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투를 지시한 윤석열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10~11월에 있었던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들었다는 군 현역 장교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군 통수권자가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것이다충격적이다하마터면 전쟁이 일어날 뻔한 숨막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필자는 작년 10월에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분석하면서 여러가지 정황을 볼 때 남한측에서 보냈을 것이라는 추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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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이 진두지휘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국방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도 감히 예단하지조차 어려웠다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북한의 인내 때문이다남북의 대치상황이 마른 장작처럼 빠짝 말라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었는데북한의 인내가 전쟁을 억제했다는 것에 대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시사한 것은 2023년 12월인 것으로 알려졌다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따르면 윤석열은 이 무렵부터 어려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발언했다고 한다이 자리에는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이후에도 윤석열은 여러차례 계엄을 언급했다내란을 일으킨 세력들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구실로 삼을 계획이었다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가장 명백한 경우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상태에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날려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작년 8월에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사격훈련을 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윤석열이 작년 1월부터 총선 전 북한의 도발을 자주 언급했던 것도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이런 계획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윤석열은 작년 1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총선이 있는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며 총선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입을 떼기 시작했다. 2월 28일 학군장교 임관식에 참석해서도 총선 전 북한의 다양한 도발을 강조하였다. 36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흔들기 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이번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통해 한·미 동맹의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한반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강경발언과 맞물리면서 3월 한미연합연습 기간 동안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2월 14일에 남한이 서해 백령도 북쪽 수역과 연평도 인근 수역에서 자신들의 국경선을 침범하고 있다면서이 두 지역에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예상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고조를 앞두고 튼튼한 국방을 바탕으로해서 긴장완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군통수권자의 의무이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전 북한의 도발을 수시로 강조했다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아서 총선 전에 마치 이런 사태를 기대한다는 듯한 태도로 비춰졌다. .

국정원도 윤석열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국가정보원은 작년 4월에 발간한 ‘2023년 테러 정세와 2024년 전망이라는 책자에서 북한이 과거 총선 시기마다 개입을 기도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국정원은 다양한 형태의 도발로 후방 침투·테러탈북민과 요인 위해접경지역 총·포격 등 물리적 공격가짜뉴스·괴담 유포와 같은 심리전을 예로 들었다.

윤석열이 3월 6일 국무회의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도미국이 쌍룡훈련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통보해버렸다쌍룡훈련은 한미연합연습 기간 동안에 한미 해병대가 실시하는 훈련이다쌍룡훈련에는 한·미 해군과 해병대가 공중과 해상에서 상륙 돌격 훈련을 하는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이 포함되어있다문재인 정부 때 중단했던 쌍룡훈련을 윤석열 정부가 2023년에 재개하자 북한은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광기라며 강경하게 반발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이같이 논란이 되었던 쌍룡훈련을 2024년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3. 방첩사한미연합연습 기간동안에 계엄 예비훈련 실시
 
쌍룡훈련의 중단 때문인지 북한은 2024 한미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윤석열 대통령이 내심 기대하는 듯이 자주 언급했던 총선 전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국정원이 제기한 북한의 다양한 형태의 도발도 발생하지 않았다.

작년 3월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연습 기간 동안에 쌍룡훈련은 실시되지 않았지만국군방첩사령부가 이 기간에 '계엄 예비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방첩사가 당시 훈련에서 계엄 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이동시키고합동수사본부로서 전체적인 판을 어떻게 관리할지 여부를 준비했다는 것이다또 내란세력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정원이 예시한 다양한 형태의 도발도 계획했다총선 시기에 북한의 다양한 도발은 없었지만 내란 세력은 이런 도발을 꾸며내려고 했다. 12.3 계엄 이후 북파공작원(HID)이 북한 군복으로 갈아 입고 후방에서 테러나 요인 위해를 계획했던 것이다물론 실패하였다하지만 윤석열이 계엄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려는 구상을 작년 총선부터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선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었다윤석열 정부는 작년 6, 8, 11월 세차례에 걸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대대적인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연평도는 2010년에 북한의 도발로 민간인 2명과 군인 2명의 희생이 있었던 곳이다당시 한국군은 호국훈련 차원에서 연평도에서 K-9자주포를 비롯한 각종 장비로 포사격을 했다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은 연평도에 포격을 했던 것이다.

북한의 도발로 우리 국민과 군인의 희생이 있었던 곳에서 또다시 K-9포를 사용한 포격 훈련을 실시했던 것이다. 11월에 했던 포격훈련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떠올리게 한다호국훈련을 하면서 K-9 포사격을 하자 북한이 도발했던 패턴을 다시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서해 NLL 일대에서 한국군의 포사격훈련을 비롯한 8월의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과거와 달랐다.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것은 여전했지만 수위가 낮았다북한은 한미연습과 연평도 포격훈련이 종료된 후인 9월에 뒤늦게 국방성 공보실장 담화로 대응한 것이다. 2010년에 한국군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포사격을 했을 때과 비교하면 분명하다그때는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혁명무력의 2, 3차의 강위력한 대응타격을 하겠다며 도발적으로 반응했다.

