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의장 자문기구 헌법자문위의 발표는 내용과 무관하게 참으로 일방적인 발표일 뿐 아니라 여당 발 국면전환용 개헌논의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다.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회의장이 꺼질만 하면 기름을 부어 개헌 도발을 하는 것에 대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헌법자문위는 보고서 머리말에서 “우리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피와 땀을 희생하여 민주주의를 성취해 내었다. 또한 현행 헌법이 시행된 후 20여년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실질화되고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목도하였다”고 하며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헌법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와 같은 헌법자문위의 개헌 배경은 국민 다수의 정세인식과는 전혀 상반되는 것이다.
헌법자문위원들이 지난 1년동안 감금상태에서 보고서를 준비한 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권하에서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이 어떻게 짓밟히고 야금 야금 갉아 먹히듯이 빼앗겨 왔는지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헌법자문위의 보고서 머리말은 오히려 개헌 논의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가 언제인지를 역설해 준다.
바로 그 시기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회복되었는가 하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실질화된 위에 기본권 강화와 확대의 방향에서 개헌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질식당하고 있고 비판세력에 철저히 재갈이 물려져 있으며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일상화되어 있는 변종 파시즘 치하에서는 개헌 논의가 결국 정략적 논의로 귀결될 뿐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개헌 논의는 국회의장이 정략적으로 도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한 논의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독재에 의한 독재의 양산, 집권세력에 의한 장기집권 체제 정비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와 야당과의 열린 소통이야말로 개헌 논의의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지금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 국회의장과 집권여당이 먼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봐야 할 것이다.
