’을 언급한 당을 나타냈는데 자민당과 공명당, 입헌민주당 등 거대 정당들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군소정당들은 모두 ‘외국인정책’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외국인’은 선거전에서 표심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재일동포는 일본 내에서 특별영주권자의 자격을 가지지만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일본의 극우성향 단체들의 배척 대상인 ‘외국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 공격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내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차별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일본의 보통선거권 취득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곧 일본국적 취득을 의미한다.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와 국가 단위에서 자행한 강제이주라는 재일동포들에 대한 원죄를 안고있는 일본이 재일동포에 대해 참정권 부문에서의 차별을 자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정계는 단순히 유권자들의 표심을 읽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일동포를 비롯한 외국인대상 대내 정책 입안을 위한 정치적 명분과 지렛대까지 얻은 것이다. 즉 향후 재일동포에 대한 비인도적 조치와 사회적 차별이 심화될 것이라는 일종의 신호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더구나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개표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야당과의 협치를 타진하고 그 협치 대상의 주요 정당은 외국인 배척을 주장하는 참정당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일본 내에서는 민단, 총련 구분 없이 재일동포 사회 전반에 대한 법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차별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남북한 모두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 문제를 대일본 정책에서의 주요 관심사로 인식해 왔다. 민단과 총련의 정치적 관계가 남북관계에 종속적인 점을 고려해도 재일동포의 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대일본 정책목표는 남북한 모두 동일할 것이다. 한편 일본 내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민단과 총련 사이의 구별 문제는 가족이 모이는 제사상 앞에서 하나의 정치토론 정도로 인식된지 오래이다. 총련과 민단에 속한 재일동포의 국적문제도 단순히 편의에 의한 기능적 선택으로 인식된지 오래이다. 아버지는 총련을 지지하지만 아들은 민단을 지지한다거나 또는 남편은 총련을 지지하면서 민단 지지자와 경제적으로 교류하고 아내는 조선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등 가족 구성원 간 이념적 ‘섞임’ 사례가 빈번하다.
결국 남북한 간의 이념적, 군사적, 정치적 대립과 갈등은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단순히 진보를 지지하고, 보수를 지지하는 것과 같이 가족 구성원 내 정견의 차이로 인식될 뿐이다. 따라서 남북한 당국이 재일동포 사회를 이념적으로 구분하거나 대립시키는 것은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근원적인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에서 나타날 외국인 차별문제, 특히 재일동포문제에 대한 극우적 정책 시행에 대한 우려는 민단인가 총련인가 하는 한가한 이념타령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우선은 남북한 당국 모두 재일동포사회의 ‘섞임현상’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섞임현상’은 재일동포 차별문제가 남북 공동관심사로 부각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명분이기도 하다. 남북한 당국은 서로 핑계를 대면서 우물쭈물하지 말고 한국적, 조선적, 무국적의 일본 내 모든 재일동포에 대한 처우개선에 대한 외교적 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하여야 한다. 일본 내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은 결코 강 건너 불구경 대상이 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남북한은 재일동포 문제의 공동 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재일동포들은 일반 사회 내 자신들이 받는 차별을 극복하는 것을 가장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한반도의 분단과 남북 간 정치, 군사적 갈등을 꼽고 있다.
참고자료
NHK WEB : https://www.nhk.or.jp/senkyo/database/sangi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