작년 초부터 윤석열 정부가 1년 내내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하였지만 북한의 반응은 강도가 약했다북한은 윤석열의 의도를 간파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다. 대신 12.3 계엄이 한달 지난후인 지난 1월 3일에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서 첫 반응을 하였다이 보도는 사상초유의 탄핵사태 연속 발생’, ‘대통령에 대한 체포령장 발급’,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정치적혼란이 더욱 확대’ 등 한국의 정치 사회적인 문제가 중심이었다윤석열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서 내란의 명분으로 삼으려고 시도한 사실은 언급하지도 않은 것이다.

북한 국방성은 작년 10월에 무인기에 대한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군사깡패들의 위험천만하고 무분별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라는 것이다그런데 이때도 보복조치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이후에 어떤 보복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다만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것이다며 재발방지를 강조했을 뿐이다.
 
4. 말려들지 않은 북한
 
이처럼 북한이 매우 보기드물게 인내심을 보이는 이유를 살필 수 있는 단서는 작년 11월 2일에 대적연구원’ 이름으로 백서에서 한 대목 찾을 수 있다이 백서에서 무인기 사건에 대한 입장을 마무리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나열하였다그러니까 무인기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를 실컷 욕하면서 자신들의 체면은 살리는 수준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만한 것은 무인기 사건을 최악의 집권위기를 조선반도에서의 충격적인 사건도발로 모면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는 것이다북한이 윤석열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서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그러나 윤석열이 집권 위기를 모면하려고 충격적인 사건도발을 하려고 한다고 의심하면서이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할 수는 있다.

다른 한편 대적연구원이라는 기구가 처음 등장한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대적연구원이란 과거 북한의 노동당에서 대남사업을 담당했던 통일전선부의 산하에 있었던 조국통일연구원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김정은이 2023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교전중인 두개의 적대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름을 바꾼 것이다.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이렇게 규정하면서 작년 2월까지 당장이라도 군사적 충돌을 불사하겠다고 외쳤다하지만 작년 말부터 김정은의 태도는 다소 누그러졌다김정은은 작년 10월에도 여전히 북한을 공격하면 핵무기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하에서라는 전제를 강조하였다김정은의 이런 발언을 상세히 살펴보면 윤석열의 도발유도에 반응하지 않은 몇가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우선 남한에 대한 무시정책이다무시정책은 김정은이 작년 10월 7일 국방종합대학에서 했던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김정은은 이 연설에서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습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남한을 의식하지도 않으면서 제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김정은이 밝힌 갈 길은 군사초강국핵강국에로 향한 발걸음을 빨리 내딛겠다는 것이다남한의 도발 유도에 대한 대응보다 자기 갈 길 가는 것이 급했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로 윤석열에 대한 멸시이다김정은은 이 연설에서 윤석열을 내가 뭐가 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는 의혹을 사기가 쉽겠다고 말했다이 연설을 하기 며칠전인 10월 2일에도 인민군 특수작전부대를 가서도 같은 비슷한 말을 하였다또 윤석열을 서툴기 짝이 없는 수사적표현과 과시성 행동에 세상이 웃지 않을수 없을것이라며 조롱하였다.
 
5. 북한의 전략
 
김정은의 이같은 생각은 작년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더욱 분명해졌다북한의 한해를 평가하고 국가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남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윤석열에 대한 모멸적인 발언이나 북한 도발유도 등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철저히 윤석열 정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북한은 노동당 9차 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2025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아울러 2025년이 당창건 80돌이라는 것도 부각하였다국방력 강화와 대미 강경입장을 강조하였다국방력 강화와 대미강경정책은 당분간 제 갈 길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김정은에 대한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실체라고 규정했다이에따라서 최강경대미대응전략 천명했다고 밝혔지만 그 내용은 알리지는 않았다.

결국 북한이 집중하고 있는 목표는 당창건 80돌과 노동당 9차 당대회까지 성과를 내는 것이 라고 볼 수 있다. 9차 당대회는 2026년 1월 경으로 예상하고 있으므로북한의 대미 정책은 2026년 이후에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당창건 80돌과 노동당9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자신들이 거둔 성과특히 군사적 성과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이에 따른 북한의 국가적 지위를 새롭게 규정할 것이다이를 바탕으로 해서 트럼프 정부를 본격적으로 만날 것이다. 2019년 하노이 좌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선 자신들의 울타리부터 튼튼하게 만들고 보자는 의도로 보인다북한이 윤석열의 도발유도를 최악의 집권위기를 조선반도에서의 충격적인 사건도발로 모면하려고 분석했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북한은 윤석열을 철절히 무시하고 제 갈 길 가려고 하는 것은 이같은 자신들의 구상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 기자가 방한한 블린컨 미 국무장관에게 바이든 대통령과 장관은 윤 대통령이 비민주적 권력욕이 있었던 것을 왜 간과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김정은이 윤석열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 이 기자의 인식이 흡사하다윤석열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자극해서 도발을 유도했지만김정은이 휘말리지 않은 것의 배경에는 이같이 미국이나 북한에 퍼져 있는 윤석열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 기자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적 전복세력이 있다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북한의 전제주의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자들이 하는 방법과 비슷한 것 같다.”고도 했다윤석열 일당의 내란은 뉴욕타임즈 기자가 말했던 북한의 전제주의로부터도 조롱을 당했다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동엽의 시처럼 이처럼 부끄러운 과거를 갈아엎어야 한다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아 푸른 보리밭./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그날이 오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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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사인에 2025년 1월에 기고한 글에 기초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